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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게임' 금의환향, 6관왕 주역들이 꼽은 성공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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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게임' 금의환향, 6관왕 주역들이 꼽은 성공비결
  • 나혜인 기자
  • 승인 2022.09.16 15: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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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공동=스포츠Q(큐) 글 나혜인·사진 손힘찬 기자] 역사를 쓴 ‘오징어 게임’의 주역들이 금의환향했다.

16일 오후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 서울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에미상 수상 기념 간담회가 진행됐다. 간담회에는 황동혁 감독, 김지연 싸이런픽쳐스 대표, 배우 이유미, 채경선 미술감독, 정재훈 VFX 수퍼바이저, 심상민 무술팀장, 이태영 무술팀장, 김차이 무술팀원이 참석해 에미상 6관왕의 기쁨을 나눴다.

앞서 오징어 게임은 지난 13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마이크로소프트 극장에서 열린 제74회 에미상 시상식에서 감독상(황동혁 감독), 남우주연상(이정재)을 수상했다. 본 시상식에 앞서 열린 크리에이티브 아츠 에미상 시상식에서는 게스트상(이유미)과 시각효과상, 스턴트퍼포먼스상, 프로덕션디자인상 부문을 수상했다. 

정재훈 VFX 수퍼바이저(왼쪽부터), 채경선 미술감독, 배우 이유미, 황동혁 감독, 김지연 싸이런픽쳐스 대표, 이태영 무술팀장, 김차이 무술팀원, 심상민 무술팀장.

특히 이번 에미상은 한국 최초를 넘어 비영어권 최초 수상이라는 깊은 의미를 담았다. 황 감독은 “내일이면 오징어 게임이 세상에 공개된지 1년이 되는 날이다. 364일 째에 이런 뜻 깊은 자리를 함께할 수 있어 너무 행복하고 영광스럽다. 기억에 남는 1년의 여정이 된 것 같다”고 말문을 열었다.

김 대표는 “이렇게 좋은 자리에 오기까지 너무 힘들고, 놀랍고, 기쁘고, 여러가지 (감정이 느껴진) 롤러코스터 같은 한 해였던 것 같다. 그렇지만 이렇게 마무리하게 돼 기쁘다”라고, 채 감독은 “촬영하면서 대표님과 ‘우리 에미상 가보자’는 이야기를 했는데 이뤄져서 울컥했다. 작품에 함께한 것이 영광스럽다”라고 반색했다. 

이날 이정재는 연출작 ‘헌트’로 토론토 영화제에 참석해 영상으로 소감을 대신했다. 이정재는 “이름이 불리고 순간적으로 0.1초 안에 ‘내가 맞나?’ 라는 생각이 세 번 지나간 것 같다. 여전히 여러 동료 분들의 축하 문자가 오고 있어서 답장하면서 조금씩 실감하고 있다. 대한민국 시청자들에게 더더욱 감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또한 배우이자 연출자로서 “저 역시 마찬가지로 ‘헌트’로 많은 세계인과 조금씩 만나고 있다. 이런 식으로 조금씩 한국 영화와 드라마를 알리며 어떻게 하면 더 크게, 의미 있게 알릴 수 있을까 고민을 해야 할 것 같다”며 “회사 내에서 정우성 씨와 함께 다음 작품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황 감독은 가장 받고 싶었던 상으로 작품상을 꼽으며 “마지막 시상식이니까 다 같이 무대에 올라갈 수 있는 순간이 한 번쯤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S 발음이 나오길래 오징어 게임인 줄 알았는데 석세션이더라”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오징어 게임의 세계적인 인기 이후 삶에 있어 달라진 부분이 있냐는 질문에는 “제일 큰 건 이빨이 많이 사라져서 제가 좋아하는 마른 오징어를 더 이상 못 먹는다”고 너스레를 떨며 “알아보는 사람이 많아졌다. 배우가 아니다 보니 얼굴이 알려지는 게 인생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아닌데, 이번에도 어떤 분이 길거리에서 인사를 하시더라. 이 상황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고민하는 중”이라고 답했다.

황동혁 감독.

황 감독과 김 대표는 영화 ‘남한산성’ 이후 오징어 게임으로 다시 만나며 성공을 거뒀다. 김 대표는 연이어 협업한 계기에 대해 “지금까지도 남한산성은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했다. 그래서 감독님에게 돈을 벌어야 하지 않겠냐, 다른 것 없냐, 이런 농담을 하던 와중에 넷플릭스가 한국에 들어온 거다. 그때 감독님이 영화 스크립트 상태였던 오징어 게임을 보여줬다”고 회상했다.

