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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동' 푸이그, 기대와 우려 사이 키움 승부수 [프로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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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동' 푸이그, 기대와 우려 사이 키움 승부수 [프로야구]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1.12.10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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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키움 히어로즈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출신 외야수 야시엘 푸이그(31·쿠바)를 영입했다. 과거 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에서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의 동료로 뛰며 큰 인기를 끌었지만 이후 '악동' 이미지가 굳어진 푸이그를 향한 시선은 기대 반 우려 반이다.

키움은 9일 "푸이그를 새 외국인 타자로 영입했다"고 알렸다. 인센티브 없이 외국인선수 첫 시즌 연봉 총액 상한선 100만 달러(11억7800만 원)를 보장한다. 비자 발급 등 행정절차를 마친 뒤 2022 스프링캠프에 맞춰 입국, 내년에 KBO리그(프로야구) 무대를 밟는다.

푸이그는 2012년 국제 아마추어 자유계약을 통해 LA 다저스에 입단, 이듬해 MLB에 데뷔했다. 이후 2018시즌까지 6년 동안 다저스에서 활약한 뒤 신시내티 레즈,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를 거쳤다.

빅리그 통산 기록은 7시즌 861경기 3015타수 834안타 132홈런 441득점 415타점 타율 0.277이다. 올해는 멕시코리그에서 타율 0.312 10홈런 OPS(출루율+장타율) 0.926을 기록하고 수비상을 받으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푸이그가 내년 시즌 키움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는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푸이그가 내년 시즌 키움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는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고형욱 키움 단장은 "현지에서 푸이그의 경기를 보며 역시 기량이 뛰어나다는 생각을 했다. 티타임 등을 통해 몇 차례 직접 대화를 나눠보니 인격적으로도 많이 성숙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큰 무대를 향한 도전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기량 외적으로도 우리 선수단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키움은 지난해에도 테일러 모터를 방출한 뒤 푸이그 영입을 추진했다. 하지만 푸이그가 MLB에서 뛰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내면서 협상이 결렬됐다. 

거포 코너 외야수가 절실했던 키움은 실력이 검증된 푸이그 영입을 다시 시도했다. 고 단장이 도미니카공화국 윈터리그에서 뛰는 푸이그의 기량을 확인한 뒤 정식 제안을 했다. 푸이그를 1순위 후보로 점찍고 도미니카공화국에만 체류하며 계약에 공을 들였다는 후문이다.

키움은 구단 홍보 영상을 준비해 어필했다. 히어로즈를 거쳐 MLB에 입성한 강정호(무소속), 박병호, 김하성(샌이데이고 파드리스)은 물론 올해 와일드카드(WC) 결정전 당시 팬들의 응원 영상까지 고루 담았다. 또 이정후, 안우진, 김혜성 등의 영상을 보여주며 "젊은 선수들이 많은 우리 팀에 너의 리더십이 꼭 필요하다"고 설득했다.

지난 시즌과 달리 상황도 키움 편이었다. 직장폐쇄로 빅리그 구단과 협상 자체가 불가능해졌다. 현재로선 스프링캠프는 물론 내년 시즌 MLB 개막마저 장담할 수 없는 상황. 푸이그도 마음을 돌려 오랜 구애에 화답했다.

푸이그는 2013시즌 센세이션을 일으킨 뒤 메이저리그(MLB) 내셔널리그(NL) 신인상 투표 2위에 올랐다. [사진=EPA/연합뉴스]
한편으로 푸이그는 경기 외적으로 팀 분위기를 저해하는 행동을 할 때가 많아 '악동' 이미지가 굳어졌다. [사진=AFP/연합뉴스]

푸이그는 MLB에서도 맹위를 떨쳤던 자원이다. 2013년 데뷔 시즌 LA 다저스에서 104경기 19홈런 42타점 타율 0.319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지구 꼴찌였던 팀의 반등을 이끈 공을 인정받고 그해 내셔널리그(NL) 신인상 투표 2위를 차지했다. 초창기 근육질의 탄탄한 체구를 바탕으로 힘과 속도를 겸비해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국내 팬들에게도 같은 해 다저스에서 데뷔한 류현진의 절친으로 잘 알려졌다.

하지만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푸이그 특유의 악동 이미지 탓이다. MLB에서도 팀 분위기를 해친다는 평가 속에 가치가 서서히 하락한 케이스로 통한다. 독단적인 행동으로 물의를 일으킬 때가 많았다. 다저스 시절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와 끊임없이 마찰을 빚었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푸이그 때문에 생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나머지 선수들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시간을 들여야 했다"며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 성폭행 고소까지 당해 최근 거액의 합의금을 내는 등 끊임없이 구설에 올랐다.

푸이그는 여전히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지만 2019년을 마지막으로 빅리그에서 뛰지 못했다. 대외적으로는 부인했지만 한화 이글스, KIA(기아) 타이거즈, LG(엘지) 트윈스 등 KBO리그 다른 구단들도 영입 경쟁에 뛰어들었다는 해외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고형욱 단장은 "푸이그와 직접 만나 3시간 정도 대화했는데 이제 나이도 서른을 넘겼고 가정도 꾸린 만큼 혈기 넘치던 시절과 달리 침착하고 성숙해진 게 보였다"고 설명했다. 리세테 카르넥 에이전트 역시 "푸이그가 정신적 문제를 약물치료로 해결했다"고 자신했다. 구단은 푸이그가 빅리그 재진입을 노리는 상황에서 이미지 회복이 우선과제인 만큼 KBO리그에서 심기일전할 것이라며 기대하고 있다.

푸이그 영입에 성공한 키움은 올해 다승왕(16승)에 오른 기존 외인 투수 에릭 요키시(미국)와 재계약은 물론 새 외인 투수 한 명 영입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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