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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소연 쓴소리, 고질점 '착한 축구'에 대한 고찰 [SQ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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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소연 쓴소리, 고질점 '착한 축구'에 대한 고찰 [SQ초점]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07.20 10: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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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우리 선수들은 너무 착한 것 같다. 찰 줄도, 깔 줄도 모른다.”

여자 축구 간판 지소연(31·수원FC 위민)이 쓴소리를 가했다. 과연 지소연이 말한 한국 선수들이 착하게 공을 찬다는 건 무슨 말일까.

콜린 벨 감독이 이끄는 여자 축구 대표팀은 19일 일본 이바라키현 가시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 2022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여자부 개막전에서 1-2로 졌다.

올 여름 정들었던 첼시 위민스첫을 떠나 국내로 돌아오며 제 기량을 발휘하기 어려웠던 그지만 1인분 이상을 해내는 데엔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동료들의 활약은 지소연이 보기엔 어딘가 아쉬움이 남았다.

한국 여자 축구 대표팀 간판 지소연(가운데)이 19일 2022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여자부 일본전에서 답답한 듯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한국이 0-1로 뒤져 있던 후반 14분 일본 수비수 3명에게 둘러싸인 상황에서도 지소연은 터닝슛으로 주먹을 불끈 쥐었다.

139번째 A매치에 나선 지소연은 벌써 65번째 골을 넣었다. 역대 한국 선수 A매치 최다 득점 기록을 또 늘렸다.

단순히 골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2선에 배치된 그는 풀타임을 소화하며 누구보다 열심히 뛰었고 때론 오히려 과감한 몸싸움 등으로 상대 수비진을 괴롭혔다.

그럼에도 한국은 동점골을 지켜내지 못하고 실점, 패배했다. 그가 보기에 동료들의 플레이는 성에 차지 않았다. 단순히 실력의 문제만이 아니다. 

동점골을 터뜨리며 자신이 보유한 역대 한국 선수 A매치 골 신기록을 늘린 지소연(오른쪽)은 동료들의 태도에 큰 불만을 토로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경기 후 지소연은 “우리 선수들은 너무 착한 것 같다. 찰 줄도, 깔 줄도 모른다”며 “공을 가지고 있다가 역습 상황에서 한 번쯤은 강하게 끊어야 했는데 일본 선수들이 하고 싶은 것을 다 할 수 있게 너무 착하게 공을 찼다. 그게 제일 안타깝다”고 밝혔다.

여자 축구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은 월드컵과 같이 큰 무대에서 강팀들을 상대하며 맥없이 패배한 경험이 많았다. 그 이유 중 하나는 한국은 너무도 얌전한 축구를 펼친다는 것. 이는 한국을 상대힌 적장의 입에서도 나왔다. 특히 남자 선수들은 신체적인 조건도 많이 좋아졌고 기술력도 발전했지만 지소연의 말처럼 강한 상대 앞에선 스스로 작아졌다. 무언가를 해보지도 못하고 지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실제로 상대 선수를 가격하라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부족한 실력을 극복하기 위해 영리하게 파울을 활용하기도, 파울이 불리지 않는 선에서 상대 선수들을 괴롭힐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소연(왼쪽에서 2번째)은 "한 번쯤은 강하게 끊어야 했는데 일본 선수들이 하고 싶은 것을 다 할 수 있게 너무 착하게 공을 찼다"고 아쉬워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축구 강호 남미 선수들은 유독 손을 많이 쓰고 심판들이 보지 못하는 상황에서 반칙성 플레이를 일삼는다. 공격에선 수비를 떼어내기 위해, 수비에선 공격 템포를 저지하기 위한 용도로 활용한다. 이것이 깨끗한 플레이는 아닐 수 있어도 약팀이 강팀을 상대로 하기에는 충분히 효과적인 자세일 수 있다. 

또 지소연은 “위닝 멘털리티가 필요한 것 같다. 일본과 중국을 이기겠다고 말하고도 또 지는 상황이 매우 힘들다. ‘언더독’이라는 말은 그만하고 싶다”며 “조금 더 자신 있게 플레이했으면 좋았을 텐데 실수도 잦았다. 다른 때보다 압도하는 경기를 했음에도 져 속상하다. 이기려는 의지가 일본보다 나약했던 것 같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여자 대표팀은 오는 23일 중국과 2차전을 치른다. 한국은 일본을 상대로 4승 11무 18패를 기록했는데 중국엔 4승 7무 29패로 더 약했다. 지소연의 발언이 선수들에게 자극제가 될 수 있을까. 지소연은 “중국은 아픈 기억을 준 팀이다. 제발 모든 선수가 조금 더 간절한 마음으로 질긴 악연을 끊으면 좋겠다. 일본과 중국을 한 번쯤은 이겨보고 싶다”고 승리를 향한 갈망을 나타냈다.

남자 대표팀도 이날 오후 7시 중국전을 시작으로 24일 홍콩, 27일 일본과 격돌한다. 올 가을 월드컵을 앞두고 있는 파울루 벤투호 또한 지소연의 발언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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