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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스타터' 한국도로공사 상승동력, 두꺼워진 선수층 [여자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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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스타터' 한국도로공사 상승동력, 두꺼워진 선수층 [여자배구]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1.12.07 22: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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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여자배구 김천 한국도로공사 선수층이 확실히 두꺼워졌다. 실업무대에서 발굴한 선수들은 물론 만년 백업자원에서 주전을 위협하는 위치로 성장한 선수들까지 김종민 감독 선수운용 폭이 한층 넓어졌다는 인상이다.

한국도로공사는 7일 경북 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 프로배구 도드람 V리그 여자부 3라운드 홈경기에서 수원 현대건설을 풀세트 접전 끝에 3-2로 눌렀다.

최근 연승을 달린 이유를 여실히 보여줬다. 올 시즌 전승을 달리던 현대건설에 첫 패배를 안기며 자신들의 연승 숫자를 5로 늘렸다. 5연승은 2016~2017시즌 이후 처음이다. 승점 27째 쌓아 대전 KGC인삼공사(승점 24)를 따돌리고 3위로 도약했다.

양 팀은 경기 내내 엎치락뒤치락했다. 한국도로공사는 승부처인 5세트 들어 구성원 전원이 고른 활약을 펼친 덕에 승리를 따낼 수 있었다. 과거 챔피언결정전을 호령하던 때도 슬로스타터 기질이 다분했는데, 역시 우승후보로 지목된 올 시즌에도 라운드를 거듭할수록 경기력이 좋아지고 있어 흥미롭다.

[사진=KOVO 제공]
주전 세터 자리를 꿰찬 '중고신인' 이윤정의 활약이 상승세 동력 중 하나다. [사진=KOVO 제공]
[사진=KOVO 제공]
이예림(왼쪽)과 전새얀이 박정아, 문정원과 레프트로 출전시간을 나눠갖고 있다. [사진=KOVO 제공]

주포 켈시가 31점, 박정아가 19점을 냈다. 주로 교체로 들어온 전새얀이 9점으로 뒤를 받쳤고, 베테랑 미들 블로커(센터) 배유나(9점)와 정대영(6점)이 중앙에서 버텨줬다.

예전보다 백업 자원들의 활약이 눈에 띈다. 지난 시즌까지 실업팀에서 뛴 세터 이윤정과 윙 스파이커(레프트) 이예림이 팀에 완전히 녹아들었다. 두 '중고신인'은 적응기가 따로 필요 없다는 듯 즉시전력감으로 자리잡아 김종민 감독을 미소짓게 한다.

빠른 패스워크를 바탕으로 군더더기 없이 경기를 운영하고 있는 이윤정이 주전으로 뛰기 시작한 뒤 연승을 달리고 있다. 박정아는 올 시즌에도 경기력에 기복을 보이고 있다. 지난 시즌까지 전새얀 외에 딱히 득점해줄 수 있는 레프트가 없었던 반면 올 시즌에는 이예림이 가세해 문정원과는 또 다른 결로 힘을 불어넣고 있다.

김종민 감독은 경기 후 "켈시는 굉장히 빠른 선수다. 연습 때 보면 낮고 빠르게 줘도 타점을 잡고 때릴 줄 아는 선수인데, 그동안 너무 높게만 가서 힘을 못 실었다. (이)윤정이에게 볼 끝에 힘만 실어서 올려주면 위력이 살 거라고 조언했다. 아직 리듬이 안 맞아서 그렇지 하면 할수록 좋아질 것 같다. 이예림도 자신만의 색을 갖고 있는 선수인데, 우리 팀 컬러와 잘 맞아 내가 기용하기는 편하다"고 설명했다.

이날 결정적인 서브에이스를 기록한 배유나 역시 "(이)윤정이의 장점은 여러 선수들을 골고루 쓰려고 하는 점이다. 공 스피드도 좋다. 우리 팀에 잘 맞는 세터인 것 같다. 연습 때는 나와 속공이 잘 안 맞았는데, 시합 때는 호흡이 잘 맞고 있다"며 웃었다.

[사진=KOVO 제공]
한국도로공사가 현대건설의 12연승을 저지하고 5연승을 달렸다. [사진=KOVO 제공]
[사진=KOVO 제공]
중앙에서 중심을 잡은 배유나가 경기를 복기했다. [사진=KOVO 제공]

김종민 감독은 "훈련 때부터 선수들의 집중력이 좋았다. 맞춤 수비를 준비한 게 어느 정도 맞아 떨어졌다. 선수들은 이기려고 하는 마음이 많아 욕심을 많이 냈다. 3세트를 아쉽게 줬기 때문에 힘들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서 이긴 것 같다"고 돌아봤다.

이어 "양효진이나 야스민 둘 중 하나만 막으면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야스민한테 가는 공은 오픈(공격)성으로 눈에 보이는 공이다. 양효진에게 가는 공은 그렇지 않으니 수비로 커버하자는 주문을 했다. 1세트 야스민에게 공이 몰릴 때 블로킹으로 막았던 게 분위기를 끌고 온 동력이 됐다. 2세트 들어 두 선수가 모두 살아나 힘든 경기를 했는데, 4세트부터 우리가 서브로 상대 수비를 흔든 덕에 경기를 편하게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은 3세트 끝나고 선수들에게 "이기려고 하면 저 팀 못 이긴다. 편하게 하자. 우리가 하던 걸 하자. 안에서 즐기면서 하자"고 주문했고, 이에 자극받은 선수들이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해 역전승을 일궜다.

배유나는 "상대는 12연승 중이던 팀이다. 우리 분위기도 좋았지만 이겨야 한다는 부담을 갖기보다는 즐기려고 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결과 좋은 경기 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3세트 끝나고 감독님께서 '너네 쟤네 못 이기니까 편하게 재밌게 하라'며 심리를 건드리셨다. 감독님 말의 의도는 알았지만 속으로 '우리도 이길 수 있는데'라는 생각으로 끝까지 했다"고 복기했다.

그는 "한 4년 만에 이렇게 연승을 달려보는 것 같다. 연승에 연연하기 보다 각자 자리에서 제 몫을 하고 있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 봄 배구 올라가는 게 첫 번째 목표다. 한국도로공사에 와서 처음 통합우승을 했을 때도 1라운드에는 부진했다. 올해도 초반에 부진했는데, '올라갈 수 있다'는 믿음을 잃지 말고, 좋은 리듬을 찾자는 말을 많이 나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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