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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시 내놓는 로만, 러시아 지우는 스포츠계...실효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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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시 내놓는 로만, 러시아 지우는 스포츠계...실효성은?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2.03.03 09: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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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카밀라 발리예바(러시아)는 도핑 논란에도 불구하고, 피겨스케이팅 본선에 출전해 다른 참가자들의 노력을 다소 헛되게 만들었다. 앞서 러시아는 국가적 차원 도핑이 적발돼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국가명 사용을 금지 당했고, 선수들은 개인 자격으로 참가하고 있다. 

이번엔 스포츠를 넘어 국제사회의 질타를 받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민간인들의 사상을 발생시켰고, 나아가 핵무기 사용 위협까지 가했다.

연이은 실망스러운 행보에 스포츠계는 러시아를 부정하고 있다. 각 종목단체와 선수들은 러시아를 보이콧하고 나섰다. 

IOC가 지난달 28일(한국시간) 종목별 국제연맹과 각종 대회 조직위원회에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 및 관계자들의 참가를 불허하고, 러시아와 벨라루스에서 대회를 열지 말라고 권고한 이후 국제축구연맹(FIFA) 등 주요 국제 경기단체들이 징계를 속속 발표하고 있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러시아올리픽위원회(ROC) 소속으로 나와 은메달을 목에 건 러시아 아이스하키 대표팀. [타스/연합뉴스]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러시아올리픽위원회(ROC) 소속으로 나와 은메달을 목에 건 러시아 아이스하키 대표팀. [타스/연합뉴스]

◆ 종목단체, 러시아 지우는 데 합심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은 지난 1일 "러시아와 벨라루스에 대해 앞으로 별도 발표가 있을 때까지 국제 대회 출전을 금지한다"며 "2023년 러시아에서 열릴 예정이던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 개최권도 박탈한다"고 밝혔다. 올해 8월 자국에서 세계주니어선수권을 개최하는 캐나다는 이 대회에 러시아 출전을 허용하지 않는다.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역시 이날 "러시아와 사업적 관계를 모두 중단한다"며 "앞으로 러시아에서 경기를 개최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국제배구연맹(FIVB)과 국제체조연맹(FIG), 국제유도연맹(IJF)은 IOC 요청에 호응해 올해 러시아에서 열기로 한 대회를 취소했다. 세계태권도연맹(WT)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태권도 명예 단증을 철회하고 러시아와 벨라루스에서 연맹 주최 대회를 열지 않기로 했다. 두 나라는 각국 협회 소속으로만 WT 주관 대회에 나올 수 있고, 국기와 국가 사용은 불가능하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도 두 나라 선수들의 국제대회 출전을 금지하는 징계안을 발표했다. 러시아 선수들은 당장 이달에 열리는 스피드스케이팅, 쇼트트랙, 피겨스케이팅 세계선수권에 출전할 수 없다. 세계레슬링연맹(UWW)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 벨라루스를 국제무대에서 퇴출했다.

국제럭비연맹(WR), 유럽핸드볼연맹(EHF) 역시 마찬가지. 이밖에 국제농구연맹(FIBA), 국제스키연맹(FIS), 세계육상연맹(WA) 등 많은 종목 단체들이 뜻을 같이하고 있다. 국제자동차연맹(FIA)도 올 시즌 포뮬러원(F1) 월드 챔피언십 러시아 그랑프리를 개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인판티노 FIFA 회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AP/연합뉴스]
잔니 인판티노(왼쪽) FIFA 회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AP/연합뉴스]

◆ 러시아, 월드컵-챔피언스리그 못 나온다

특히 러시아는 올림픽과 양대산맥인 FIFA 월드컵에서도 지워진다. FIFA는 1일 "앞으로 추가 공지가 있을 때까지 러시아 국가대표와 클럽 팀의 FIFA 주관 대회 출전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유럽축구연맹(UEFA)과 공동으로 내린 조치다. 

FIFA가 정치적인 이유로 회원국의 월드컵 출전을 금지한 건 1994년 미국 월드컵 당시 국제연합(UN) 제재를 받은 유고슬라비아 이후 28년 만이다. 이 앞서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인종차별 정책으로 인해 1964년과 1976년, FIFA 대회 출전이 금지된 바 있다.

이로써 러시아는 이달 24일 계획된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유럽 예선에 출전할 수 없다. 러시아는 폴란드와 플레이오프(PO)를 벌여 승리할 경우 스웨덴-체코 경기 승자와 격돌해 본선 티켓을 다툴 예정이었다. 러시아와 만나거나, 상대할 가능성이 있는 폴란드, 스웨덴, 체코는 이미 러시아와 경기를 거부했다.

UEFA 클럽 대항전인 유로파리그(UEL) 16강에 진출한 러시아 클럽 스파르타크 모스크바는 실격 처리된다. 앞서 UEFA는 러시아 에너지 기업 가즈프롬과 2024년까지 맺은 연 4000만 유로(540억 원)에 이르는 후원 계약을 중단하기로 했다. 올해 챔피언스리그(UCL) 결승전 개최지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프랑스 파리로 변경됐다.

