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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서울 콘서트, 잠실 물들인 고요한 보랏빛 [Q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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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서울 콘서트, 잠실 물들인 고요한 보랏빛 [Q리뷰]
  • 김지원 기자
  • 승인 2022.03.11 19: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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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지원 기자] "아미 여러분, 모두 박수 질러!" 함성은 없었지만, 관객이 있었다. 2년 반만에 다시 잠실 주경기장에서 만난 방탄소년단과 아미, 공연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관객이 꼭 필요하다는 사실이 새삼 다가오는 순간을 함께했다.

10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단독 콘서트 ‘BTS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 - 서울(BTS PERMISSION TO DANCE ON STAGE – SEOUL)’ 첫날 공연이 열렸다.

네 번째 정규앨범 '맵 오브 더 솔 : 7'(MAP OF THE SOUL : 7) 발매 기념으로 개최하고자 했던 2020년 4월 공연이 취소된 지 약 2년 만이자, 2019년 10월 잠실 주경기장에서 마지막 서울 콘서트가 열린 지 2년 반 만의 공연이다. 다시 이곳 주경기장으로 돌아온 방탄소년단은 "여러분들이 앞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회가 새롭다"는 소감을 전했다.

 

[사진=빅히트뮤직 제공]
[사진=빅히트뮤직 제공]

 

'We don't need permission', 갑갑한 감옥을 벗어나는 듯한 퍼포먼스와 함께 웅장한 '온(ON)' 무대로 공연의 포문을 연 방탄소년단은 '불타오르네', '쩔어'까지 연이어 선보이며 현장 분위기를 뜨겁게 달궜다. 락 편곡으로 듣는 재미를 더한 '디엔에이(DNA)', 대규모 댄서 군단과 함께 백조의 도약을 연상시키는 퍼포먼스를 선보인 '블랙 스완(Black Swan)'까지 다채로운 무대로 눈을 뗄 수 없는 공연을 이어갔다.

이날 공연은 기존 객석 규모의 1/4 정도인 1만 5000여명이 입장했으며, 무엇보다 방역 지침 준수를 위해 함성이 금지됐다. 아미들은 함성과 응원법 대신 플랜카드를 접어 만든 클래퍼를 이용해 호응했다. 멤버들은 여러 제약이 겹친 공연에 아쉬움을 드러내면서도, 이 순간 같은 공간에서 서로를 마주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는 마음을 표현했다.

진은 "하고 싶은 말이 많을 거다. 눈만 보고 있어도 충분히 잘 전달된다. 끝까지 잘 지켜봐주시면 좋겠다"고, 슈가는 "저희도 함성 없는 공연 처음이다. 평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혹여나 저희가 '소리 질러'라고 해도 마음 속으로만 해달라"고 함성 없는 공연에 대한 소회를 전했다.

 

[사진=빅히트뮤직 제공]
[사진=빅히트뮤직 제공]

 

'피 땀 눈물', '페이크 러브(FAKE LOVE)'로 강렬한 '칼군무'를 선보이면서도, '삶은 계속된다'는 위로의 메시지를 담은 '라이프 고즈 온(Life Goes On)', 리얼 밴드의 등장으로 색다른 느낌을 더한 '작은 것들을 위한 시(Boy With Luv)', '다이너마이트(Dynamite)', '버터(Butter)' 무대를 연이어 펼치며 축제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무대 틈틈이 VCR로 '춤은 마음 가는 대로, 허락 없이 마음껏 춰도 된다'라는 콘서트의 핵심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이날 공연은 지난 LA 공연 때처럼 대형 LED를 설치해 관객과의 거리를 좁히고, 온라인 콘서트에서 선보인 화려한 미술 세트나 소품, AR(증강현실)이나 XR(확장현실) 같은 고도화한 기술보다는 관객과의 '만남' 그 자체에 집중했다. 세트 리스트 역시 오랜만에 서울에서 열리는 대면 콘서트인 만큼 솔로곡보다는 일곱 멤버가 무대 위에서 함께 할 수 있는 곡들로 채워졌다.

팬들을 만날 때 가장 행복하다는 진솔한 고백이 담긴 '잠시', '아웃트로 : 윙스'(Outro : Wings)를 열창하며 이동차를 탄 방탄소년단은 관객석에 자리한 모든 팬들과 눈을 맞추기도 했다. 본 무대로 돌아와 내적 댄스를 유발하는 EDM 장르 곡 '소 왓'(So What), 국악 장단과 추임새가 특징인 '아이돌(IDOL)'을 선보인 멤버들은 "같이 뛰어야 하는데"라며 아쉬움을 전하다가도 폭발적인 에너지로 관객들이 대리만족할 수 있는 무대를 완성했다.

