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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잠수함' 비야레알의 반란, 돌풍 원동력은? [UCL 4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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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잠수함' 비야레알의 반란, 돌풍 원동력은? [UCL 4강]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2.04.14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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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4강 대진표가 확정됐다. 눈에 띄는 건 단연 비야레알(스페인)이다. 16년 만에 준결승에 오르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14일(한국시간) 리버풀(잉글랜드)이 벤피카(포르투갈)와 3-3으로 비기면서 도합 6-4로 승리했고, 맨체스터 시티(맨시티·잉글랜드)는 아틀레티코(AT) 마드리드(스페인)와 0-0으로 맞서면서 도합 1-0으로 이겼다.

결국 2021~2022 UCL 4강 토너먼트는 리버풀과 비야레알, 맨시티와 레알 마드리드(스페인)의 대결로 압축됐다.

특히 비야레알은 16강에서 유벤투스(이탈리아), 8강에서 바이에른 뮌헨(독일)을 연달아 제압했다. 2000년대 꾸준히 라리가에서 유럽 대항전에 나섰던 강호지만, 최근 주춤했던 만큼 이번 대회 '자이언트 킬링'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2021~2022 UCL 4강 대진표가 확정됐다. 비야레알이 눈에 띈다. [사진=UCL 공식 홈페이지 캡처]
2021~2022 UCL 4강 대진표가 확정됐다. 비야레알이 눈에 띈다. [사진=UCL 공식 홈페이지 캡처]

비야레알은 올 시즌 라리가 7위를 달리고 있다. 승점 46으로 다음 시즌 UCL 출전 마지노선인 4위 AT 마드리드(승점 57)와는 격차가 벌어진 상황이다. 비야레알은 지난 시즌에도 7위를 차지했고, UEFA 유로파리그(UEL)에서 우승하면서 UCL 티켓을 따냈다. 그렇게 바늘구멍을 통과해 겨우 나선 UCL에서 4강에 드는 기염을 토했다. 2005~2006시즌 이후 16년만이다.

비야레알은 객관적 전력에서 뮌헨에 열세였지만 실리적인 축구로 대이변을 연출했다. 1, 2차전 모두 4-4-2 전형을 들고 나왔다. 1차전 홈에서 효율적인 역습 축구로 1-0 승리한 비야레알은 2차전에선 수비 시 투톱을 포함한 필드플레이어 10명이 모두 자기 진영에서 두 줄 수비를 하며 뮌헨의 맹공을 버텨냈다. 

뮌헨은 스리백을 세우고 전문 윙백 대신 윙어 킹슬리 코망과 르로이 자네를 측면에 배치하는 파격적인 전술로 골을 노렸지만 어려움을 겪었다. 뮌헨은 3-2-5에 가까운 공격적인 대형으로 줄기차게 골문을 두드렸고, 후반 7분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가 골문을 여는데 성공했다. 

비야레알은 공격적인 성향의 윙어 대신 기술적인 미드필더 4명을 중원에 배치했다. 다니 파레호, 지오바니 로 셀소 등은 뮌헨의 공을 끊어낸 뒤 역습 상황에서 1차 압박을 벗겨낸 뒤 전진패스로 공격을 전개했다. 상대적으로 수비 숫자가 적은 뮌헨 진영에선 많은 공간이 생겼고, 이를 파고들었다.

총 스코어 1-1로 맞선 후반 43분 라인을 높이 올린 뮌헨의 공을 탈취한 비야레알은 파레호-로 셀소를 거쳐 압박을 벗겨내면서 공간을 열었다. 결국 배후 넓은 지역에서 사무엘 추쿠에제가 제라드 모레노의 도움을 받아 극적인 결승골을 터뜨리면서 거함을 격침시켰다. 비야레알은 2경기 도합 유효슛 2개를 모두 골로 연결했다.

[사진=AFP/연합뉴스]
비야레알이 16년 만에 UCL 4강에 올랐다. [사진=AFP/연합뉴스]

비야레알은 다른 빅클럽들과 비교해 분명 약해 보이는 것은 사실이나 스쿼드 면면을 살펴보면 퀄리티가 제법이다. 라울 알비올과 파우 토레스 두 경험 많은 센터백, 파레호와 로 셀소, 프란시스 코클랭, 에티엔 카푸에 등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출신 수준급 미드필더들을 다수 보유했다. 나란히 리그에서 8골을 넣고 있는 제라드 모레노와 아르나우트 단주마 등 공격수들은 꼭 필요한 결정적 한방을 터뜨렸다.

공교롭게 로 셀소, 후안 포이스, 세르지 오리에 등은 손흥민의 소속팀 토트넘 홋스퍼에서 최근 전력 외로 분류돼 비야레알에 새 보금자리를 차린 자원들이다. 이제는 유럽 정상까지 바라보게 됐으니 또 하나의 반전 드라마를 쓴 셈이다.

UEL의 달인으로 통하는 우나이 에메리 감독이 이끄는 비야레알은 지난 시즌 UEL에서도 4강에서 아스널, 결승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를 무너뜨렸다. UCL 우승팀 첼시(이상 잉글랜드)와 슈퍼컵에서도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 끝에 패하는 등 만만찮은 경기력을 보여줬다.

에메리 감독은 과거 세비야(스페인)에서 2014년부터 3시즌 연속 UEL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단기전에 강한 면모를 보였다. 이후 파리 생제르맹(PSG·프랑스), 아스널 등에선 이렇다 할 족적을 남기지 못했지만 아스널에선 2018~2019시즌 UEL 결승에 오르는 등 토너먼트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비야레알은 유로파리그의 달인 우나이 에메리 감독과 함께 UCL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비야레알은 유로파리그의 달인 우나이 에메리 감독과 함께 UCL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모레노는 경기 후 "너무 행복하다. 뮌헨과 대진이 확정된 뒤 우리는 '할 수 있다'는 말을 주고받았다. 그런 믿음이 우리가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알비올 역시 "우리는 팀으로서 승리했다. 뮌헨과 2경기 모두 쉽지 않았지만 4강 진출은 대단한 일이다. 더 많은 것을 원한다. 우리는 어떤 팀을 상대로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고 기뻐했다.

카를로스 안첼로티 레알 감독은 "비야레알의 4강 진출을 축하한다. 스페인 클럽 두 팀이 4강에 진출할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들은 거의 없었을 것"이라며 축하를 보냈다.

UEFA는 "그들은 지난 시즌 UEL에서 우승했을 때 정확히 어떤 모습이었는지 보여줬다. 이미 유벤투스와 바이에른을 쓰러뜨렸다"며 더 이상 이변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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