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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박병호, 에이징 커브? 바뀌면 산다 [프로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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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박병호, 에이징 커브? 바뀌면 산다 [프로야구]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05.18 09: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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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홈런왕과 골든글러브 각각 5회, KBO 최우수선수(MVP) 2회.

박병호(36·KT 위즈)의 화려했던 전성기는 이제 옛 이야기가 된 것처럼 보였다. 2020년 부상으로 풀타임 시즌 소화에 실패했고 지난해 완연한 하락세를 보인 터였다.

그러나 박병호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외친다. 시간을 거꾸로 돌린 듯한 활약을 펼치며 다시 한 번 괴력을 뽐내고 있다.

박병호는 17일 경기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2022 신한은행 SOL(쏠) KBO리그(프로야구) 홈경기에서 0-2로 뒤져 있던 8회말 2사 3루에서 정우영을 상대로 동점 투런 홈런을 쏘아 올렸다. 9회 조용호가 날린 끝내기 안타의 밑거름이 된 대포 한 방이었다.

17일 LG 트윈스전 8회말 극적인 동점 홈런을 날린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는 KT 위즈 박병호. [사진=KT 위즈 제공]

 

2012년 넥센(키움 히어로즈 전신)으로 트레이드되며 박병호의 인생은 뒤바뀌었다. 이후 단골 홈런왕이 됐고 2019년까지 6시즌 연속 30홈런 이상을 때려냈다.

2020년 부상이 뼈아팠다. 시즌을 온전히 소화하지 못하며 성적도 자연스레 하향곡선을 그렸고 지난해 간신히 20홈런을 채웠으나 타율 0.227 76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753로 어느 것 하나 만족스럽지 않은 성적을 냈다. 키움은 그를 붙잡지 않았고 결국 KT 유니폼을 입었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고도 한국을 대표하던 거포의 몸값은 3년 30억 원에 불과했다.

절치부심한 박병호는 과감한 변화에 나섰다. 속구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 타격 타이밍을 앞당겼다. 이전까진 투수의 발이 내려올 때부터 타격을 준비했지만 올해는 발이 올라갈 때부터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는 히팅 포인트를 끌어당기는 배경이 됐고 덩달아 타구 속도도 빨라지며 타구질이 좋아졌다. 인플레이가 된 타구가 담장을 넘기거나 안타로 이어지는 경우가 더 많아졌다. 

홈런을 날리고 1루로 향하고 있는 박병호(가운데)와 더그아웃에서 환호하는 동료들. [사진=KT 위즈 제공]

 

이날 홈런은 달라진 박병호를 확인할 수 있는 대표적인 장면이었다. 상대 투수 정우영은 이날 전까지 패배 없이 1승 9홀드 평균자책점(ERA) 0.49에 불과했던 LG 핵심 불펜 투수. 특히 언더핸드임에도 강력한 강속구가 주 무기인 매우 까다로운 유형이었다. 올 시즌 피홈런도 단 하나에 불과했다. 그러나 박병호는 볼 카운트 2스트라이크의 불리함 속에서도 정우영의 시속 154㎞ 바깥쪽 낮은 투심패스트볼을 걷어 올려 오른쪽 담장을 훌쩍 넘겼다.

올 시즌 홈런 13개 중 속구를 통타한 게 8개에 달했다. 타율도 0.273으로 좋아졌다. 투고타저 시즌인 걸 고려하면 체감상으론 정교함 면에서도 크게 향상됐다. 투수들로서도 더 이상 빠른공으로 박병호를 찍어누를 수 없게 됐다.

이로 인한 자신감 향상도 값진 성과다. 홈런 2위 한동희(롯데 자이언츠), 김현수(LG·이상 8개)와 격차도 5개까지 벌어졌다. 6번째 홈런왕을 정조준하고 있다.

이 페이스대로라면 40홈런 이상을 날릴 수 있을 전망이다. 요원해보였던 목표 400홈런 달성도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현재 통산 340홈런으로 KT와 계약이 된 남은 기간 이 같은 활약을 이어간다면 달성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수치다.

디펜딩 챔피언 KT는 주축 선수들의 부상 속에 8위로 내려앉아 있다. 4연패를 끊어낸 이날 승리는 KT에 반등의 희망을 안겨준 경기였다. 과감한 변화를 통해 살아난 거포의 힘이 팀 승리 DNA를 일깨우는 효과로도 이어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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