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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택 아주 특별한 은퇴식, 데뷔부터 범상찮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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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택 아주 특별한 은퇴식, 데뷔부터 범상찮더니
  • 민기홍 기자
  • 승인 2022.07.04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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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잠실=손힘찬 기자] 데뷔부터 범상치 않았던 대졸 신인이었다. 역시나 끝마저도 아주 특별했다.

‘LG(엘지) 트윈스의 심장’ 박용택(43)이 4일 KBO리그 19시즌을 안방으로 사용한 곳에서 은퇴식‧영구결번식을 치르고 그라운드를 떠났다. 1년 8개월 전 현역을 마감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행사를 못 치르다 이제야 팬들과 정식으로 작별하는 시간을 가졌다. 잠실구장은 2019년 9월 29일 이후 1008일 만에 만원관중이 모였다.

신장(키) 185㎝의 잘 빠진 몸매, 수려한 외모로 2002년 LG 입단 첫 해부터 시선을 사로잡았던 박용택이다. 마무리 캠프 후 계약금이 오른 정말 특수한 케이스였다. 당초 구단에서 제시한 금액은 2억3000만 원. 고려대 졸업생 박용택은 이를 악물고 훈련해 당시 김성근 감독으로부터 주전급이란 인정을 받았고 결국 3억 원에 도장을 찍었다. 기량과 배짱을 알 수 있는 일화다.

박용택이 영구결번식에서 사인한 유니폼을 들어보이고 있다.

데뷔 첫 2경기에선 강렬한 임팩트를 남겼다. 2002년 4월 16일 인천 문학(현 SSG 랜더스필드)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전에서 우익수 키를 넘기는 2루타로 화려하게 데뷔했다. 역시 SK를 상대한 다음날까지 이틀 도합 사이클링히트로 스타 탄생을 알렸다. 그렇게 LG 프랜차이즈로 19시즌 2236경기를 뛰었다. 자유계약(FA) 자격을 취득했을 때 지방 구단의 거액 제의를 뿌리치고 결국 KBO리그 최다안타 2504개란 훈장을 달았다. 

트윈스를 상징하는 검정 줄무늬 흰색 정장을 갖춰입은 그는 “저 생방송 MC인 거 아시죠. 대본 따위 집어치우겠습니다”며 분위기를 띄웠다. 해설위원으로 일하고 있는 그는 종종 KBSN스포츠의 데일리 리뷰 프로그램 ‘아이러브 베이스볼’의 MC로 나서고 있다. 은퇴식 때 종이에 적은 글자를 읽어 내려가던 앞선 레전드들과 달랐다.

최근 “해설 퀄리티가 좋다”고 호평 받는 그답게 멘트 한 마디 한 마디에 위트가 넘쳤다. “오늘 날씨가 정말 덥다. 최고 기온이 몇 도인지 아시나. 33도라고 하더라”며 영구결번되는 자신의 등번호(백넘버)를 간접 언급했다. 또 “저는 우승 반지 없이 은퇴한다. 대신 여러분의 사랑을 여기다 끼고 은퇴한다"며 가슴을 툭툭 쳐 호응을 유도했다.

LG의 영구결번 3인방. 이병규(왼쪽부터), 박용택, 김용수. 

수도 없이 많은 별명을 보유한 박용택이다. ‘쿨가이’도 그중 하나. 떠나는 날도 참 쿨했다. 3루 측을 보며 “롯데 팬분들 계세요? 제 은퇴를 어떤 팬 보다 가장 기뻐했을 사직택 박용택입니다”라고 스스로를 소개하더니 “저 그 순간 졸렬했을지 몰라도 절대 졸렬한 사람 아닙니다"라며 치부인 ‘졸렬택’을 언급하기도 했다.

박용택은 롯데 소속이던 홍성흔(은퇴)과 타격왕을 두고 경쟁한 2009년, 타이틀 차지를 위해 최종전에 불참해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이날 LG 선수단은 유니폼 상의에 이름 대신 박용택의 별명을 달았다. '졸렬택'은 우완 계투 정우영이 달기로 했는데 일부 팬들이 불편함을 내비쳐 무산됐다. 박용택은 앞서 "마침 롯데전이니 더더욱 제 방식대로 푸는 건데 그게 참 아쉽다"고 했다.

현역 때 누구보다 팬서비스 잘 하기로 유명했던 박용택이기도 하다. 프로스포츠 선수들의 태도가 도마에 올랐을 때 박용택이 좋은 예로 등장하곤 했다. 직관하는 LG 팬들이 전부 아는 '달마 아저씨' 고(故) 박제찬 씨의 빈소를 직접 찾은 감동 일화도 있다. 박용택은 이날 근육이 약해지는 질병으로 고생하는 팬 신동현 군을 초대했다. "은퇴식에 초대하겠다"는 1년 전 약속을 지킨 것이다. 박용택은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 팬보다 위대한 팀은 없다”며 팬서비스의 중요성을 재차 역설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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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택의 별명을 하나씩 달고 뛴 LG 선수단. 

특별 엔트리 등록, 3번 타자 좌익수 선발 출전, 류지현 감독의 교체 지시, 선수 시절 등장곡이었던 김범수의 '나타나' 떼창까지. LG밖에 몰랐던 박용택에게 구단과 팬들은 한 아름 선물을 준비했다. 박용택은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영구결번식이 끝나고 난 뒤인 밤 10시 '무제한 사인회'를 열고 팬들을 맞이했다. 플레이볼 전인 정오 무렵부터도 2시간 가량 사인회를 진행했던 터였다.

휘문중학교 재학 시절 친구에게 “나는 휘문고에 진학하고 LG에 갈 거야”라고 말했던 소년. 잠실 오른쪽 외야에 걸린 김용수의 41번을 보며 막연히 영구결번을 꿈꿨던 청년. 롤모델이면서 라이벌이기도 했던 이병규 다음으로 LG 3호 영구결번자가 된 스타. 시작도 끝도 참 특별한 박용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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