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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의정부 챔프전, 명예시민 케이타가 지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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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의정부 챔프전, 명예시민 케이타가 지배했다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2.04.07 22: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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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스포츠Q(큐) 글 김의겸·사진 손힘찬 기자] 남자배구 KB손해보험은 2017~2018시즌부터 경기도 의정부를 연고지로 하고 있다. 만년 하위권에 머물던 KB손보는 2020~2021시즌 10년 만에 봄 배구를 경험했다.

KB손보의 드라마틱한 반전을 이끈 건 '말리 폭격기' 노우모리 케이타(21)다. 지난 시즌 3위로 포스트시즌(PS)에 진출한 KB손보는 올 시즌에는 마지막까지 우승을 다퉜고, 결국 2위로 플레이오프(PO)에 직행했다.

PO에선 케이타를 앞세워 손쉬운 승리를 따냈다. 그리고 V리그 출범 이래 처음 나선 챔피언결정전 첫 경기는 내줬지만 2차전은 따냈다. 전적 1승 1패 동률을 이루고 승부를 마지막 3차전으로 끌고간다. 

KB손보는 7일 경기도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 프로배구 도드람 V리그 남자부 챔프전 2차전 홈경기에서 인천 대한항공에 세트스코어 3-1(18-25 25-19 27-25 25-18) 역전승을 거뒀다.

의정부 '명예시민' 케이타가 KB손보의 챔프전 사상 첫 승리를 안겼다.

지난해 V리그에 데뷔하자마자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KB손보를 상위권으로 끌어올린 케이타는 '배구도시'를 천명하고 적극적으로 투자 중인 의정부시로부터 명예시민증을 받기도 했다.

의정부 연고 이전 이래 안방에서 첫 챔프전이 열렸고, 이날 2027명의 관중이 입장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 이후 오랜만에 의정부체육관에 활력이 넘쳤다. 

KB손보가 이길 때면 으레 그렇듯 케이타가 지배한 경기였다. 압권은 세트스코어 1-1로 맞선 3세트였다. 

19-24로 패색이 짙던 때 KB손보는 대역전극을 연출했다. 김정호가 한 점 만회한 20-24에 상황에서 케이타는 4연속 백어택을 성공시키며 승부를 듀스로 끌고갔다. 이윽고 직접 서브에이스까지 폭발시켰다. 기세가 오른 KB손보는 결국 3세트를 잡았고, 4세트에선 큰 점수 차로 승리했다. 케이타는 이날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은 35점(공격성공률 58.92%)을 생산했다.

후인정 KB손보 감독은 경기 앞서 사전 인터뷰에서 1차전 다소 부진한 케이타에 대한 굳건한 신뢰를 드러냈다. 기자회견실을 떠나며 "인천에서 뵙겠습니다"라고 주문하듯 외쳤는데, 케이타가 그 바람을 이뤄줬다.

토미 틸리카이넨 대한항공 감독은 경기 후 "우리 리시버들은 정말 잘했다. 어려운 공을 띄워났지만, 이어지는 공격 과정에서 득점으로 연결하지 못한 게 패인"이라면서 "케이타가 어려운 순간 그런 서브를 때린 것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복기했다. 

한국에 오면서 "우승하러 왔다"고 밝혔던 그가 약속을 지키기까지 1승만 남았다.
의정부로 연고 이전 후 첫 챔프전이 열렸다.
의정부로 연고 이전 후 첫 챔프전이 열렸다.

후인정 감독은 "케이타는 본인이 뭘 해야 하는지 아는 친구고, 늘 노력하고 있다. 1차전이 잘 안 풀렸던 것일 뿐 우리는 케이타를 믿고 있었고, 3세트에 터뜨린 것 같다"며 "3세트를 내줬어도 5세트까진 끌고 올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케이타가 살아나고 있어 승산이 있었다. 세트를 치를 수록 폼이 올라왔기 때문에 승리할 거라고 믿고 있었다"고 밝혔다.

후 감독은 KB손보 역사를 새로 썼다. 지난 홈경기에서 구단 첫 PO 승리를, 이날은 첫 챔프전 승리를 선사했다. 그는 "많은 팬들이 찾아주셔서 너무 즐거운 경기였다. 그래서 2배로 기쁜 것 같다. 앞으로도 KB손보가 더 재밌고 즐거운 배구를 선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케이타는 "기분이 너무 좋다. 코트에 들어가기 전 동료들과 꼭 인천에 가자고 이야기 했다. 그걸 위해 다 같이 열심히 싸웠다. 했던 말을 이뤄 너무 좋고, 많이 기대된다. 마지막 경기 쉽진 않겠지만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우승하겠다고) 약속한 게 있다. 나는 약속을 꼭 지키는 사람이다. 마지막 경기인 만큼 모든 걸 쏟아부을 것"이라고 힘줬다.

케이타는 PS에 돌입한 뒤 서브 난조에 빠졌지만, 3세트 20-24 한 번도 실수를 하면 안 되는 상황에선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했다. 그는 "그냥 케이타처럼 하고자 했다. 그게 내 본 모습이다. 그 순간 되면 되는 거고, 안 되면 다음 세트 열심히 하자는 생각으로 도전했다"고 돌아봤다.

현재 케이타는 올 시즌을 끝으로 KB손보를 떠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시즌 마지막 홈경기이기도 했지만 어쩌면 그의 마지막 의정부 경기가 될 수도 있다. 그는 의정부 팬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오늘 홈 이점을 얻었다. 팬들의 모습을 보면 더 힘이난다. 오늘 특히 많은 팬들이 노랑색 옷을 입은 것을 보고 더 열심히 파이팅 넘치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팬들이 우리를 보러 왔기 때문에 즐거운 경기를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으로 즐겼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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