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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천명 당구왕', 쿠드롱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PBA 챔피언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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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천명 당구왕', 쿠드롱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PBA 챔피언십]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01.06 00: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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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샷 하나하나에 감탄이 뒤따랐다. 50대 중반을 향하는 나이에도 ‘3쿠션 4대 천왕’이라는 칭호에 걸맞은 품격을 보였다. 

프레드릭 쿠드롱(53·벨기에·웰컴저축은행 웰뱅피닉스)은 5일 경기도 고양 빛마루 방송지원센터에서 열린 조재호(42·NH농협카드 그린포스)와 2021~2022시즌 PBA(프로당구) 투어 5차전 NH농협카드 PBA 챔피언십 결승에서 세트스코어 4-1(15-6 15-3 11-15 15-1 15-12) 승리, 우승을 차지했다.

자타공인 PBA 최강자로 등극한 쿠드롱. 하늘의 명을 깨달은 지천명. 당구의 이치를 깨닫게 된 것일까.

프레드릭 쿠드롱이 5일 NH농협카드 PBA 챔피언십 결승에서 조재호를 꺾고 통산 4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사진=PBA 투어 제공]

 

토브욘 브롬달(60·스웨덴), 딕 야스퍼스(57·네덜란드), 다니엘 산체스(48·스페인)와 함께 세계 3쿠션계를 휩쓸었던 쿠드롱. 12차례 세계선수권에서 정상에 올랐고 세계 3쿠션월드컵에선 21회 우승을 거머쥐었다.

2019년 PBA 투어 출범과 함께 새로운 도전에 나선 쿠드롱. 15점 세트제와 뱅크샷 2점제 등 생소한 룰에 당황하기도 했으나 4번째 도전 만에 정상에 서더니 2년차엔 2차 투어에서 다시 우승을 차지하며 사상 첫 다승 주인공으로 등극했다.

지난해 11월 시즌 4차전 휴온스 대회에서 정상에 서며 매 시즌 한 차례씩 정상을 경험한 쿠드롱의 기세를 누구도 잠재울 수 없었다.

128강과 64강에서 한 세트도 내주지 않았던 쿠드롱은 32강에서 정경섭을 만나 풀세트 접전을 치르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코스타스 파파콘스탄티누(그리스), 임성균을 각각 3-1로 제압했다. 준결승에서도 이종주를 4-0 셧아웃시키며 기세를 높였다.

조재호를 상대로 에버리지 3.550을 기록, ‘웰뱅톱랭킹 톱에버리지’까지 차지하게 된 쿠드롱(오른쪽). [사진=PBA 투어 제공]

 

‘슈퍼맨’ 조재호와 소문난 잔치. 쿠드롱은 진가가 나타났다. 1,2세트 4이닝, 3이닝 만에 마무리하며 쾌조의 출발을 알렸다. 3세트 조재호의 반격에 한 세트를 내줬지만 페이스를 잃지 않았다. 4세트 선공으로 시작한 쿠드롱은 1이닝부터 8점을 몰아치며 앞서갔다. 조재호가 1득점했지만 더 이상 기회는 찾아오지 않았다. 쿠드롱은 2이닝 7연속 득점, 우승까지 단 한 세트만을 남겼다.

5세트 쫓고 쫓기는 승부가 연출됐다. 3이닝 쿠드롱이 역전에 성공했으나 조재호가 4득점, 10-7로 앞서갔다. 그러나 조재호에겐 많은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쿠드롱은 5이닝 2점, 6이닝 1점을 더하더니 쿠드롱은 7이닝 4연속 득점으로 2연속 우승이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우승상금 1억 원을 차지한 쿠드롱은 4번째 정상에 서며 자신이 세운 최다승 기록을 다시 한 번 갈아치웠다. 지난 시즌 월드챔피언십에서 우승상금 3억 원을 챙긴 사파타(4억3350만 원)를 넘어 누적상금에서도 4억5800만 원으로 전체 1위로 뛰어올랐다.

더불어 결승전 에버리지 3.550을 기록, 다비드 사파타(스페인)가 32강에서 세운 종전 1위(3.000) 기록을 넘어 단일 경기 최고 에버리지를 기록한 선수에게 주어지는 ‘웰뱅톱랭킹 톱에버리지’까지 차지하며 400만 원을 더했다.

PBA 투어 최다 상금과 최다 우승 기록을 갈아치운 쿠드롱은 "20대보다 40세 이후, 그리고 지금이 정신적인 면에서 더 강점이 있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사진=PBA 투어 제공]

 

당구만큼 나이에 크게 좌우되지 않은 스포츠도 없다고 하지만 세월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는 법이다. 그럼에도 최강자 자리를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쿠드롱은 “내 당구 전성기는 40대 이후부터였다”며 “몸이 불편하거나 아픈 곳이 없으면 멘탈에선 배우고 경험하며 컨트롤을 더 잘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이 오히려 장점이다. 20대보다 40세 이후, 그리고 지금이 정신적인 면에서 더 강점이 있다”고 말했다.

첫 시즌 두 차례나 64강에서 탈락하는 아픔을 겪었던 쿠드롱이지만 이젠 누구보다 높은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다. 빼어난 실력과 많은 경험 외에도 꾸준히 노력하는 자세가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

쿠드롱은 “다른 선수들보다 더 뛰어나다고 말하긴 어렵다. 다들 굉장히 노력을 많이 하고 우승을 하고 싶어한다. 모든 노력은 다 똑같다”면서도 “흡연도 하지 않고 술도 마시지 않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려고 노력한다. 연습량도 굉장히 많다. 이기기 위해서 평소에도 늘 그런 생활을 한다”고 전했다.

함께 4대 천왕으로 불리던 이들은 여전히 UMB(세계캐롬연맹)에서 활약하고 있다. 규정상 프로와 아마 무대를 동시에 누빌 수 없어 현재는 현실적으로 대결이 불가능한 상황. 이들과 다시 만나게 된다면 어떨까.

이들이 PBA로 뛰어든다고 해도 최강자 자리를 지킬 수 있느냐는 질문에 “노코멘트”를 외친 그지만 “같이 활약할 때도 충분히 잘했다. 그들과 함께 할 수 있다면 더 흥미롭긴 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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