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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꾼도시여자들' 정은지, 지구와 공명한 순간 [인터뷰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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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꾼도시여자들' 정은지, 지구와 공명한 순간 [인터뷰Q]
  • 김지원 기자
  • 승인 2021.12.08 21: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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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자 Tip!] "정은지가 안 했으면 어쩌려고 이렇게 썼냐." 한 시청자의 '술도녀' 시청 후기다. 내면의 상처를 마주하는 '강지구'에 완벽히 몰입해 같은 호흡을 뱉어 낸 정은지는 한 계단을 무사히 넘고 그 다음 이야기를 준비한다.

[스포츠Q(큐) 김지원 기자] 정은지는 최근 서울 강남구 IST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티빙 오리지널 '술꾼도시여자들(이하 '술도녀')'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술꾼도시여자들'은 하루 끝의 술 한잔이 인생의 신념인 세 여자의 일상을 그린 본격 기승전술 드라마로, 유쾌한 현실 공감 이야기로 역대 티빙 오리지널 중 흥행 1위를 기록했다.

정은지는 "OTT라 종영이라는 기분이 생각보다 덜 든다. 이제야 다 공개 됐다는 기분"이라면서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셔서 놀라기도 했고 얼떨떨했다. 조회수가 급증하고 인기 동영상에 오르는 걸 보면서 의아하기도 했는데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셔서 다행이라는 생각이었다"라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사진=IST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IST엔터테인먼트 제공]

 

정은지는 '술꾼도시여자들'로 첫 OTT 오리지널 콘텐츠에 참여했다. 그동안의 드라마 촬영과 어떻게 달랐는지 묻자 "결과물로 나왔을 때 가려지는 것 없이 공개된다는 것이 새로운 매력이었다"고 밝혔다.

"촬영할 때는 똑같았어요. 4달 가까이 찍었는데 들이는 시간은 똑같았고 촬영도 길었고... 결과물이 나왔을 때는 통쾌한 게 좀 있었어요. 상표명을 그대로 공개한다는 게 특히. 차 이름도 얘기하고 소주 브랜드를 하나도 가리지 않고 나온다던지, 옷 상표도 굳이 안 가리고 편하게 입는 것들. 저희한테는 연기하면서 리얼리티가 더 살았던 거 같아요."

제목부터 '술꾼'이 들어가는 파격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타이틀에 대한 부담은 없었는지 묻자 정은지는 "처음에는 '술꾼도시여자들'이 타이틀이 아니라 '오 나의 주님'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처음에 대본 받았을 때는 얼마나 술에 진심이길래 이러나 했는데 정말 진심이더라. 미지근한 소주부터 시작하더라. 나는 싫어한다. 시원한 거 좋아한다"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사진=IST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IST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어 "술이라는 단어 자체는 굉장히 매력적인 단어라고 생각했지만, 술을 마시는 건 한계가 있을 텐데 어떻게 풀리려나 궁금증에서 시작했다. 캐릭터가 워낙 매력있어서 내가 하면 어떨지, 이 친구의 대사, 표정으로 화면에 나왔을 때가 너무 궁금했다"고 출연을 결정한 계기를 밝혔다.

앞선 제작발표회에서 "실제로 술을 마시기도 했다"고 밝힌 바 있는 '술도녀' 출연진들은 드라마 공개 이후 '술 당기는' 장면들을 여럿 만들어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정은지는 "가짜가 맛이 없다. 현장 맥주는 미지근할 때가 많고, 탄산감은 있는데 맛이 없더라. '이렇게 배 채우고 싶지 않습니다' 해서 마셨을 때도 있다"면서 "술 마시는 이미지가 필요한 신의 반 정도는 진짜 술을 마셨다. '티키타카' 대사가 많은 신은 당연히 가짜 술이었다"고 밝혔다. 

'주량이 캐스팅에 영향을 끼쳤냐'는 질문에 웃음을 터뜨린 정은지는 "아무래도 그런 것 같다. 볼터치를 계속 했다. 다른 친구들은 빨개지는데 저는 안 빨개지더라. 진짜 술 마시고 있는데도 텐션이 안 올라서 곤란했다. 지구가 술 마신 게 티나는 캐릭터는 아니라서 다행이었다"고 밝혔다.

술만큼 매 회 맛깔나는 안주들도 시청자를 유혹했다. 정은지는 "너무 맛있게 먹었다. 이번에 소품팀 분들이 요리를 너무 잘하시더라. 맛집이었다. 알탕을 찾아먹는 편이 아니었는데 촬영 이후로 알탕을 시켜 먹었다"고 귀띔했다.

 

[사진=IST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IST엔터테인먼트 제공]

 

◆ 술도녀, 세 친구, 그리고 강지구

정은지는 극중 이선빈, 한선화와 호흡을 맞추며 이 시대 여자들의 우정에 대한 진짜 이야기를 보여주며 호평을 받았다. 정은지는 두 친구와의 호흡에 대해 "매순간에 공감했고 부러웠다. 이런 친구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지금도 친구들이 있지만. 대학생 시절부터 해서 살아온 과정을 다 보고 그때 그때 추억할 수 있는 친구들. 이 셋이 그런 관계인 것 같아서 부러웠다"고 밝혔다.