AP통신은 "이번 FIFA와 UEFA 징계에 러시아축구협회가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할 수 있다"고 전망하며 "선수들이 월드컵 출전을 꿈꾸며 노력해왔지만 안타깝게 됐다"는 발레리 카르핀 러시아 축구대표팀 감독 말을 전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스페인 라리가, 독일 분데스리가, 프랑스 리그1 등 유럽 빅리그들은 공개적으로 우크라이나를 지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가대표 올렉산드르 진첸코가 몸 담고 있는 맨체스터 시티(맨시티)는 지난달 27일 우크라이나 국기와 '전쟁은 안 돼(No War)'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경기장에 등장했고, 상대 팀 에버튼 선수들도 우크라이나 국기를 몸에 둘렀다. 유럽 전역의 축구장에서 러시아를 지탄하고 우크라이나를 응원하는 걸개를 발견할 수 있다.

러시아 출신 아이스하키 스타 오베치킨이 전챙을 멈추라며 평화를 호소했다. [AP/연합뉴스]
러시아 출신 아이스하키 스타 알렉산드르 오베치킨이 전챙을 멈추라며 평화를 호소했다. [AP/연합뉴스]

◆ "전쟁 멈춰" 평화 호소하는 스포츠인사들

개인 영향력을 활용해 국제사회에 목소리를 내는 선수들도 많다.

우크라이나 피란민들을 맞아들이는 인접국가 폴란드 출신 테니스 선수 이가 시비옹테크는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대회에서 우승한 뒤 "지금은 내 우승을 기뻐할 때가 아닌 것 같다"며 "우크라이나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을 응원한다. 이런 일들이 지금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믿기 어렵고, 모두가 끝까지 안전하기를 희망한다"고 걱정했다.

러시아 출신 스포츠 스타들도 자국에 전쟁을 반대한다며 부르짖었다. 아이스하키 스타 알렉산드르 오베치킨(워싱턴 캐피털스), 남자프로테니스(ATP) 세계랭킹 1위 다닐 메드베데프, 7위 안드레이 루블료프 등이 평화를 갈망했다. 우크라이나 출신 육상 여자 높이뛰기 '떠오르는 별' 야로슬라바 마후치크는 국제 사회에 조국을 지지해달라고 요청했다.

영국 정부로부터 제재 압박을 받아온 러시아 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는 결국 첼시를 매각하게 됐다. 2003년 구단을 인수해 유럽 명문 반열에 올린 이래 19년만이다. 아브라모비치 전 구단주는 우크라이나 전쟁 희생자들을 위한 자선재단을 설립, 구단 매각으로 남은 순수익을 모두 기부하겠다고 말했다. 또 약 15억 파운드(2조4000억 원)로 알려진 대여금을 구단으로부터 돌려받지 않겠다고 했다.

전 세계에서 전쟁에 반대하며 러시아의 침공을 비판하고, 우크라이나에 응원을 보내고 있다. [사진=AP·AFP·로이터/연합뉴스]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러시아 규탄 시위 현장. 푸틴 대통령은 아돌프 히틀러 나치독일 총통에 비교되고 있다. 반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영웅으로 묘사됐다. [AFP/연합뉴스]

◆ 스포츠계 제재, 러시아 정말 압박할 수 있나

이쯤되니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가하는 스포츠 분야 징계 효과가 적지 않다는 분석이 따른다. 

AFP 통신은 스포츠 분야 전문가들과 인터뷰를 기반으로 푸틴 대통령에 상당한 타격이 가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2014 소치 동계올림픽, 2018 러시아 월드컵을 차례로 개최해 국가 이미지와 푸틴 대통령 권위가 동반 상승하는 효과를 경험했지만 그 훈훈했던 여운이 사라져 내부적으로 대가를 치를 것이란 전망이다.

마이클 페인 전 IOC 마케팅 국장은 "스포츠는 늘 사회에 엄청난 영향을 끼쳐왔다"며 "남아공 정권이 흑백인종분리정책(아파르트헤이트)을 폐지하는 데 경제 제재보다 스포츠 제재가 더 큰 영향을 끼쳤다"고 돌아봤다. 그는 "푸틴 대통령은 다른 나라 시선에 관심도 없겠지만, 러시아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신경 써야 한다"며 "국민 지지를 잃으면 게임은 끝난 것이다. 스포츠계 행동은 러시아 국민들에게 매우 큰 영향을 줄 잠재력을 지녔다"고 설명했다.

휴 로버트슨 영국올림픽위원장도 "스포츠는 전제주의 정권에 무척 중요하다"며 "(스포츠 제재로) 잠재적으로 경쟁할 수 없다는 사실이 러시아에 큰 충격을 줄 것"이라고 예측했다. 루블료프(테니스), 오베치킨(아이스하키) 등 러시아 출신 스타들의 평화 호소도 한 몫 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스포츠 제재 실효성에 의문부호를 다는 시각도 있다. 역으로 전제국가 특성상 제재가 잘 통하지 않으리라는 판단에서다. IOC 마케팅 부서에서 오래 일한 테런스 번스는 "러시아 국민이 진짜 뉴스를 보고 읽고 들을 것이라는 추정인데, 난 이를 믿지 않는다"며 "러시아 정부는 자국을 미국과 서방이 이끄는 거대한 음모의 희생양으로 묘사할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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