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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가영표 '독기+멘탈', 당구여제는 더 성장했다 [LPBA 월드챔피언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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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가영표 '독기+멘탈', 당구여제는 더 성장했다 [LPBA 월드챔피언십]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03.28 1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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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흠 잡을 데 없는 이도류. 포켓볼 세계 정상에 올랐던 김가영(39·신한금융투자 알파스)이지만 스스로 한계를 뛰어넘었다. 스리쿠션에서도 ‘퀸’이라는 칭호를 얻으며 ‘당구 여제’ 즉위식을 가졌다.

김가영은 28일 경기도 고양시 빛마루방송지원센터에서 열린 2022 SK렌터카 LPBA 월드챔피언십 결승에서 스롱 피아비(32·캄보디아·블루원리조트 엔젤스)를 세트스코어 4-1(11-7 6-11 11-5 11-1 11-1)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올 시즌 한 차례 우승과 준결승에 진출했던 김가영은 이번 대회 우승으로 상금 7000만 원을 보태며 누적 1억5270만 원으로 상금랭킹 1위로 올라섰다. 포켓볼 세계 1위의 놀라운 변신. 동료들도 혀를 내두르는 독기와 꾸준함이 그를 여제에 자리에 올려놨다.

김가영이 28일 2022 SK렌터카 LPBA 월드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누적 상금 랭킹 1위로 등극했다. [사진=PBA 투어 제공]

 

‘포켓볼 여제’ 세계 최정상에 섰던 김가영은 2019년 과감한 변신을 시도했다. 프로당구(PBA 투어) 출범과 함께 초청 선수 자격으로 스리쿠션에 도전한 것. 처음 스리쿠션으로 큐를 잡았고 우승 이력도 있었으나 포켓볼 선수로서 화려한 커리어를 뒤로 하고 선택할 만큼 안정적인 선택지는 아니었다.

PBA 투어에 등록하며 세계캐롬연맹(UMB) 대회 출전길도 막혀 사실상 완전한 전업선언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만큼 의지가 강했다. 적응기에 나섰던 김가영은 첫 시즌 5차 대회에서 우승하며 스리쿠션도 순식간에 석권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후 부침을 겪었다.

지난 시즌 두 차례 준결승에서 탈락했고 특히 월드챔피언십에선 김세연(휴온스 헬스케어 레전드)에게 앞서가다 역전을 허용하며 고개를 떨궜다. 뒷심이 아쉬웠다.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다가도 마지막에 아쉬움을 자아냈다. 올 시즌 개막전에서도 결승에서 피아비를 만나 첫 세트를 잡고도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포켓볼에서 활약할 때와는 분명히 다른 무언가가 있었다. 포켓볼을 시작하고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하기까지 8년. 그러나 PBA 투어에 뛰어든 뒤 너무 빠르게 우승을 차지했다. 기대 이상 성과였지만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았다.

김가영은 “포켓볼 때는 밑에서부터 차곡차곡 쌓아가 정상에 섰기에 불안하지 않았지만 스리쿠션 프로에 와서는 (우승을) 해놓고도 불안했다”며 “내 실력이 올라온 것 같기는 한데 잠깐 좋은 것은 아닌가 불안감이 한 번씩 드러났다. 그래서 준결승까지 잘 치다가도 스스로 무너지며 망친 결승전이 많았다”고 돌아봤다.

포켓볼에 이어 스리쿠션에서도 여제로 등극한 김가영. 그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꾸준함과 멘탈을 비결로 꼽았다. [사진=PBA 투어 제공]

 

그러나 3전4기 끝에 정상에 선 지난 1월 NH농협카드 대회 이후 벽을 하나 넘은 것 같이 보였다. 마지막 투어였던 웰컴저축은행 웰뱅 대회에서도 준결승에 진출하며 뛰어난 경기력을 이어갔다.

