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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수 공황장애라니, 얼마나 힘들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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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수 공황장애라니, 얼마나 힘들었기에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08.02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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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한국 여자농구의 대들보 박지수(24·청주 KB스타즈)가 태극마크를 내려놨다. 실력으론 여전히 대체자가 없으나 갑작스레 부상을 호소했다. 마음의 병이 심각하게 곪아 있었던 것이다.

대한민국농구협회는 1일 “박지수가 최근 과호흡 증세 발현으로 정밀 검사를 받았고 공황장애 초기라는 진단 결과가 나왔다”며 “모든 훈련을 중단하고 열흘 이상 안정을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 여자농구의 현재이자 향후 10년 가까이를 짊어질 에이스에게 날아든 뜻하지 않은 악재. 얼마나 큰 부담 속 지내온 것일까.

박지수가 공황장애를 호소하며 태극마크를 내려놨다. [사진=WKBL 제공]

 

정선민 감독이 지휘하는 여자농구 대표팀은 당초 1일 충북 진천선수촌에 선수 16명을 소집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박지수가 빠진 15명만 소집됐다. 경기력 부진도, 치명적인 부상을 당한 것이 아닌 공황장애 때문이라는 사실이 더 농구계에 큰 충격을 안겼다.

협회는 “증상이 완화될 때까지 적절한 치료와 충분한 휴식이 필요하다는 전문의 소견에 따라 박지수의 대표팀 미합류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협회와 박지수의 소속팀 KB스타즈도 박지수가 건강하게 복귀할 수 있도록 선수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자세히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면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일은 아니었다. 박지수는 고교생 시절부터 한국 농구의 미래로 불렸다. 박지수가 신인으로 여자프로농구(WKBL) 신인 드래프트에 나왔을 땐 온 관심이 집중됐다. 그를 뽑을 수 있는 지명권을 얻은 안덕수 당시 KB 감독은 큰절을 올려 화제를 모았다. 박지수를 품에 안은 KB는 이후 새로운 왕조를 구축했다.

박지수는 국가대표에서도 맹활약하며 비시즌엔 미국여자프로농구(WNBA)에서도 활약하며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한국 여자농구 간판으로 떠올랐다.

성적에 대한 부담과 자신을 향한 악의적 공격 속에 2년 전부터 정신적 피해를 호소했던 박지수는 결국 잠깐 쉬어가게 됐다. [사진=WKBL 제공]

 

크나 큰 관심은 그에게 그만한 부담으로 다가왔다. 부진해서, 때론 너무 잘해서 악성 팬들의 타깃이 되기도 했다. 2년 전엔 경기 도중 얼굴표정과 험한 말을 했다며 지적을 공격하는 이들이 있었고 박지수는 SNS를 통해 “농구를 그만두고 싶다”고 할 만큼 괴로워했다. 이후엔 “처음 느낀 것 아니다. 참고 참다가 나온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당시에도 우울증 초기에 공황장애 증상까지 겪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했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에 가는 것이 힘들고 심지어는 숨도 잘 안쉬어지는 경우들이 있다는 것. 이 사실을 밝히며 박지수는 눈물까지 보였다.

스포츠 과학의 발달과 함께 체육계 내에서도 멘탈 케어에 대한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실제로 심리적인 문제로 부진을 겪거나 선수 생활을 마치는 경우도 심심 찮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박지수는 충분한 케어를 받지 못했다. 2년 전 이미 경고신호가 있었음에도 부담감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했고 일부 악성 팬들의 도 넘은 공격도 지속됐다. 

잠깐의 ‘내려놓음’이 박지수에게 보약이 될 수 있을까. 당장의 성적이 중요한 게 아니다. 개인적으로도 충분히 상처를 달래고 치유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나아가 국가적으로도 이것이 더 오래 밝은 미래를 그려볼 수 있는 길일 것이다. 

팬들 입장에서도 박지수가 한국 농구에 얼마나 큰 존재인지 떠올리는 동시에 한국 농구의 보물을 더 소중히 여길 수 있는 게기가 되는 시간이 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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