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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해도 올림픽 출전? 빙속 징계수위 적절한가 [SQ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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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해도 올림픽 출전? 빙속 징계수위 적절한가 [SQ이슈]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08.09 09: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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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음주운전 이후 사고까지 일으킨 김민석(23·성남시청)에게 주어진 징계는 1년 6개월. 2026년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출전에도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솜방망이 처벌 논란을 피해갈 수 있을까.

빙상연맹 스포츠공정위원회는 8일 서울시 송파구 올림픽공원 연맹 회의실에서 징계 회의를 열고 “김민석에게 음주운전 사고 및 음주 소란 행위, 체육인의 품위를 훼손한 행위를 적용해 선수 자격정지 1년 6개월 징계를 내렸다”고 밝혔다.

대표팀 강화훈련 기간 중 과도한 음주와 ‘예비 살인’이라는 인식이 커지는 음주운전을 저지른 뒤 내려진 처벌 수위에 비판 여론이 뒤따르고 있다.

김민석이 8일 소명을 위해 대한빙상경기연맹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찾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건은 지난달 발생했다. 김민석과 정재웅, 정재원, 정선교가 지난달 22일 충청북도 진천선수촌 인근에서 식사 중 음주를 했는데 이후 대리운전이나 도보 등이 아닌 김민석 소유 승용차를 통해 선수촌에 복귀를 했다.

조사 결과 이 과정에서 정재웅이 운전대를 잡았던 사실이 밝혀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날 소명을 위해 현장을 찾은 정재웅은 “(처음 진술서를 썼을 땐 음주운전 사고) 사건과 관련한 내용만 작성하면 되는 줄 알았다”며 “숨기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음주운전 사실이 밝혀진 정재웅은 선수 자격 1년 징계를 받았다.

선수촌 복귀 후 휴식을 취하던 선수들 중 만취한 정재원을 제외한 셋은 쇼트트랙 대표팀 박지윤(의정부시청)의 생일 파티에 초대받아 선수촌 정문에 있는 웰컴 센터로 내려갔다. 이 과정에서 다시 한 번 음주운전을 저질렀다. 이번엔 김민석이었다.

모임을 마친 김민석은 직접 핸들을 잡고 정재웅과 정선교, 박지윤을 태워 숙소로 이동했다. 그러다 촌내 보도블록 경계석과 충돌하는 사고까지 냈다. 이들은 사고 직후 차량을 버려둔 채 숙소로 돌아갔으나 사건은 밝혀질 수밖에 없었다.

김성철 대한빙상경기연맹 스포츠공정위원회 위원장(가운데)이 8일 음주운전 사고를 낸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김민석과 정재웅, 정재원, 정선교 등에 대한 징계 수위를 결정하기 위해 열린 스포츠공정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음주운전을 저지르고 사고까지 낸 김민석은 1년 6개월, 정재웅은 1년, 함께 탑승해 음주운전을 방조한 정선교와 정재원은 각각 6개월과 2개월 선수 자격이 정지됐다. 이날 소명을 마친 정재원은 “당시 취해있어서 말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며 “어떻게 (선수촌에) 들어왔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점이 인정돼 넷 중 가장 가벼운 징계를 받았다.

김성철 스포츠공정위원회 위원장은 브리핑에서 음주운전이 어느 때보다 더 심각한 문제로 간주되는 사회적 분위기상 너무 가벼운 징계가 아니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자격정지 1년 6개월은 선수에게 치명적인 징계”라며 “다만 김민석은 올림픽 메달 등 포상 실적을 고려해 양형 조처했다”고 밝혔다.

이어 김 위원장은 “타 종목과 비교했을 때 결코 징계 기간이 짧지 않다”며 “선수를 보호하기 위해 솜방망이 처벌을 하는 것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다만 대중의 시선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나 음주운전을 저지른 김민석과 정재웅은 자칫 다른 선수들의 선수 생활을 끝낼 수도 있었고 나아가 시민들의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는 잘못을 저질렀다.

이번 사고로 징계를 받게 된 빙속 선수들. 왼쪽부터 김민석, 정재원, 정재웅, 정선교. [사진=연합뉴스]

 

물론 성인인 선수들이 음주를 하는 것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 그러나 사고가 난 시점엔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이 강화 훈련 중이었다. 이 기간에 만취가 될 정도로 음주를 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문제가 될 수 있다. 나아가 선수생명을 담보로 음주운전을 했다는 건 국가대표라는 이름을 가벼이 여기는 행위라고 판단할 수 있다.

더불어 가장 무거운 징계를 받은 김민석 조차 다음 올림픽 출전엔 큰 문제가 없을 전망이다. 김민석은 2024년 2월 복귀한다. 김진수 대표팀 감독도 선수단 관리 부주의로 징계 대상이 됐으나 큰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민석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팀 추월 은메달, 남자 1500m 동메달을 땄고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도 1500m 동메달을 획득했다. 국제대회에서 성적을 낼 수 있는 선수들에 대한 봐주기식 징계 아니냐는 비판이 이어지는 이유다.

올림픽 성적이 음주운전 사고에 대한 양형 사유가 된다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성적만능주의가 스포츠계 내부에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상황과 반하는 조치다. 그간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것이 과연 음주운전 사고에 대한 면죄부가 될 수 있는 것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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