32강에서 3전 전승, 에버리지 1.269로 가장 뜨거운 샷감을 보인 김가영은 16강에서 이유주, 8강에서 이우경을 제압하고 준결승에서 차유람을 만났다. 첫 두 세트를 내주고 고전했지만 놀라운 집중력을 앞세워 3시간여 혈투를 벌이며 연달아 4세트를 잡아내고 대역전극을 써냈다.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 건 그의 천적 피아비. 올 시즌에만 세 차례 만났는데 개막전 결승을 비롯해 모두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전날 잘 풀리지 않았던 김가영은 오히려 힘을 빼기로 결심했다. 김가영은 “대회 때 생각과 고민이 많은 편이고 몸 푸는 시간도 길게 갖는다. 샷할 때도 생각도 많다”면서도 “오늘은 최대한 생각을 안하려고 했다. 연습도 몸 푸는 정도로만 30분 가량 했다. 최대한 덜어내려고 했다. 그동안은 스스로를 못 믿었던 것 같은데 그런 게 역효과가 났다고 생각했고 나를 믿고 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내려놓자 오히려 길이 보였다. 지금까지 연습하며 쌓아온 실력을 믿었다. 한 세트씩 주고 받은 뒤 맞은 3세트. 5-5 동률이던 5이닝 이후 피아비가 6연속 공타에 허덕였고 김가영은 침착히 점수를 쌓아가며 우뤼를 점했다. 4세트에도 피아비가 단 1점만을 내며 헤매는 사이 7이닝 만에 세트를 마무리했다.

5세트. 피아비가 정신 차릴 틈을 주지 않았다. 1,2세트 점수를 따낸 김가영은 피아비에게 3번째 기회를 주지 않았다. 이날 최다인 하이런 9득점, 세계 최정상에 올라섰다.

김가영은 "종목을 안 가리고 잘 친다라고 생각해도 될까 싶다. 너무 잘난 척인가. 느끼는 건 공의 원리는 다 같은 것 같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사진=PBA 투어 제공]

 

꾸준함이라는 강력한 무기가 있기에 가능한 결과였다. “20년 이상 꾸준히 큐를 잡았고 1년을 진행하면서 한 달에 이틀 이상 쉰 적이 없는 것 같다”는 그는 “일 있고 스케줄 있어도 큐는 늘 놓지 않으려고 했다”고 전했다.

입버릇처럼 책임감에 대해 강조한다. 편히 쉬려고 마음먹어도 몸이 스스로 움직였다. “이번 대회 끝나면 일주일 쉴거라고 했는데, 주변에선 다 한 이틀 지나면 나올 것이라고 말하더라”고. 그만큼 누구보다 독하게, 큐를 놓지않으려고 애썼고 그러한 노력이 지금의 여제를 만든 밑거름이 됐다.

남다른 멘탈도 한몫했다. 스리쿠션에선 선배인 선수들도 김가영의 평정심에 대해 감탄하곤 한다. 수 많은 세계대회를 경험하고 정상에 서며 쌓인 것들. 김가영도 “멘탈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연습할 땐 잘하는데 대회만 나오면 작아지는 ‘연습용 선수’가 있다. 나도 그랬다”며 “기술은 말할 것도 없지만 연습 때 하던 걸 발휘하려면 멘탈이 중요하다”고 우승 비결을 전했다.

지난 6차 대회 우승이 그에게 큰 성장 동력이 됐다. “기술적으로도 1년 지날 때마다 에버리지나 테크닉이나 이해도도 많이 좋아졌고 경험도 많이 쌓였다”며 “지금은 3년 이라는 기간이 누적된 거니까 그 안에 충분히 최선을 다했고 조금씩 자신감이 쌓여가고 있는 것 같다”고.

여전히 “스리쿠션은 너무 어렵다”고 외치는 김가영이지만 이젠 자신감도 크게 쌓였다. 포켓볼에 이어 스리쿠션에서도 세계 정상에 서게 된 그. 이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김가영은 종목을 안 가리고 잘 친다라고 생각해도 될까 싶다. 너무 잘난 척인가. 느끼는 건 공의 원리는 다 같은 것 같다.”

완벽한 마무리를 한 김가영이 4번째 맞을 시즌을 더 기대케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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