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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된 92년생 기대주 '톱10'의 현주소 [김의겸의 해축돋보기(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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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된 92년생 기대주 '톱10'의 현주소 [김의겸의 해축돋보기(18)]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2.03.03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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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해버지(해외축구의 아버지)'로 통하는 박지성이 지난 2005년 7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에 진출한 이래 대한민국 축구팬들은 주말마다 해외축구에 흠뻑 빠져듭니다. 그 속에서 한 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흥미로울 법한 이야기들을 인물을 중심으로 수면 위에 끄집어내고자 합니다. 고성능 돋보기를 갖다 대고 ‘숨은 그림 찾기’라도 하듯. <편집자 주>

손흥민(30·토트넘 홋스퍼)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6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달성했습니다. 지난달 26일(한국시간) 2021~2022 EPL 27라운드 리즈 유나이티드와 원정경기에서 해리 케인의 도움을 받아 승부에 쐐기를 박았습니다.

2016~2017시즌부터 6시즌 연속 A급 공격수의 기준으로 여겨지는 리그 두 자릿수 득점 대업을 이룩한 것은 물론 단짝 케인과 리그 통산 37번째 골을 합작해내며 EPL 통산 최다합작골 신기록을 썼습니다. 첼시 레전드 프랭크 램퍼드-디디에 드록바(36골) 콤비를 밀어내고 역사에 이름을 아로새겼습니다.

손흥민은 숱한 이적설을 뒤로하고 토트넘에서 7시즌째 뛰며 구단 레전드로서 입지를 다졌습니다. 비록 데뷔 후 정규 대회에서 한 차례도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리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의 실력이나 명성을 폄하하는 한국인을 찾기는 힘들 것 같네요.

지난 2013년 국내에서 저명한 축구 해설위원으로 꼽히는 한준희 위원과 장지현 위원은 손흥민을 비롯해 1992년생 축구 유망주 10명을 선정한 바 있는데요. 두 위원이 선정한 '톱10'은 손흥민과 나이가 같은 선수들이다 보니 여전히 손흥민과 비교되기도 합니다. 이제는 서른이 된 선수들의 현 위치를 짚어보면 새삼 격세지감의 감정이 듭니다. 그들의 축구 인생은 아직도 오르막길 위에 있을까요. 아니면 이제는 내리막을 걷고 있을까요.

손흥민은 EPL 6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달성했습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손흥민은 EPL 6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달성했습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축구 천재 네이마르(오른쪽)가 유럽 정상을 찍고 발롱도르를 탈 수 있을까요. [사진=EPA/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현재 가장 발롱도르에 근접한 인물로 평가받는 모하메드 살라(오른쪽). [사진=EPA/연합뉴스]

◆ 네이마르 살라, 멀고도 험한 발롱도르의 길

이들 중 현재 가장 고점에 있는 선수 둘을 꼽자면 네이마르(파리 생제르맹·브라질)와 모하메드 살라(리버풀·이집트)가 아닐까 싶어요.

2014~2015시즌 바르셀로나에서 리오넬 메시(PSG), 루이스 수아레스(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함께 유럽을 제패했던 네이마르는 2017년 여름 메시 곁을 떠나 홀로서기를 시작했습니다. 역대 최고 이적료 2억2200만 유로(2980억 원)에 프랑스 리그1 최강 PSG로 향해 새 바람을 일으키고자 했습니다. 기대감이 상당했지만 아직까지 정점은 찍지 못했습니다. 유럽 정상을 수차례 노크 했지만 지금까진 번번이 고배를 마셨어요.

실력은 여전하지만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부상을 당해 제 몫을 하지 못할 때가 잦았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창궐해 일정이 축소됐던 2019~2020시즌 PSG에서 처음 UCL 결승에 올랐지만 당대 최강 바이에른 뮌헨의 벽을 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다시 메시와 의기투합했고, 올여름 이적이 유력한 킬리안 음바페와 함께 환상의 스리톱을 결성해 다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에 정복에 도전합니다.

