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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정-김아랑 어쩌나, 쇼트트랙 대표팀 '심석희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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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정-김아랑 어쩌나, 쇼트트랙 대표팀 '심석희 딜레마'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03.03 09: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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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한국에 가장 많은 메달을 안겨줬으나 여전히 가장 많은 고민에 사로잡혀 있다. 쇼트트랙 대표팀이 올림픽 후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민정(24·성남시청), 심석희(25·서울시청), 이유빈(21·연세대), 서휘민(20·고려대)으로 구성된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 여자 선수들은 2일 충북 진천선수촌에 입촌했다.

그러나 분위기는 여느 때와 다르다. 2개월 대표팀 자격 정지 징계를 받고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했던 심석희가 합류했기 때문. 벌써부터 불편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심석희(왼쪽)와 최민정이 대표팀 동료로서 다시 한솥밥을 먹게 됐다. 최민정은 연맹에 심석희와 불필요한 접촉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해줄 것을 요청했다. [사진=연합뉴스]

 

특히 최민정과 심석희의 관계가 걱정이다. 둘은 세계 쇼트트랙을 호령했던 에이스 듀오였다. 2018년 평창 대회 때는 3000m 여자 계주 금메달을 합작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둘 사이가 완전히 달라졌다. 심석희와 전 대표팀 코치 A가 평창 올림픽 때 주고 받은 메시지가 공개됐고 심석희는 동료들을 헐뜯는 대화를 일삼았다. 김아랑(27·고양시청)과 이유빈(21·연세대) 등을 향한 원색적으로 비난했고 팀 내 라이벌이었던 최민정을 향한 노골적인 적대감도 드러냈다.

특히 최민정을 향해서는 중국 선수가 이기는 것이 낫고 다른 선수들이 반칙으로 최민정을 탈락시켜주기를 바랄 정도로 적개심을 나타냈다. 

심지어 자신이 이기지 못할 것 같으면 최민정을 넘어뜨리겠다는 식의 대화도 오갔고 실제로 심석희는 평창 대회 여자 1000m 결승에서 추월하려는 최민정을 밀쳐냈다. 심석희는 실격을 당했고 최민정은 넘어지며 메달권 밖으로 밀려났다. 고의성을 입증하지 못해 이 부분에 대해 징계를 받지는 않았으나 최민정으로선 트라우마가 커질 수밖에 없는 기억이다.

최민정은 소속사를 통해 고의 충돌 의혹을 명확하게 밝혀달라고 호소했다. 당시 심석희가 사과를 이유로 끊임없이 연락을 시도하고 있고 이런 행동 자체가 고통스럽다고 힘겨워했다. 이에 빙상연맹은 선수 보호 차원에서 심석희를 대표팀에서 제외했다.

2일 심석희의 입촌을 반대하는 트럭시위를 진행 중인 팬들. [사진=연합뉴스]

 

선수들의 입촌이 예정된 2일 진천선수촌 앞에는 심석희의 합류를 반대하는 메시지를 담은 트럭시위가 열리기도 했다. 심석희의 대표팀 복귀 소식 후 최민정 또한 선수촌에 입촌하겠다는 뜻을 전했는데 과거의 안 좋은 기억을 완전히 털어버린 것은 아니다.

최민정의 소속사 올댓스포츠는 “최민정은 그동안 특정 선수의 고의충돌 의혹과 욕설 및 비하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았고 훈련 혹은 세계선수권대회 기간 특정 선수의 보복행위가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느끼는 상태”라며 “특정 선수가 사과를 앞세워 최민정에게 개인적인 접근 및 만남 시도를 하지 않도록 사전에 방지하고자 한다. 훈련 이외의 장소에서 불필요한 연락과 접촉이 발생하지 않도록 연맹과 대표팀에 요청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여기에 최민정이 믿고 의지하는 맏언니 김아랑(27·고양시청)의 부재는 더 뼈아프게 다가올 예정이다. 고양시청에 따르면 김아랑은 지난 1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했고 2일 확진 판정을 받아 격리에 들어갔다. 일주일 동안 격리생활을 이어가야하기 때문에 8일에서야 훈련을 재개할 수 있다.

이 가운데 당초 오는 18일부터 20일까지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릴 예정이던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가 4월초로 연기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세계선수권은 올림픽 다음으로 큰 대회고 한 시즌을 마무리하는 의미 있는 이벤트다.

대회가 미뤄진다는 것은 함께 훈련해야 하는 기간이 길어진다는 것이기도 하다. 대표팀은 2일 입촌해 3일 오전부터 훈련을 진행하고 13일 캐나다로 출국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대회 연기가 확정될 경우 이 기간이 2주 가량 더 늘어난다.

아직 세계선수권 진출 여부를 확정짓지 못한 김아랑의 합류 가능성이 커진다고 볼 수는 있으나 그 또한 험담의 피해자로서 심석희와 불편하긴 마찬가지. 유종의 미를 위해 세계선수권 준비에 나선 대표팀에 여러 가지 악재가 뒤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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