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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또 통합우승, '날개 하나로는 높이 날 수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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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또 통합우승, '날개 하나로는 높이 날 수 없지'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2.04.09 19: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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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스포츠Q(큐) 글 김의겸·사진 손힘찬 기자] '원팀' 인천 대한항공이 '원맨팀' 의정부 KB손해보험을 한 수 지도했다. 2연속 통합우승을 달성할 수 있었던 건 특정 인물 한 명에 의존하지 않는 팀 컬러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9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 프로배구 도드람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 3차전 홈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2(25-22 22-25 24-26 25-19 23-21) 역전승을 거뒀다. 시리즈 전적은 2승 1패, 역대 최장 경기시간을 기록했으니 명승부 중의 명승부였다.

올 시즌 정규리그 1위에 오른 대한항공의 통산 3번째 챔프전 우승이자 2번째 통합우승이다. 두 시즌 연속 정규리그와 봄 배구를 휩쓴 건 2011~2012시즌부터 3연속 통합우승을 이룩한 대전 삼성화재 이후 처음이다.

더불어 2년 연속 외국인 사령탑과 함께 정상에 서는 이색적인 기록도 남겼다. 지난 시즌에는 로베르토 산틸리(이탈리아) 감독과 함께했고, 올 시즌에는 토미 틸리카이넨(핀란드) 감독과 역사를 썼다.

대한항공이 2연속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대한항공이 2연속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우승을 다툰 상대 KB손보가 특급 외국인선수 케이타의 컨디션에 따라 승패가 갈렸다면, 대한항공은 2시즌 연속 선수 하나에 경기력이 좌우되는 팀은 아니었다. 

지난 시즌에는 비예나가 시즌 초반 부상으로 빠지고, 교체되는 과정에서 세 라운드 가까이 외인 없이 뛰었음에도 독주했다. 정지석, 곽승석 등 공수겸장 윙 스파이커(레프트)가 버티는 가운데 세터 한선수가 흔들리면 유광우가 대체했고, 외인 공백은 차세대 아포짓 스파이커(라이트) 임동혁이 메웠기 때문이다. 미들 블로커(센터)진은 누가 주전이랄 것 없이 출전하는 선수가 제 몫을 했다.

올 시즌에도 정지석이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2라운드까지 팀을 이탈했지만 곽승석이 버텨주면서 대한항공은 처지지 않고 나아갈 수 있었다. 반 박자를 넘어 한 박자 빠른 '스마트 배구'를 표방한 틸리카이넨 감독은 임동혁과 링컨 두 라이트를 동시에 기용하면서도 성적을 냈다. 정지석이 돌아온 뒤에는 웬만해선 흔들리지 않았고, 꾸준히 1위를 지켰다.

링컨의 파괴력은 분명 케이타에는 못 미쳤다. 하지만 정지석과 곽승석, 임동혁이 돕기 때문에 다양한 공격루트를 뽐낼 수 있었다. 케이타는 정규리그 개인 역대 최다득점(1285)을 쓸어담았지만 대한항공은 링컨(659), 임동혁(419), 정지석(362), 곽승석(299)이 고르게 나눠 분담했다.

이날 대한항공은 3세트 케이타가 92.32%의 공격성공률로 13점을 쓸어담으면서 세트스코어 열세에 놓였다. 하지만 4세트 정지석이 맹활약하고, 블로킹 4개를 곁들이면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5세트 정지석과 링컨이 돌아가면서 서브에이스를 기록하고 결정력을 발휘했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경기가 풀리지 않자 국내 최고 연봉을 받는 세터 한선수를 웜업존에 불러들이고 유광우를 내세우는 강단을 보여줬고, 경기 흐름을 바꾸는 데 성공했다.

대한항공 삼각편대가 제대로 가동됐다.
대망의 챔프전 마지막 경기 4, 5세트 대한항공 삼각편대가 제대로 가동됐다.

이날 링컨이 34점, 정지석이 31점, 곽승석이 10점을 냈으니 '삼각편대'가 홀로 57점을 쓸어담은 케이타를 넘어선 격이다. 정지석은 블로킹 4개, 서브에이스 4개, 후위공격 7개로 트리플크라운(블로킹·서브·후위공격 각 3개 이상 성공)을 달성했고, 링컨은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에 등극했다.

경기 후 틸리카이넨 감독은 "정말 엄청난 날이다. 선수들이 100% 해줬기에 이런 결과가 나왔다"며 "대한항공은 정말 좋은 선수가 모인 팀이다. 이런 팀과 한 시즌을 보내고, 통합우승을 달성해 정말 기쁘다. 구단의 3번째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위해 한 시즌을 보냈다. 별 3개를 달게 돼 다행"이라고 밝혔다.

그는 "팀에 새로운 문화를 심어 새로운 배구를 펼치고, 더 나은 경기력을 보여주고자 했다"며 "모두가 내 의견에 동의하는 건 아니었지만, 결국 나를 도와줬다. 선수들과 조율도 잘됐다"고 돌아보며 "심판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다음 결과를 예단하지 말아야 한다. 오늘도 우리와 KB손보 모두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고, 멋진 경기를 했다. 다행히 우리가 더 멋진 날을 보내게 됐다"고 돌아봤다.

경기 뒤 눈물을 흘린 탓에 상기된 표정으로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정지석은 "(틸리카이넨) 감독님이 늘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가 기회가 온다'고 강조했다"며 "5세트에선 공 하나에 승패가 갈린다는 생각에 정말 간절하게 경기했다. 간절함 때문에 경기 뒤 눈물이 나왔다"고 했다. 

그는 지난 시즌 정규리그와 챔프전 MVP를 독식한 V리그 최고 스타지만 올 시즌에는 개인사로 팬심을 잃기도 했다. "이번 시즌 초에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드렸다. 정말 죄송하다. 한 번 더 책임감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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