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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정아, 알 수 없기에 아름다운 인생 [인터뷰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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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정아, 알 수 없기에 아름다운 인생 [인터뷰Q]
  • 나혜인 기자
  • 승인 2022.09.30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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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나혜인 기자] “‘알 수 없는 인생’이라는 말이 영화에 딱 맞는 것 같아요. 살아도 살아도 알 수 없는 게 인생이죠.”

배우 염정아(50)의 말처럼 인생은 예측불허다. 무언가 잡힐 것 같으면서도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 그렇기에 인생은 아름답다. 우연히 마주한 순간이 더 벅찬 감동으로 남으니 말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두 차례 개봉을 미룬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가 마침내 개봉했다. 촬영 종료 후 2년 가량이 흘렀지만 염정아는 걱정이 없었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그의 말을 빌리자면 이번 작품은 ‘무조건 될 영화’였다. 염정아는 인생은 아름다워를 처음 마주한 순간을 떠올리며 “대본을 읽었을 때부터 세연에게 푹 빠졌다. 현장만 가면 저 스스로가 세연이 됐다. 캐릭터에 염정아를 대입할 필요조차 없을 정도로 배세영 작가가 글을 너무 잘 써줬다. 하나하나 내 입으로 뱉은 말 같았다”고 말했다.

인생은 아름다워는 ‘극한직업’, ‘완벽한 타인’, ‘우리는 형제입니다’ 등을 써낸 배세영 작가와 ‘국가부도의 날’, ‘스플릿’ 등을 연출한 최국희 감독이 의기투합해 뮤지컬 장르에 도전장을 내민 작품이다.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게 된 세연(염정아 분)이 추억 속 첫사랑을 찾아 떠난다.

작품 흥행에 자신감을 내비친 염정아는 “2020년에 본 것까지 합치면 4~5번 봤다. 볼 때마다 더 많은 신에서 눈물이 나더라”며 “당장 어제도 일반 시사를 보고 왔다. 맨 뒷자리에 앉아 관객들의 반응을 보고 있는데, 같은 라인에 앉은 여성 분들이 깔깔 웃고 펑펑 우셨다”고 관객 반응을 생생하게 전달했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염정아는 이번 영화를 통해 뮤지컬 장르까지 섭렵했다. 하지만 과정은 쉽지 않았다. 노래 연습 기간은 1년 정도, 안무는 개인 레슨과 단체 연습을 병행했다. 그는 “춤은 연습으로 극복했다. 촬영 시작 전부터 새로운 안무가 나올 때마다 연습실에 가서 연습했다. 추울 때 찍어서 살짝 삐걱대면서 췄던 기억이 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영화를 찍으면서도 중간중간 노래 연습을 했다. 원래 노래를 하던 사람이 아니다 보니 발성 자체가 안 됐는데 복식호흡부터 배우면서 실력을 키웠다. 지금은 다시 하라고 해도 못할 것”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당시 필수 아이템이 프로폴리스 스프레이와 목캔디, 용각산이었다고. 

“얼마나 고생했는지 몰라요. 이승철의 ‘잠도 오지 않는 밤에’는 고음이 안돼서 키를 낮춰달라고 부탁했는데, 낮게 부르니까 장면 자체가 죽어버려서 고음 연습도 열심히 했죠. 영화에 들어간 곡은 최대한 듣기 좋은 키를 맞추고 녹음한 거예요.”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속 음악은 대부분 사전 녹음을 통해 립싱크 촬영으로 진행됐다. 배우 하현상(서진 역)이 부른 ‘거짓말’만이 유일한 현장 녹음이었다. ‘거짓말’은 세연의 병을 알게 된 아들 서진이 전화기 너머로 그동안의 무심함을 사과하는 장면에서 흘러나오는 곡이다.

염정아는 “현상이가 먼저 신을 찍고 제 신을 찍었는데, 양해를 구하고 현상이 노래를 틀어달라고 했다. 노래 덕에 감정이 쉽게 올라오더라. 노래를 어찌나 잘하는지! 마지막 장면의 곡인 ‘뜨거운 안녕’에서도 현상이 목소리가 나오면 안정적이다. 연기도 잘했다”고 칭찬했다.