이어 "리딩 때부터 재밌었다. 많은 분들이 재밌어하셨던 광장 싸움 신에서도 앞에 있는 감독님, 제작피디님이 너무 재밌어하시더라. 현장에서는 더 재밌었다. 진짜 술이 있고 맛있는 음식이 앞에 있고, 그 사이에 리딩도 하고 밥도 먹고 친해지면서 현장에 있다보니까 서로 대기시간에 얘기할 시간도 많았다. 이렇게까지 서로의 커피차 인증샷을 찍어주려고 갔던 현장이 없었다. 열정적인 분들이었다. 이 분위기 맛을 봐서 시즌2 촬영이 더 기다려지기도 한다"고 회상했다.

"처음에는 감자탕집 신이 엄청 길어졌어요. 주로 밤 촬영이 많아서 촬영이 늦게 시작하는데 새벽 4~5시까지 촬영을 했거든요. 그때 텐션 떨어졌을 때도 이 분들이 살리는 거 보면서 걱정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나나 잘하자'는 생각이었죠. 이번 드라마 하면서 선빈이, 선화언니랑 많이 친해지기도 했어요. 또래잖아요. 좋은 친구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긴 했어요."

시청자들에게 가장 리얼하고 생생한 순간을 담아냈다는 호평을 받은 장례식장 신은 정은지에게도 기억에 남는 장면이었다. 그는 "제일 마음 아팠던 건 소희 부친상 장례씩장이었다. 찍으면서도 얘기했던 게 젊은 사람들한테 예행연습 시켜주듯이 디테일하다는 게 인상적이었다. 장례 문화를 아는 것에 대해 두려움이 있지 않나. 댓글 보니까 '나중에 우리 헤메지 말라고 잘 알려주는 거 같다'고 하더라. 나만 느끼는게 아니구나 싶었다. 그런 하이퍼 리얼리즘도 저희 드라마의 매력 중에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사진=IST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IST엔터테인먼트 제공]

 

정은지는 극중 '강지구'로 분했다. 강지구는 어머니의 뜻에 따라 교사가 됐지만, 제자 세진의 극단적인 선택 이후 교사를 그만 두고 종이접기 유튜버로 전향한 인물이다. 정은지는 "완고 전에 대본을 접해서 서사 그리기가 너무 어려웠다. 좋아해 주실 거라고 예측 못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강지구 캐릭터 봤을 때는 신선하다고 느꼈다. 지금까지 해 보지 않은 표정으로 연기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 전에는 '외로워도 슬퍼도 일어날거고 고난과 역경 씹어먹을거다' 이런 캐릭터였지 않나. 고난, 역경 지난 후를 살아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면서 "방어가 강한 아이, 상처가 많은 아이라고 생각했다. 세진이의 죽음을 계기로 거꾸로 살아가기 시작한, 엄마와 반대로 걷기 시작한, 본인을 계속 찾는 중인 사람인 거 같았다"고 '강지구' 캐릭터에 대해 전했다.

웃음도 추억도 많은 '술꾼도시여자들'이었지만, 정은지는 "받은 게 많은 만큼 소모도 컸다"고 털어놨다. 그는 "작품 찍으면서 이렇게 우울해본적이 없었다. 지구의 것들이 내재돼 있어야 된다는 책임감이 있었다. 물론 웃고 떠들때도 있었지만 혼자 찍는 신, 혼자 집에 있을 때 캐릭터 영향을 받는게 이런거구나 꽤 느낀 작품이었다"고 고백했다.

"옥상 신 찍을 때는 살리는 신이라는 걸 알고 있어서 우울하지는 않았고, 절박한 마음뿐이었던 것 같아요. 정말 힘들었던 건 혼자 남겨졌을 때. 혼자 세진이 생각하면서 자책하는 신, 어머니를 맞닥뜨릴 때, 친구들이 베개 가지고 왔을 때 그 장면이 하루에 다 몰려있었거든요. 장례식장 신 같은 경우는 3일 내내 진짜 장례식장에 있었어요. 3일 내내 있으니까 더 현실감이 있더라고요. 마음이 많이 우울해지기도 했어요. 그 부친상, 세진이 신들 찍을 때 늘 계속 마음이 아팠어요. 집에 가서 혼자서 울었던 적도 많았어요."

마지막으로 정은지는 시청자들에게 "많이 이해해주신 것 같아서 감사하다. 처음 목적이 지구를 이해시키는 것이었다. 무례하다고 느낄 수도 있는 캐릭터라서 이 친구를 어떻게 잘 이해시킬 수 있을까 고민 많이 했는데 많은 분들이 이해해주셨다. 시즌2로도 뵐 수 있게 돼서 벌써 기대되고 감사하다. 그 사이에 다들 건강하셨으면 한다"고 진심을 전했다.

"시즌제로 진행되는게 반갑기도 해요. 지구가 행복하게 사는 걸 보고싶기도 하고. 고난과 역경을 많이 넣으실 거 같긴 한데(웃음). 술을 부르는 이유들이 다 셀 거 같아서 불안하기도 궁금하기도 해요. 어떻게 표현될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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