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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기까지 9년, 김동주의 특별한 잠실나들이 [프로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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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기까지 9년, 김동주의 특별한 잠실나들이 [프로야구]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09.26 09: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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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프로야구와 베어스 역사 40년 속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레전드 김동주(46·은퇴)가 잠실나들이에 나섰다. 무려 9년만이었다.

김동주는 25일 서울시 송파구 잠실구장에서 2022 신한은행 SOL(쏠)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홈경기에서 두산 베어스가 마련한 ‘KBO 레전드 40인 시상식’의 주인공으로 나섰다.

‘레전드40’에 뽑힌 베어스 출신 5명 중 누구보다도 오랜 시간을 두산에서 뛰었고 굵직한 성적을 남긴 김동주지만 다시 잠실로 돌아오기까지 너무도 오랜 시간이 흘렀다.

김동주가 2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레전드40 시상식을 가졌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김동주는 KBO가 올해 리그 출범 40주년을 맞아 기획한 레전드 40인 선정 투표에서 전문가 92표(47.18점), 팬 36만3457표(6.65점)를 받아 29위에 올랐다. 성적으로만 놓고보자면 전혀 이견의 여지가 없을 결과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이름을 날렸던 김동주는 1998년 OB 베어스(두산 전신)에 입단해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2014시즌 이후 은퇴할 때까지 1625경기에서 타율 0.309 273홈런 1097타점을 기록했다. 2003년 타격왕에도 올랐던 그는 4차례 골든글러브를 수상했고 국가대표로서도 4번 타자로 맹활약했다.

국내에서 가장 넓은 잠실을 홈구장으로 사용하면서도 수많은 홈런을 날렸고 2000년 5월 4일 롯데 자이언츠와전에서 기록한 잠실야구장 개장 최초 장외홈런(비거리 150m)은 아직까지도 회자된다. 지금도 잠실구장 밖에는 그의 장외홈런 기념동판을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김동주의 커리어 마무리는 매끄럽지 못했다. 가 1군 무대에서 뛴 건 2013년이 마지막이다. 2014년에는 2군에만 머무르다 은퇴를 했다.

9년 만에 잠실구장을 찾은 김동주(오른쪽)가 현역 시절 함께 했던 김태형 두산 감독과 반갑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현역 시절 말미 구단과 마찰이 있었다. 연봉 협상 과정에서도 잡음을 일으키는 일이 많았다. 결정적으로 사생활 문제로 팬들에게 실망을 안겼던 것이 겹쳐지며 뛰어난 성적에도 이례적으로 은퇴식 없이 유니폼을 벗었다.

지난 12일 KBO가 김동주를 40인 레전드로 발표했을 때에도 김동주의 시상에 대해서 확정된 건 없었다. 열흘이 지난 뒤에야 두산은 이날 행사 일정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많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는 것을 읽어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리웠을 옛 친정을 찾은 김동주를 위한 행사는 5회말이 종료된 뒤 열렸다. 관중석에선 현역시절 내내 울려퍼졌던 그의 응원가가 흘러나왔고 김동주는 후배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팬들에게 화답했다. 특히 현역 시절을 함께 했던 김태형 두산 감독과는 뜨거운 포옹도 나누며 반가움을 나타냈다.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김동주는 “은퇴 후 처음으로 잠실구장에 왔다. 그라운드 안에 발을 들인 건 2013년 이후 9년만”이라며 “현역 때 생각이 난다. 기분 좋게 내 응원가를 들었다”고 했다.

한화 이글스와 두산 베어스 대표 선수 하주석(왼쪽), 김재환(오른쪽)으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김동주.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현역시절 쌓았던 수많은 추억들도 떠올렸다. “데뷔 첫 경기, 한국시리즈 우승, 베이징 올림픽,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그런 것들이 다 생각이 난다”며 “이대호(롯데 자이언츠), 최정(SSG 랜더스) 등 뛰어난 우타 거포 후배들이 이제 은퇴를 앞두거나(이대호), 팀의 고참급이 됐다. 시간이 참 많이 흘렀다”고 소회를 밝혔다.

“(은퇴 후) 한동안 가족과 시간을 보내다가 야구 아카데미를 열어 학생 선수를 가르치고 있다. 4년 정도 됐다”는 그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게 정말 재밌다. 보람도 느낀다”고 전했다.

다만 아쉬울 법도 하다. 동시대에 활약했던 선수들 중 감독, 해설위원 등으로 활약하고 있는 이들이 많다. 김동주도 현장에 대한 애착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내가 오고 싶다고 올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물론 (프로 무대로) 언젠가는 돌아오고 싶다”고 말했다.

현역 시절 어깨 부상으로 오랜 후유증에 시달리기도 했던 그는 끝으로 후배들을 향한 애정어린 조언도 잊지 않았다. “부상 한 번에 인생이 바뀔 수도 있다. 그런 경험을 한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절대 다치지 말라’고 당부한다”며 “부상 방지는 프로와 아마추어 선수 모두에게 중요하다. 다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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