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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성 픽' 두산, 독이 든 성배 운명은? [SQ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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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성 픽' 두산, 독이 든 성배 운명은? [SQ이슈]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09.15 18: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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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공동=스포츠Q(큐) 글 안호근·사진 손힘찬 기자] 1라운드 선수들 만큼이나 주목을 받은 이름이 있었다. 2년 전 NC 다이노스의 1차 지명을 받았던 김유성(20·고려대). 학교폭력 전력으로 지명철회의 쓴맛을 봐야 했던 그는 신설된 얼리 드래프트를 통해 드래프트에 나섰다.

두산은 15일 서울시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2023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지명으로 우투수 김유성을 택했다.

두산이 김유성의 이름을 호명하자 현장에선 놀랍다는 반응이 터져나왔다. 부담을 안고 김유성을 택한 두산의 의중에 온 관심이 쏠렸다.

김태룡 두산 베어스 단장은 15일  2023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9순위로 고려대 투수 김유성을 지명했다.

 

김유성은 2년 전 김해고 시절 NC 다이노스로부터 1차 지명을 받았다. 그러나 이내 NC는 이를 철회하는 촌극을 벌였다. 고교시절 학교 폭력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 김유성은 2020년 9월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로부터 1년 자격 정지를 받았고 10월 스포츠공정위원회로부터 1년 출전정지 징계를 받았다. 이 때문에 고려대 진학 이후 1년 간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다.

협회의 출전 정지 징계는 이미 끝났으나 팬들의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았다. 그러나 실력만 놓고 보자면 분명히 매력적인 카드였다. 190㎝ 큰 키에서 나오는 150㎞대 빠른 공을 바탕으로 한 그는 1순위 김서현(한화 이글스), 2순위 윤영철(KIA 타이거즈)과 견줘도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다.

심지어 김유성은 KBO 규정 상 이미 2년 전 NC의 지명을 받았던 터라 1라운드에서 지명할 수 없었다. 1라운드 상위픽으로도 부족함이 없는 자원이기에 구단이 떠안아야 할 부담감에 대해서도 고민해 볼 수밖에 없었다.

2년 전 NC 다이노스에 1차 선택을 받고도 학교폭력 사실로 지명철회 아픔을 겪었던 김유성은 두산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사진=스포츠Q DB]

 

1라운드 지명이 진행된 뒤 2라운드 지명 또한 지난해 순위 역순으로 진행됐다. 모기업이 구단 운영의 주체가 되기에 도덕성 등으로 인한 기업 이미지 훼손을 생각지 않을 수 없었다. 첫 순번인 한화를 시작으로 재정상 어려움이 따르지만 이미 야구 팬들 사이 구단 이미지가 좋지 않은 키움도 김유성을 패스했다. 모기업이 유통업을 하는 롯데 자이언츠와 SSG 랜더스, 불특정 다수 유저들을 상대하는 NC 다이노스 또한 부담을 느낀 듯 마찬가지 결정을 했다. LG 트윈스와 삼성 라이온즈도 마찬가지.

그때 두산이 김유성을 호명했다. 순서를 앞두고 잠시 타임을 요청하며 고민했다. 다른 투수와 비교할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국 두산은 김유성을 택했고 외마디 탄성과 웅성웅성하는 소리가 장내에 가득찼다. 무거운 짐을 짊어지기로 결정한 두산의 결정에 많은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앞서 1라운드에서 우투수 최준호(북일고)를 선택하며 김태룡 두산 단장은 “7년 정도 한국시리즈 올라가다보니 항상 9번이나 10번으로 지금까지 뽑았다”며 “올해 성적을 보다시피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김유성의 픽도 이와 궤를 같이 했다.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냈던 두산이지만 이로 인해 신인 드래프트에선 늘 만족스러운 성과를 내지 못했다. 어린 선수들을 잘 키워내며 ‘화수분 야구’라는 수식어로도 불렸으나 최근엔 ‘인재풀이 말랐다’는 평가도 들어야 했다. 지난해 2위팀 두산이 올 시즌 9위까지 추락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2차 지명을 앞두고 타임을 부르며 고민을 키웠던 두산은 결국 부담을 짊어지며 김유성을 선택했다.

 

행사 이후 만난 김 단장은 조심스러웠다. “고민을 많이 했다. 본인이 대학에 가서 반성을 많이 하고 있고 자선 활동도 꾸준히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도 “기량 자체는 즉시전력감으로 높이 평가했다. 2라운드에서 9번이니까 (김유성이) 우리 차례까지 오면 한번 지명해보자고 생각했다”고 지명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김 단장은 “아직 (피해자와 합의 등) 깊게는 어떤 상태인지 모르고 있다. 선수 쪽과 만나서 상황을 파악하고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고민해 봐야 할 것 같다”면서도 철회 가능성에 대해선 “아직 깊은 내용을 모르기 때문에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두산은 과거 선수들의 사건·사고 등으로 10개 구단 중 도덕성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구단 중 하나다. 그러나 팀이 위기에 처했고 결국 비판을 감수하더라도 전력을 강화하기 좋은 방법을 택했다. 팬들이 그에 대해 어떤 시선을 보낼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한가지 분명한 건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전력 강화에 유리한 선택지를 골랐고 이에 대한 책임은 온전히 두산의 몫으로 남게 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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