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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효진보다 비싼 정지석, 따르는 책임감 잊지말자 [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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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효진보다 비싼 정지석, 따르는 책임감 잊지말자 [기자의 눈]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2.04.26 14: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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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남자배구는 위기라는데, 몸값은 역대 최고치를 찍고 있다. 현 V리그 남자부 간판 정지석(27·인천 대한항공)이 프로배구 출범 이래 최고액에 잔류하면서 역사를 새로 썼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25일 남자부 자유계약선수(FA) 계약 현황을 공개했다. 세터 김형진(천안 현대캐피탈→대한항공)만 유니폼을 갈아입었을 뿐 나머지 25명은 모두 원소속팀과 재계약했다.

눈길을 끈 건 단연 최대어 정지석의 계약 연장이다. 연봉 7억에 옵션 2억2000만 원을 더해 보수 총액 9억2000만 원에 사인했다. 이는 역대 FA 최고 액수다. 2021~2022시즌 앞서 7억5000만 원에 남은 같은 팀 세터 한선수를 따돌리고 부문 1위로 올라섰다.

2020~2021시즌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를 석권한 정지석은 명실상부 한국 남자배구 최고 선수다. 윙 스파이커(레프트)로서 갖춰야 할 공수 능력 모두 국내 최고로 평가받는 것은 물론 승부사 기질도 뛰어나 가장 중요할 때 제 몫을 해주면서 대한항공의 고공비행을 이끌어왔다.

[사진=스포츠Q(큐) DB]
정지석이 프로배구 역대 최고액에 FA 계약하며 대한항공에 잔류했다. [사진=스포츠Q(큐) DB]

이를 두고 항간에서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정지석의 실력이 뛰어나다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2021~2022시즌 초 데이트 폭력 건으로 수사를 받으면서 전력에서 이탈, 물의를 일으킨 바 있기 때문이다. 불미스러운 일로 우려를 낳았던 그는 피해자와 합의했고, 피해자가 고소를 취하하면서 코트로 돌아올 수 있었다.

직전 시즌 인천 흥국생명에서 뛰던 이재영·다영 쌍둥이 학폭(학교 폭력) 논란이 일었을 때 배구 인기에 찬물이 끼얹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따랐다. 다행히 2020 도쿄 올림픽에서 김연경을 중심으로 똘똘 뭉친 여자배구 대표팀이 4강에 오르면서 여자배구 인기는 오히려 순풍을 탔다.

남자배구 대표팀은 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 이란의 벽을 넘지 못하고 탈락하면서 2000년 시드니 대회 이후 5연속 본선 진출에 실패한 참이었다. 여자배구는 꾸준히 국제무대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고, 프로배구 여자부 역시 여러 지표에서 남자부 인기를 추월한 상황이다.

여자부가 외연적으로 확장하고, 상품성을 끌어올리면서 프로야구를 위협하는 위치까지 올라선 반면 남자배구는 '우물 안 개구리'라는 평가 속에 몸값이 지나치게 높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2021∼2022시즌 36억 원이었던 남자부 샐러리캡(팀 연봉 총액 상한)은 옵션캡 16억6000만 원을 포함해 총 58억1000만 원으로 늘어났다. 그동안 샐러리캡 외 방법으로 연봉을 보전해주는 방식은 관행처럼 여겨졌다. 샐러리캡 증가 및 보수 현황 공개는 몸값 투명화를 위한 장치다.

[사진=스포츠Q(큐) DB]
[사진=스포츠Q(큐) DB]

그런데 여자부 샐러리캡은 2020~2021시즌부터 2022~2023시즌까지 총 23억 원(연봉 18억 원+옵션 5억 원)에 동결된 상황이라 형평성이 맞지 않다는 비판을 받는다. 올 시즌 역대 최강 팀으로 통한 수원 현대건설의 독주를 이끈 미들 블로커(센터) 양효진은 FA가 많은 팀 사정을 고려, 보수 총액을 2억 원이나 삭감한 5억 원에 잔류했다. 

양효진은 지난 9시즌간 '연봉퀸'이었고, 현재도 여자부를 대표하는 스타다. 올 시즌 정규리그 MVP를 받았다. 결국 삭감 요인이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제도적 한계에 기인해 그의 몸값이 떨어진 셈이다. 최고 실력자가 가장 좋은 대우를 받는 것은 동료 선수들을 위해서도, 산업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서도 동반돼야 했다는 측면에서 아쉬움이 남는 게 사실이며, 그 역시 이에 따른 비판은 안고가야 한다고 밝혔다. 애사심 혹은 의리로 포장되지만 여자부 팬들은 씁쓸한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남자부 샐러리캡은 2019~2020시즌 26억 원을 시작으로 매년 순차적으로 31억 원, 36억 원, 41억5000만 원으로 증액됐다. 이는 옵션캡을 제외한 금액이다.

농구가 주춤한 새 배구가 동계 스포츠 강자로 올라선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남녀부를 가리지 않고 구성원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며 여러 방면에서 발전을 거듭해온 결과다. 모든 스포츠는 인기에 따라 그 상업적 가치가 결정된다. 

남자부가 이런 비판에서 자유로워지려면 결국 경기력으로 증명하는 수밖에 없다. 남자부 인기가 예전 같지 않은 시점에서 역대 최고연봉을 받게 된 정지석은 결국 실력으로, 코트 위에서 뛰어난 플레이로 지난 과오를 씻어내야 하는 입장이 됐다. 4대 프로스포츠 각 종목 최고연봉자들은 그 종목을 대표하는 선수로 봐도 무방하다. 프로선수로서 코트 안에서 뿐만 아니라 밖에서도 좋은 '실력'을 보여야 할 책임감이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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