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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효조 넘은 이정후, 폰트 잡는 압도적 클래스 [프로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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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효조 넘은 이정후, 폰트 잡는 압도적 클래스 [프로야구]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04.21 10: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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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이제 더 이상 아버지 이종범(52) LG 트윈스 코치를 떠올리지 않는다. 이정후(24·키움 히어로즈)가 한국 야구 역사를 뒤바꿀 살아있는 전설로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정후는 20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 2022 신한은행 SOL(쏠) KBO리그(프로야구) 방문경기에서 상대 선발 윌머 폰트를 상대로 솔로 아치를 그렸다.

전날 커리어 3000타석을 돌파하며 KBO 통산 타율 1위에 오른 이정후는 올 시즌 가장 뜨거운 투수 중 하나인 폰트에게 첫 피홈런 멍에를 씌우며 ‘어나더 레벨’임을 입증했다.

키움 히어로즈 이정후가 20일 SSG 랜더스전 윌머 폰트를 상대로 홈런을 쏘아올리고 루상을 돌고 있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휘문고를 졸업하고 2017년 당시 넥센(키움 전신)의 1차 지명을 받아 프로 데뷔한 이정후는 초반엔 이종범 코치의 아들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온통 관심은 아버지와 비교해 얼마나 좋은 활약을 펼칠지 뿐이었다.

이정후는 프로 데뷔와 함께 아버지의 그림자를 지워갔다. 단숨에 주전으로 도약했고 고졸 신인 최초로 전 경기 출장, 타율 0.324, 고졸 루키 최다안타(179개), 최다득점(111개) 기록을 써내며 압도적 득표로 신인왕에 올랐다.

이후 탄탄대로였다. 2년차부터 매 시즌 타율 0.330을 웃도는 활약으로 경쟁이 치열한 외야수 부문에서 4년 연속 골든글러브를 차지했다.

지난해 타율 0.360으로 커리어 처음이자 세계 최초 부자 타격왕이라는 진기록을 써낸 이정후의 올 시즌 시작은 다소 좋지 않았다. 시범경기에서 타율 0.267에 그치더니 개막 후에도 타율 3할 타율을 밑돌고 있다.

그러나 KBO리그에서 이정후 걱정 만큼 쓸데 없는 게 있을까. 지난해에도 4월 타율 0.269로 삐걱거렸던 그는 5월 이후엔 최저 타율이 0.341였을 정도로 뜨거운 타격감을 꾸준히 유지했다. 아직은 예열단계라고 볼 수 있다.

폰트에게 시즌 첫 피홈런을 안긴 이정후(왼쪽)가 송성문의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꾸준함이야말로 가장 큰 무기다. 아직 100% 컨디션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16경기 중 안타가 없었던 건 단 3경기에 불과했다.

경사도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7일 지난 17일 두산 베어스전 KBO 역대 최소 경기(670경기)이자 최연소(23세7개월28일)로 900안타를 달성했다. 19일엔 SSG전에서 4타석을 더하며 통산 3000타석을 돌파, 한국야구위원회(KBO)리그 통산 타율 기록 1위로 올라섰다. 이 기록은 3000타석 이상을 소화한 타자를 대상으로만 순위를 매긴다. 종전 1위는 故(고) 장효조(3632타석)의 0.331. 1992년 은퇴 후 지켜오던 1위 자리가 무려 30년 만에 바뀌었다.

20일 경기에서도 이정후의 존재감은 빛났다. 개막전 9이닝 퍼펙트 투구를 펼친 폰트를 상대로 1회부터 무섭게 방망이를 휘둘렀다.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시속 151㎞ 몸쪽 낮은 속구를 통타, 오른쪽 담장을 훌쩍 넘겼다. 시즌 3호.

폰트는 이날도 7이닝 3피안타 7탈삼진 1실점하며 호투, 2승(1패) 째를 거뒀다. 평균자책점(ERA)은 1.33. 소화 이닝과 이닝당 출루허용(WHIP·0.63)은 1위, 탈삼진(27개) 3위에 오를 정도로 리그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투수. 

이날 전까지 3경기 20이닝 동안 홈런은 단 하나도 내주지 않았으나 이정후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이정후는 지난 시즌 폰트에 7타수 4안타로 강했던 이정후는 상대 타율 0.500(10타수 5안타)로 천적 면모를 이어갔다.

더그아웃에서 동료들의 뜨거운 축하를 받고 있는 이정후.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이날 홈런에도 4타수 1안타로 통산 타율은 0.339로 다소 낮아졌지만 장효조와는 거리를 유지했다. 20대 중반, 6번째 시즌을 치르고 있는 그이기에 언제든 순위는 떨어질 수 있다. 그러나 그의 성장세와 페이스를 본다면 좀처럼 쉽게 떨어질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이정후를 위협할 수 있는 건 두산 외국인 선수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34·통산 타율 0.333) 혹은 NC 다이노스 박민우(29), 박건우(32·이상 0.326), KT 위즈 강백호(23·0.325) 정도. 1994타석을 기록 중인 페르난데스는 자격 요건을 갖추기 위해 3시즌 정도를 더 뛰어야 하기에 외국인 선수 특성상 불확실한 상황이고 박민우와 박건우는 이정후보다 나이가 많아 지금과 같은 타격감을 꾸준히 유지하는 게 쉽지 않다.

강백호는 이정후와 함께 한국야구의 현재이자 미래로 꼽히는 타자지만 정교함에서는 이정후가 근소 우위를 갖고 있고 격차도 큰 편이어서 당분간은 역전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소 몇 년 간은 이정후 시대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야구에 대한 열정과 매 시즌 나아지는 면모를 보여온 그를 보면 이러한 예상에 확신을 더해준다. 우리는 ‘이정후의 시대’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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