살라는 올 시즌 유럽 전체를 통틀어 최고의 활약을 하고 있는 선수입니다. 리그 24경기 19골 10도움으로 득점과 도움 부문 모두 선두입니다. 지난 시즌 케인이 23골 14도움으로 양 부문을 석권했는데, 그 이상의 페이스입니다. 그 역시 최근 몇년간 꾸준히 세계 톱 클래스 기량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리버풀은 현재 선두 맨체스터 시티(맨시티) 보다 1경기 덜 치른 상황에서 승점 6 뒤진 2위인데, 올 시즌 리그와 UCL 결과에 따라 살라가 발롱도르를 탈 수 있다는 말이 나옵니다. 

다만 올해의 경우 최상위 국가대표팀 대회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이 개최되는 만큼 대표팀 성적 역시 중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자국 이집트를 이끌고 8강 이상은 해야 한다는 분석은 애석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네이마르 역시 월드컵에서 얼마나 큰 영향력을 끼치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입니다. 브라질이 더 강팀이라는 점에서 살라보다 유리해보이긴 합니다만 스포츠전문 베팅 사이트 오즈체커에 따르면 주요 도박사들은 살라가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뮌헨), 메시보다도 발롱도르에 근접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필리페 쿠티뉴는 지난 4년간 바르셀로나에서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했고, 이번 겨울 아스톤 빌라로 임대됐습니다. [사진=AP/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이스코(왼쪽) 역시 레알 마드리드에서 입지가 예전 같지 않습니다. [사진=AFP/연합뉴스]

◆ 쿠티뉴 이스코, 내리막길 걷는 천재들

필리페 쿠티뉴(아스톤 빌라·브라질), 이스코(레알 마드리드·스페인)는 커리어 정점을 이미 지난 듯합니다. 한때 축구계를 들었다놨다 하는 플레이메이커이자 크랙으로 통했던 그들의 발걸음은 이제 유럽축구 중심보다는 변두리를 향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리버풀에서 빛났던 쿠티뉴는 선망의 클럽 바르셀로나 일원이 됐지만 지난 4년간 강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습니다. 바르셀로나는 쿠티뉴를 영입한 2017~2018시즌부터 2시즌 연속 리그에서 우승했지만 최근에는 계속해서 UCL 4강에도 들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 시즌 14년 만에 처음 8강에도 오르지 못했으니 몰락의 길을 걷고 있는데, 쿠티뉴, 우스만 뎀벨레, 앙투안 그리즈만(AT 마드리드) 등 영입 자원들이 기대만큼 못해준 탓도 큽니다.

쿠티뉴는 공교롭게 뮌헨에 임대됐던 2019~2020시즌 생애 처음 빅 이어(UCL 트로피)를 들어올렸고, 당시 8강에서 바르셀로나를 8-2로 꺾을 때 후반 교체 투입돼 멀티골을 기록한 바 있죠. 올 시즌 메시마저 없는 바르셀로나는 리그 4위에 처지고, UCL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며 큰 위기를 겪고 있는데 그럼에도 쿠티뉴를 빌라로 보냈습니다. 사실상 전력 외 취급을 받고 있는 셈이죠.

이스코 역시 더 이상 레알의 핵심으로 분류되진 않습니다. 2013년 말라가에서 레알에 합류한 뒤 10년간 리그 2회, UCL 4회 우승한 팀 전성기의 주역이지만 이제는 부상과 노쇠화 속에 설 자리를 잃었습니다. 레알은 지금 라리가 1위지만 이스코는 258분 뛰는 데 그쳤습니다. 지난겨울 바르셀로나 이적설까지 나왔죠.

[사진=AFP/연합뉴스]
심장 제세동기를 달고 8개월 만에 피치로 돌아온 크리스티안 에릭센(왼쪽).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사진=AFP/연합뉴스]
마리오 괴체(오른쪽 두 번째)는 PSV 아인트호벤에서 뛰고 있습니다. [사진=AFP/연합뉴스]

◆ 괴체 에릭센, 통한의 부상

크리스티안 에릭센(브랜트포드·덴마크)과 마리오 괴체(PSV 아인트호벤·독일)는 공격 재능이 뛰어난 미드필더로 경기 흐름을 일순간에 바꿀 수 있는 선수로 통했습니다. 한편으론 부상에 발목 잡힌 천재라는 점에서도 공통분모가 있네요.

