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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R에 3번 운 울산, 성난 팬심 "삼류심판 XX" [K리그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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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R에 3번 운 울산, 성난 팬심 "삼류심판 XX" [K리그1]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06.27 04: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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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나가 XXX, 심판 XX 나가 XXX”

경기 종료 후 응원팀 선수들과 인사를 나눈 뒤에도 자리를 지키던 울산 현대 팬들은 고함을 질러댔다. 이윽고 황급히 차량에 짐을 싣는 경기 심판진을 향해 이 같은 노래를 불렀다.

26일 울산과 성남FC의 2022 하나원큐 K리그1 18라운드 경기가 열린 울산문수축구경기장. 0-0으로 경기가 끝이 난 뒤 격앙된 울산 선수단은 심판진과 한참 동안 대화를 나눴고 관중석에선 “한국심판 XX”라는 외침이 들렸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이 같은 반응이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일까.

울산 현대 선수단이 26일 성남FC전 종료 직후 심판진에게 VAR 상황에 대해 어필하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선두 울산엔 소중한 기회였다. 전날 2위 전북 현대가 대구FC와 홈경기에서 1-1로 비긴 것. 경기 전 홍명보 울산 감독은 “이런 기회는 꼭 잡아야 한다”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막판에 격차가 좁혀질 것이다. 자력으로 달아날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울산은 전반 중반부터 김민준을 빼고 엄원상을 투입하며 필승 의지를 불태웠고 후반엔 이청용과 박주영까지 투입했다. 점유율에서 74%-26%로 압도했고 슛도 13-6으로 앞섰으나 결과는 0-0 무승부. 승점 1을 추가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특히나 무산된 3차례 비디오판독(VAR)이 두고두고 생각났다. 선수 교체 등으로 더욱 공격에 열을 올린 울산은 후반 잇따라 좋은 기회를 잡았다. 후반 31분 아마노 준이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하지만 VAR 결과 무효 처리가 됐다. 후반 추가시간 엄원상의 극적인 결승골도 없던 일이 됐고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기 직전 확인했던 임종은이 넘어진 장면도 파울로 선언되진 않았다.

최근 탄탄한 수비로 승점을 쌓아가고 있는 성남은 텐백에 가까운 수비적인 전술로 실점 없이 경기를 마치며 탈꼴찌 희망을 더 키웠다. 결과적으론 VAR로 인한 이득을 본 셈이었다. 김남일 성남 감독은 경기 후 “어느 감독이든 VAR 때는 상대에게 기회를 안줬으면 하는 마음에 기도를 할 것”이라며 “모든 판정에 있어 레프리를 존중한다. 오늘 판단도 적절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후반 31분 아마노 준(가운데)이 페널티 박스 안에서 넘어지는 장면. 페널티킥이 선언됐으나 VAR 결과 무효처리 됐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반면 울산 선수단과 홍명보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아마노가 넘어진 장면 때부터 불만을 키워왔던 울산 선수단은 경기가 종료된 뒤 하나 같이 심판진에 몰려들어 항의했다. 이 중에선 다소 격앙된 감정을 나타내는 이도 있었다.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만난 박주영은 이 부분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홍 감독의 발언도 차분함 속 뼈가 있었다. “항상 말했지만 판정에 대해 양 팀 생각은 180도 달랐을 것”이라며 “나는 (심판진에게) 아무 얘기하지 않았다. 주심이 선수들에게 VAR 과정을 설명해줬다고 한다. 나도 전해 들었다. 다만 동의하기는 조금 어렵다”고 말했다.

가장 흥분한 건 울산 팬들이었다. 경기 종료 직후 서포터즈석에선 “한국심판 XX”라는 구호가 한동안 울려 퍼졌다. 더욱 아찔했던 상황은 선수단이 팬들과 인사를 나눈 뒤 경기장을 빠져나간 뒤에 벌어졌다. 심판진이 마무리 후 빠져나온 것을 확인한 20여 명 울산 팬들의 고함소리가 떠들썩하게 울려퍼졌다. 울산 구단 측에서 적극적으로 팬들을 말리고 나서며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었지만 자칫 무력 충돌로 이어질 수도 있을 만큼 팬들은 격앙돼 있었다.

울산 팬들은 경기 종료 후 심판진을 비난하는 구호를 단체로 외치는 등 좀처럼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울산=스포츠Q 안호근 기자]

 

그러나 이들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떠날 채비를 하는 심판진을 향해 “나가 XXX, 심판 XX 나가 XXX”라고 원색적인 발언을 멜로디에 녹여 수차례나 외쳤다.

최근 ‘슈퍼매치’에서 일어난 논란의 장면과 오버랩됐다. FC서울 팬을 수원 삼성 서포터 한 명이 들어 매쳤고 주변에 있던 팬들이 이에 동조하고 환호해 논란을 가중시켰다. 가해자는 사과의 뜻을 전했지만 결국 2년 수원 삼성 홈경기 출입 정지 징계를 받았다. 이로 인해 비뚤어진 팬심이 지닌 위험성에 대한 경계 여론도 더 커졌다.

이날 경기 장면으로 돌아가 3차례 VAR을 하나하나 두고 보면 울산 입장에선 충분히 아쉬움이 남을 수 있어 보였다. 다만 확실하게 심판 판정이 틀렸다고 꼽기에도 애매한 부분이 있었다. 경기 결과를 주워 담을 수는 없지만 오심으로 판결이 나면 심판진 또한 징계를 받게 될 것이 분명하다.

다 잡은 승리를 놓친 것 같은 마음에 분통이 터지는 건 이해하지만 지나치게 과격한 대응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이러한 행동 하나하나가 K리그를 바라보는 대중들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더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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