 

[사진=빅히트뮤직 제공]
[사진=빅히트뮤직 제공]

 

공연장이 잠시 암전되고 '소우주'에 맞춰 함께 클래퍼를 치는 '아미 타임' 이벤트에서는 1만 5000명 팬들이 하나되는 장관이 펼쳐졌다. 이어진 앙코르곡은 팬들이 있는 곳을 외롭고 힘들 때 돌아가고 싶은 '집'에 비유한 '홈(HOME)' 이었다. 전광판에 스크린에 보랏빛 별처럼 띄워진 팬들의 이름은 모여서 ‘아미’ 마크가 됐다. 뒤이어 펼쳐진 슬로건 이벤트와 '아미밤' 파도타기 등은 관객 역시 공연을 만드는 일부라는 사실을 상기시키는 순간이었다.

이날 "2년 반동안 마냥 잘 지내지만은 못했다"고 운을 뗀 제이홉은 "그동안 뭐라도 해보고자 우리끼리 무대 꾸미며 관객 없이 열심히 해 왔는데 사실 그게 너무 힘들었다. 그래도 공연은 가수와 관객이 한 자리에 있어야 완성된다는 느낌이 들었다. 오늘 와서 제 마음을 완벽하게 씻어주셔서 감사하다. 여러분들이 주신 힘을 받아서 더 열심히 하겠다"고 눈물을 훔쳤다.

뷔는 "2년 반만에 콘서트라 정말 많은 기대를 하고 신나게 놀아야 겠다고 결심했다. 아미분들의 목소리 대신 박수 들으니까 정말 다음에는 기필코 아미분들의 목소리를 들을 테다 목표가 생겼다. 내일 모레, 글피 남았으니 행복한 시간 만들자"고 말했다.

"아미를 못 본 지 23년은 된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떤 정국은 "엔딩 멘트를 오래 고민했는데 길게 말 못하겠다. 너무 보고 싶었고 지금 이 순간이 너무 행복하다. 여러분들의 표정이나 목소리 들을 수 없지만 저희 덕분에 행복한 시간 됐으면 한다. 오늘 너무 행복했다. 앞으로 행복한 날들 많이 만들었으면 좋겠다. 이제 시작"이라고 기쁜 마음을 전했다.

슈가는 "2년 반만에 다시 주경기장에 오게 됐다. 꼭 다시 만날 때는 가득 채운 주경기장에서 뛰어놀고 싶었는데 그렇지 못해서 죄송하고 아쉬운 부분이 있다. 더 좋은 날 있지 않겠습니까. 정말 오늘 즐겁게 즐겨주셔서 감사드리고 온라인으로 보고 계신 분들도 너무 감사드린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사진=빅히트뮤직 제공]
[사진=빅히트뮤직 제공]

 

지민은 "사운드 리허설 할 때 기분이 이상하더라. 확실히 고향에 돌아왔다, 집에 돌아왔다는 느낌이었다. 여러분 소리도 못 내시는데 어쩌지 했는데 앞에서 클래퍼를 격하게 쳐주셔서 마음이 다 풀렸다. 에너지 너무 잘 받았다. 그 동안 아쉽고 힘들었던 감정들이 없어져서 좋았다. 추운데 와주셔서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열심히 하겠다"고 전했다.

진은 "저희가 이 콘서트 준비를 굉장히 많이 했다. 미국에서 했던 큐시트를 바꿔야 할까, 가져가야 할까 얘기를 하다가 한국 아미 여러분께 보여드려야 하니 크게 바꾸는 건 아닌 것 같다고 의견을 모았다. 오늘 무대 마음에 드셨냐"고 물었고 아미들은 클래퍼 소리로 화답했다.

마지막으로 알엠은 "지긋지긋하던 언택트가 끝이 나긴 난다. 있을 때는 몰랐다. 사람들 보고 에너지 받고, 같이 뛰고 말하고 사랑한다고 할 때는 당연한 거였는데 없을 때는 너무 힘들었다. 많이 오실 수 없고 제한된 상태에서 하는 게 속상하지만 그래서 나머지 여백을 채우자는 마음으로 결연하게 올라왔다. 해 보니까 비대면보다 훨씬 낫다"

이어 "'홈'을 부른 게 정말 의미가 있었다. 여기가 제 진정한 고향 아니겠냐"며 "나중에 돌아보면 얼마나 웃기겠냐. 공연 보면서 말도 못 하고. 그래서 더 재밌게 놀 수 있는, 역사에 이런 콘서트도 있었다 추억할 수 있는 공연이 될 것 같다. 최고의 안줏거리를 선사한 역사적 공연을 즐겨주셔서 감사 드린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알엠은 "저희가 더 좋은 모습으로, 이곳 잠실 주경기장에서 다시 만날 때까지 여기서 기다리겠다는 약속 믿고 여기까지 와주셔서 감사드린다"며 "여러분이 있기에 완성되는 무대다. 각자의 공간에서 몸으로 마음으로 우리와 함께 춤춰주셨으면 한다"고 외치며 엔딩곡 '퍼미션 투 댄스' 무대를 선보였다. 

첫날 공연을 무사히 마친 방탄소년단은 오는 12~13일 저녁 6시 서울 송파구 잠실 종합운동장에서 2, 3회차 공연을 이어간다. 12일 공연은 영화관에서 콘서트를 보는 '라이브 뷰잉'으로, 13일 공연은 글로벌 팬 커뮤니티 플랫폼 위버스 '온라인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전 세계에 생중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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