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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백해서 특별한 수사멜로물, 박찬욱의 '헤어질 결심' [SQ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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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백해서 특별한 수사멜로물, 박찬욱의 '헤어질 결심' [SQ현장]
  • 김지원 기자
  • 승인 2022.06.02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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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스포츠Q(큐) 김지원 기자] 제75회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서 감독상을 수상하며 국내외 영화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영화 '헤어질 결심'이 곧 국내 관객과 만난다.

2일 서울 종로구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에서 영화 '헤어질 결심'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이날 제작보고회는 '헤어질 결심'이 칸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이후 처음 개최되는 국내 행사로, 박찬욱 감독, 탕웨이, 박해일이 참석했다.

박찬욱 감독은 "시차적응에 실패해서 잠을 못 잤다 오늘 말을 조금 횡설수설하게 해도 이해해달라"고, 탕웨이는 "안녕하세요, 탕웨이입니다"라며 한국어로 첫 인사를 건넸다. 이어 박해일은 "팬데믹 이후로 계속 촬영만 하다가 오늘 제작보고회로 인사드리게 돼서 기쁘고 반갑다"고 전했다.

 

[사진=CJ ENM 제공]
[사진=CJ ENM 제공]

 

박찬욱 감독은 '헤어질 결심'으로 28일(현지시간) 폐막한 제75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첫 번째 감독상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한국 영화 감독으로는 두 번째 감독상 수상이다.

수상 소감을 묻자 박찬욱 감독은 "그 전에는 상장밖에 없었는데 좀 바뀌었더라. 그 전에는 황금종려상만 (트로피를) 줬던 거 같은데 생겨서 반가웠다"고 운을 뗐다. 이어 "전에 만든 영화보다 좀 더 한국인만이 이해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특히 탕웨이 씨의 한국어 대사가 제 생각에는 특별하다. 그런만큼 저는 수상보다도 한국분들이 어떻게 봐주실지 가장 궁금하고 긴장된다"고 밝혔다.

함께 칸영화제에 참석했던 탕웨이는 "너무 오랜만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영화를 즐길 수 있는 게 가장 인상적이고 기뻤다. 가장 좋았던 것은 오랜만에 박찬욱 감독님과 박해일 씨를 만났던 것"이라고, 박해일은 "스크린 통해 관객 만난 것 자체가 오랜만이었고 뜻깊게 칸영화제 참석하게 돼서 정말 기쁘고 떨리기도 했다. 영화를 사랑하는 분들의 환대를 동시에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사진=CJ ENM 제공]
[사진=CJ ENM 제공]

 

'헤어질 결심'은 산에서 벌어진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 ‘해준’이 사망자의 아내 ‘서래’를 만나고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사건의 진실을 밝히려는 수사 과정의 팽팽한 긴장 가운데 서로에게 특별한 호기심과 의외의 동질감을 느끼는 두 인물의 감정을 섬세하게 담아냈다.

박찬욱은 "3~4년 정도 된 것 같다. 추리 소설을 오랜만에 읽으면서 마르틴 베크 시리즈처럼 속이 깊고 상대방을 배려하고 신사적인 형사가 나오는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저와 '친절한 금자씨' 이후로 계속 함께 하고 있는 정서경 작가와 얘기 나누면서 여기서부터 출발해보자고 했다"고 기획의 시작점을 밝혔다.

가수 정훈희의 데뷔곡 ‘안개’와 가수 송창식이 부른 트윈폴리오의 ‘안개’가 모두 나오는 영화를 생각했다는 박찬욱 감독은 "신사적인 형사가 등장하는 이야기, '안개'라는 노래를 사용하는 로맨스 이야기를 합쳐서 하나로 만들어보자고 제안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형사가 나오는 로맨스 영화 형태가 됐다"고 말했다.

또 "정서경 작가에게 캐릭터를 설명하면서 예를 들어 박해일이라고 생각해보자고 했었다. 원래 특정 배우를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써 본 적이 없다. 처음에는 캐스팅할 생각은 없었고 일종의 가이드에 불과했다. 그래서 이름도 해준으로 지었다"면서 "정서경 작가가 여자 주인공을 중국인으로 하자고 해서 왜냐고 물었더니 그래야 탕웨이를 쓸 수 있지 않냐고 하더라"고 캐스팅 비하인드를 밝혔다.

 

[사진=CJ ENM 제공]
[사진=CJ ENM 제공]

 

탕웨이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남편을 잃었지만 슬픔을 드러내거나 동요하지 않는 ‘서래’를 연기한다. 경찰로부터 사건의 용의자라는 의심을 받지만 늘 꼿꼿하고 당당한 태도를 잃지 않는 ‘서래’는 진범인지 아닌지 정체를 알 수 없는 모습으로 긴장감을 형성한다.