이어 “아이들이 하는 게임을 목숨 걸고 한다, 살아남으면 거액의 돈으로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상황 자체가 재미있게 다가왔다. 또 ‘나라면’이라는 질문을 대입할 수 있더라. 일본의 어려운 서바이벌을 보면 내가 절대로 이길 수 없을 것 같은 상황들이 있다”며 “하지만 오징어 게임은 게임들이 쉽다 보니까 ‘나도 해볼 수 있겠는데’ 이런 생각이 든다. 그 모티브가 가장 중요했던 것 같다. 그래서 감독님과 한번 해볼까 이런 이야기를 하다가, 이야기가 길고 등장하는 사람이 많으니까 시리즈물이 좋겠다는 이야기까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오징어 게임의 인기는 K컬처를 향한 관심으로도 이어졌다. 황 감독은 “외국 분들도 K컬처가 갑자기 부각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냐고 많이 물어보신다. 그때마다 드린 대답은 우리는 언제나 무언가를 열심히 만들고 있었고, 그걸 세상에 알리려고 노력해왔다는 것”이라며 “한국은 내수보다 수출 위주의 나라이지 않았냐. 상품이든 인재든 해외로 보내려고 노력하는 나라였기 때문에 콘텐츠를 만드는 이들도 미디어 환경 변화와 함께 꽃을 피울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고 이야기했다.

K콘텐츠의 차별성에 대해서는 “K콘텐츠는 다른 나라와 견주어 봐도 뛰어난 퀄리티를 가지고 있다. 무엇이 다르다기 보다 한국은 굉장히 치열하고 다이내믹한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그 안에서 생성되는 내용들이 빠르게 변화한다. 특히 치열한 현대 사회 모습들을 반영하고 있어서 그것들이 높은 퀄리티와 만나며 전세계에 인정받게 된 계기로 이어진 게 아닐까 싶다”고 밝혔다.

김 대표 역시 “예전에는 한국어를 알아듣고 한국문화를 아는 사람들만 한국 콘텐츠를 봤다면, 지금은 그것이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갈 수 있는 통로가 있다. 다른 나라 사람들도 쉽게 접할 수 있게 됐고, 서로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채 감독은 작품 제작 당시 “한국적인 것을 강조하려고 하지는 않았다”며 “미술 작업을 하면서 가장 많이 시도했던 건 새로운 것을 만들어보자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새로움은 글 속에 있었던 것 같다. 한국적인 컬러, 한국적인 공간이라기보다 글 속에 있는 것들을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려고 했다. 무엇보다 한국 콘텐츠는 작업자들의 자유가 존중된다. 감독님 믿어주셔서 창작자로서 무한하게 창작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김지연 싸이런픽쳐스 대표.

최근 오징어 게임, 보이그룹 방탄소년단(BTS), 영화 ‘기생충’ 등 많은 K콘텐츠들이 각광받자 국가적 차원에서도 글로벌 콘텐츠를 육성하겠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김 대표는 “의도를 가지고 달려가는 순간 더 잘 안된다는 생각이 든 부분들이 있다. 오히려 작가들이나 창작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기회와 좋은 결과가 나오기까지의 시간 등 유무형을 투자를 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나 싶다”고 강조했다.

황 감독은 “오징어 게임은 극장 영화로 생각했다가 많은 한계에 부딪혀서 포기했던 작품이다. 넷플릭스라는 OTT 플랫폼이 한국에 들어오지 않았다면 영원히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플랫폼의 탄생이 오징어 게임이 탄생을 이끌어낸 것은 확실하다”며 “세계적으로 K컬처 붐이 온 것은 맞다. 이 붐을 타고 열기를 이어가는 크리에이터들과 배우들, 한국 문화에 종사하시는 분들이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계속되지 않을까 낙관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징어 게임은 456억원의 상금을 차지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벌이는 서바이벌 게임을 그린다. 공개 후 28일 동안 누적 시청 시간 16억5045만 시간을 기록하며 넷플릭스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한 대작이다. 

지난해 11월 고담 어워즈 첫 수상을 시작으로 피플스 초이스 어워즈, 크리틱스 초이스, 크리틱스 초이스 슈퍼 어워즈 등에서 수상하며 세계적인 인기와 작품성을 입증했다. 여기에 배우 오영수가 제79회 골든글로브에서 남우조연상을, 배우 이정재·정호연이 미국배우조합(SAG)상에서 한국 배우 최초로 TV 드라마 부문 남녀주연상을 거머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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