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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보물 하윤기, '수원의 봄' 향한 마지막 퍼즐 [프로농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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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보물 하윤기, '수원의 봄' 향한 마지막 퍼즐 [프로농구]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12.30 18: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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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21승 6패 승률 0.778. 수원 KT가 시즌 전 예상대로 우승후보 1순위 다운 위엄을 이어가고 있다. 프로농구(KBL) 출범 이후 이보다 강력했던 팀은 단 세 팀 뿐이었다.

더 무서운 건 기세다. 에이스 허훈이 부상에서 복귀한 뒤 치른 14경기에서 13승 1패로 압도적인 선두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허훈 하나만으로 KT 상승세를 온전히 설명할 순 없다. 괴물 신인 하윤기(22·수원 KT)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수원 KT 신인 센터 하윤기(가운데)가 빠르게 적응하며 팀 선두 질주에 큰 힘을 보태고 있다. [사진=KBL 제공]

 

허훈은 KT에 없어서는 안 될 상징 그 자체다. 2019~2020시즌 최우수선수(MVP)에 오른 그는 매 시즌 성장을 거듭하며 KT의 발전을 이끌고 있다.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부상으로 이탈했으나 지난달 중순 합류 후 팀은 완전체가 됐다. 

그러나 KT가 허훈 하나에 좌우되는 건 아니다. 허훈은 복귀 후 다소 들쭉날쭉한 성적을 보이고 있다. 한 자리수 득점이 4경기나 됐고 심지어 3점을 넣기도 했는데 팀은 모두 승리를 챙겼다.

전반적으로 팀이 더 있게 변했다. 동료들은 허훈 합류로 공격 리딩에 부담을 덜게 됐고 허훈에 상대 수비가 집중되는 사이 보다 편하게 점수를 쌓아가고 있다. 양홍석과 캐디 라렌이 제 몫을 해주고 있고 김동욱과 김영환 베테랑 듀오도 뒤를 든든히 받친다. FA 영입생 정성우의 활약도 기대를 웃돈다. 여기에 방점을 찍는 게 하윤기다.

시즌 초 23득점 포함 3경기 연속 두 자릿수 득점으로 강렬한 임팩트를 남겼던 그는 부침을 겪기도 했다.

팀이 완성도를 높인 3라운드 하윤기도 적응을 마친 것 같은 활약을 뽐내고 있다. 시즌 성적은 평균 20분22초 출전 7.5점 4.5리바운드를 기록 중인데 최근 5경기에선 10.4점 5.4리바운드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승현(왼쪽)을 앞에 두고 공격을 시도하고 있는 하윤기. 서동철 감독은 "이제 이승현이 하윤기를 상대할 때 거북해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사진=KBL 제공]

 

지난 28일 고양 오리온전은 하윤기의 달라진 존재감을 알 수 있는 기회였다. 고려대 선배이자 외국인 선수 수비를 주로 맡으며 ‘용수(용병 수비)’라는 별명까지 얻은 이승현과 매치업으로 눈길을 끌었다.

이승현은 신장은 197㎝로 빅맨 치고는 큰 편이 아니지만 빼어난 힘과 뛰어난 수비력이 일품인데 203.5㎝의 하윤기는 높이의 우위와 패기로 직속선배에 당당히 맞섰다. 하윤기는 14점 5리바운드 2블록슛 2스틸로 훨훨 날았다.

경기 후 강을준 오리온 감독도 “하윤기와 라렌의 높이를 극복하지 못했다. 그게 우리 선수들을 심리적으로 힘들게 했다”고 말했고 서동철 KT 감독은 “이제 이승현이 하윤기를 상대할 때 거북해하는 것 같다. 하윤기의 플레이는 흠잡을 데가 거의 없었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이승현도 14점 4리바운드 5어시스트 1스틸로 준수한 활약을 펼쳤으나 야투 성공률은 83%-41%로 큰 차이가 있었다. 누구보다 효율적이고 영리한 플레이를 펼치는 이승현이지만 이날만큼은 하윤기가 훨씬 효율적인 농구를 했다. 슛을 던질 때마다 하윤기의 높은 손이 그의 시야를 방해했다.

하윤기는 KT가 간절히 바라던 골밑 강화의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와 함께 KT는 창단 첫 정상 도전에 나선다. [사진=KBL 제공]

 

스스로도 만족스런 경기였다. 이승현에게 판정승을 거둔 그는 “안 밀릴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며 “승현이 형의 슛 성공률을 낮추려고 손을 눈앞에 가져다 놨는데 그게 통한 것 같다”고 밝혔다.

하윤기의 성장은 KT에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KT는 서동철 감독 부임과 함께 팀을 빠르게 성장시켰는데 이 과정에서 큰 비판도 감수해야 했다. 골밑 보강을 위해 이재도(창원 LG), 변준형(안양 KGC인삼공사) 등 포기했다. 이들은 공교롭게도 현재 각 팀 주전 가드로 맹활약 중이다. 반면 KT가 건진 건 박준영 정도. 그 또한 아직은 기대만큼 성장세가 더딘 편이다.

이번 신인 드래프트에서도 서 감독의 픽은 빅맨이었다. 대학리그 최대어인 이정현(오리온)이 있었지만 이미 가드진엔 허훈이 있었고 FA로 정성우까지 데려온 터였다. 박지원도 성장세를 그리고 있기에 KT의 빅맨 픽은 자연스런 선택이었다. 여기에 1순위 서울 삼성이 미래 가치를 보고 나이와 신장에서 보다 경쟁력이 있는 이원석(21·206.5㎝)을 택하며 원했던 자원을 손에 넣을 수 있게 됐다.

빠르게 자리를 잡으며 KT에 마지막 퍼즐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하윤기다. 올 시즌은 KT에 우승 적기다. 올 시즌을 마친 뒤 허훈의 군 입대가 예정돼 있다. KT는 2010~2011시즌 정규리그 우승 경험은 있으나 마지막엔 웃지 못했다. 마침 야구단 KT가 창단 후 첫 정상에 오른 뒤라 수원의 봄에 대한 기대감이 더 커진다. KT의 정상을 향한 질주. 기대에 버금가는 성장세와 함께 하윤기의 임무도 점점 막중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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