탕웨이는 "제가 감독님께 처음 이야기를 들었을 때 한 시간 반 정도 시간이 걸렸다. 들으면서 흥분했었던 기억이 난다. 천천히 감독님의 이야기 속에 완전히 빠져들 수 있었다"면서 "당시 감독님과 작가님의 눈빛이 너무 따뜻하다고 느꼈다. 외국어로 연기해야 하지만 그 눈빛 덕분에 이미 마음이 안심됐고 걱정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박해일과의 호흡에 대해서는 "촬영 당시에는 어떤 영화인지 확실하게 알지 못했다. 완성본 보면서 수사멜로물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해준을 돌아봤을 때 수사에 강직한 형사 모습을 보이지만 눈빛을 통해 뭔가에 휘말려드는 느낄 수 있었다. 박해일의 눈빛은 정말 정제돼 있다"며 "그의 눈빛에서 자신의 삶을 대하는 철학적인 분석을 느낄 수 있었다. 감독님에게서 계승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해일은 밤낮없이 사건에 매달려온 흔들림 없는 형사지만 ‘서래’를 만난 후 휘몰아치는 감정에 빠지는 ‘해준’으로 분했다. '해준’은 사건의 유일한 유족인 ‘서래’를 처음 마주한 순간부터 미묘한 관심과 함께 형사 특유의 본능적 의심을 느끼게 되는 인물이다.

'헤어질 결심'을 통해 박찬욱 감독과 처음 함께 작업하게 된 박해일은 "감독님 작품들 봐 오면서 저라는 배우가 감독님의 영화에 잘 맞을 수 있을까 생각했던 적이 있다. 그만큼 또 궁금해지더라. 그 맘때쯤 좋은 제안을 해주셨다"며 "시나리오 읽어보니 감독님이 해오셨던 작품에서 새롭게 변화된 부분이 느껴졌고 담백한 톤도 느껴졌다. 제가 좀 더 뛰어들어서 도전할 수 있는 부분들이 보였다"고 출연을 결정한 계기를 밝혔다.

탕웨이와의 호흡에 대해서는 "'서래' 그 자체였다"며 찬사했다. 박해일은 "내면의 단단함이 느껴졌다. 내면의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표정과 눈빛이 탕웨이 씨만이 가진 매력이라고 기억했는데 이번 작품에서 그런 면모를 확장시켜서 캐릭터로 발산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고 호평했다.

 

[사진=CJ ENM 제공]
[사진=CJ ENM 제공]

 

'헤어질 결심'은 수사물이자 멜로물이다. 이에 대해 박찬욱 감독은 "어느 한 쪽으로 기울게 하지 않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이 영화는 50%의 수사와 50% 로맨스로 이해하면 되겠냐'는 질문에 '제가 100% 수사, 100% 로맨스라고 말을 했었다. 분리할 수 없다는 것이 핵심이다. 유혹하고 거부하고 '밀당'하고 변명하는, 연애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수사와 심문 과정에서 벌어지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탕웨이의 한국어 연기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박찬욱 감독은 "탕웨이 씨가 연기하는 한국어는 완벽하다. 특히 문자를 보낼 때 맞춤법 완벽하고 띄어쓰기도 정확하다. 그래도 억양과 발음이 우리와 다르다. 잘 아는 한국어지만 낯설고 묘하다는 인상을 받길 바랐다. 그래서 우리와 타자의 관계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귀를 기울여서 낯선 한국어를 들으면서 타자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느끼는지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다"고 관람 포인트를 짚었다.

칸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를 진행한 '헤어질 결심'은 박찬욱 감독의 기존 작품과 다른 결의 영화라는 평가를 얻은 바 있다. 박찬욱은 "그 전에 영화들에서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표현들을 서슴치 않았고, 그런 영화들은 관객들에게 들이대듯이 바짝 눈 앞에 갖다대는 류의 영화였다. 이번에는 조금 다르게 관객이 저 사람이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스스로 가까이 들여다보고 싶도록 만들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극적인 부분을 낮춰야 가능한 일이지 않나. 음악으로 치면 섬세하고 여린 가수가 노래를 하면 크고 화려한 반주를 줄여야 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게 좋을 수도 있지만 이 영화는 반주를 좀 낮춰야한다고 생각했다"면서 "미묘한 내면을 보여주고 싶었다. 캐릭터들이 본심을 반대로 표현하거나 아주 돌려서 중의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형식이 더 맞다고 봤다"고 전했다.

이날 배우들과 감독은 '헤어질 결심'을 영화관에서 관람하기를 거듭 당부했다. 탕웨이는 "완성본을 총 세 번 봤는데 두 번은 작은 화면으로, 한 번은 큰 스크린으로 봤다. 정말 달랐다. 영화관에서 봐야 진가가 느껴지는 영화다. 세 명의 표현 방식 지켜봐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찬욱 감독은 "이제 거리낌 없이 영화관에서 영화 볼 수 있는 시대가 왔다. 사운드와 이미지 양 쪽으로 정말 공을 많이 들였다. 개봉을 못하고 있어서 끝없이 만지다보니 후반 작업이 정말 길었다. 그러다보니 제 영화 중에 가장 후반 작업에서 완성도가 높은 영화가 됐다. 극장에서 보실 만하다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다"고 했다.

이어 "영화 산업이 붕괴 직전에 있는 상황인데 '헤어질 결심'뿐 아니라 '브로커'도 봐주시고 '범죄도시 2'도 봐주시길 바란다. 한국 영화 아니어도 좋다.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본다는 게 이런 거였지', 잊고 있던 감각 되살려보시기를 감히 권하고 싶다"고 당부했다.

박찬욱 감독에게 칸영화제 세 번째 본상 트로피를 안긴 신작 '헤어질 결심'은 오는 29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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