에릭센은 지난여름 유로 2020 조별리그를 치르던 중 갑자기 심장마비로 쓰러져 안타까움을 자아냈습니다. 응급조치로 의식을 회복한 그는 심장 제세동기 삽입 수술을 받았습니다. 몸 안에 부착된 기계가 심장 상태를 점검해 불규칙한 진동 등이 발생하면 전기 충격을 통해 정상 맥박을 찾도록 돕는 시술이죠. 

토트넘에서 EPL 최고 플레이메이커로 날아다녔던 그는 리그 우승 열망을 품고 세리에A 인터밀란으로 이적해 곧장 그 꿈을 이뤘지만 직후 열린 유로에서 불의의 사고를 당하면서 선수생활에 제동이 걸렸습니다. 그는 커리어 연장 의지를 내비쳤지만 세리에는 규정상 심장 제세동기를 단 선수가 뛸 수 없어 팀을 나와야만 했어요. 그래도 포기하지 않은 그는 이번 겨울 EPL 브렌트포드와 계약한 뒤 지난달 28일 성공적인 복귀전을 치러 박수갈채를 받았습니다. 

괴체는 2014 러시아 월드컵 아르헨티나와 결승전 연장에 결승골을 터뜨린 게 축구 인생 정점으로 기억될 전망입니다. 2012~2013시즌 도르트문트에서 10골 9도움 맹활약한 뒤 라이벌 뮌헨으로 이적하고, 독일 대표팀에서 월드컵에 입까지 맞추며 승승장구한 그는 이후 동 연령대 선수들보다 성장이 더뎠습니다. 신진대사 장애 등 부상 속에 기대만큼 크지 못했다는 평가가 따릅니다. 그래도 병마를 극복하는 등 담보로 하는 프로의식에는 엄지를 치켜세울만 합니다. 올 시즌 PSV에서 3골 2도움을 생산했습니다.

[AFP/연합뉴스]
레알에서 주전으로 견고한 활약을 펼치고 있는 티보 쿠르투아. [AFP/연합뉴스]
[AFP/연합뉴스]
바이에른 뮌헨에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뒤로하고 레알에서 새롭게 도전 중인 다비드 알라바(가운데). [EPA/연합뉴스]

◆ 쿠르투아 알라바 코케, 마드리드에서 이어가는 전성기

세계 정상급 골키퍼와 센터백으로 분류되는 티보 쿠르투아(벨기에)와 다비드 알라바(오스트리아)는 레알에서 화려한 커리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여전히 전성기에 있는 그들은 올 시즌 레알의 중심 멤버로 활약하며 리그 선두를 달리는 데 앞장서고 있죠. 

2017~2018시즌을 끝으로 첼시를 떠나 레알 유니폼을 입은 쿠르투아는 4시즌째 주전으로 골문을 지키고 있습니다. 2009~2010시즌 뮌헨에서 데뷔해 클럽에서 누릴 수 있는 영예는 모두 누린 알라바는 지난 여름 레알에 새 둥지를 틀며 새로운 도전을 알렸습니다. 레알의 상징과도 같던 세르히오 라모스(PSG)가 빠진 수비진에 안착, 안정적인 수비로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코케(AT 마드리드·스페인)는 변함 없이 레알의 라이벌 AT 마드리드에서 주장 완장을 달고 피치를 누비고 있습니다. 지난 시즌 알레띠(AT 마드리드 별칭)가 양강을 뚫고 라리가 순위표 가장 높은 곳에 안착할 수 있도록 힘쓴 그는 올해도 미드필더 전 지역에서 플레이에 관여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마드리드 연고 팀 소속은 아니지만 리카르도 로드리게스(토리노·스위스)를 언급하고 마치겠습니다. 손흥민과 마찬가지로 꾸준히 경력을 쌓아온 1992년생 선수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볼프스부르크(독일)와 AC밀란을 거쳐 이제는 토리노(이상 이탈리아)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알라바만큼의 명성은 쌓지 못했지만 지난 10년 정상급 리그에서 꾸준히 버텨왔다는 건 그의 성실성과 클래스를 말해줍니다.

지난 시즌 아틀레티코(AT) 마드리드를 라리가 정상에 올린 주장 코케. [사진=AFP/연합뉴스]
지난 시즌 아틀레티코(AT) 마드리드를 라리가 정상에 올린 주장 코케. [사진=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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