어린 세연 역을 맡아 자신과 높은 싱크로율을 보여준 박세완에게도 “촬영할 땐 세완이에게 해준 게 하나도 없었다. 그런데 제 모습을 많이 연구해왔더라. 닮은 부분이 있다면 세완이가 닮게 연기해준 것”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어제도 시사를 보고 나서 세완이에게 문자를 보냈어요. 아역 연기를 세완이가 해줘서 고맙다고. 어린 세연을 너무 사랑한다고. 그러니 세완이도 ‘정아세연 너무 사랑해요’라고 답장하더라고요.”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50대에 접어든 그는 남편 진봉 역을 맡은 배우 류승룡과 20대 연기를 펼치기도 했다. “재미있는 경험이었다”며 지난 날을 떠올린 염정아는 “처음엔 당연히 아역 배우가 한다고 생각했다. 10대도 아역 배우들이 하니 20대도 다른 배우들이 맡아서 하겠거니, 아이들을 키우는 장면부터 우리가 하겠구나 싶었다. 그런데 미팅 날에 감독님이 ‘두 분이 하셔야죠’ 이러는 거다. 그게 되냐고 물으니까 된다고 하더라. 그래서 하자고 했다. 재미있을 것 같았다”고 이야기했다.

환상적인 부부 호흡을 보여준 류승룡에 대해서는 “촬영 때도 진봉은 류승룡 선배님이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까 더욱 그런 생각이 들더라. 밉게 느껴지는 역할인데 관객을 웃기고 울리고… 진봉이 가진 간극을 좁혀줄 수 있는 배우는 류승룡 선배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극중 세연처럼 염정아도 두 자녀를 가진 엄마다. 가족에게 외면 당하는 세연을 보며 분노한 적은 없냐고 묻자 “아이들이 조금(웃음). 엄마가 하는 이야기는 한 귀로 흘리고 세연의 생일도 챙겨주지 않는다. 가족 중 그 누구도 세연의 생일을 알지 못했지 않나. 가족들이 세연의 감정을 몰아가는 걸 보면서 저도 열이 받았다”며 “제 아이들도 고등학생쯤 되면 그러려나… 저는 한달 전부터 생일이라고 떠들고 다니는 편이긴 하다”고 고백했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1991년 미스코리아로 데뷔해 ‘우리들의 천국’으로 배우 생활을 시작한 그는 30년 가까이 다양한 장르를 오가며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고의 아이콘이자 배우로 자리했다.

그는 “어릴 땐 연기가 재미있다는 것도 몰랐다. 서른이 넘어가면서 재미를 붙였다”며 “‘장화홍련’을 기점으로 이렇게 연기해야 관객들이 좋아한다는 감이 잡혔다. 김지운 감독님의 힘이다”고 털어놨다.

또한 “지금은 현장을 더 즐기면서 찍는다. 경험이 계속 쌓이다 보니 촬영 현장이 편해졌고 어떻게 하면 사람들과 재미있게 찍는지도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최근 영화 ‘외계+인’과 ‘시동’, 드라마 ‘클리닝 업’ 등의 작품과 다양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친근한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는 그는 “시청자분들이 센 캐릭터 연기를 많이 기억해 주시지만, 제 성향은 이런 쪽이다. 원래부터 이런 성격이었는데 다들 모르셨던 거다”며 “‘삼시세끼’ 출연 이후 대중들이 바라보는 시선이 바뀐 걸 느낀다. 이 부분이 연기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저 배우가 갑자기 왜 저런 연기를 하지?’가 아니라 ‘평소 모습과 비슷하네’ 이런 느낌이다”고 이야기했다.

그런 그에게도 세연처럼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있을까. 오히려 염정아는 “다시 여기까지 와야 하니까 굳이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며 “못 해본 건 너무 많지만 주어진 것만 열심히 해도 부족한 삶이다”고 답했다. 

염정아가 열연한 인생은 아름다워는 지난 28일 개봉했다. 러닝타임 1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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