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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이 된 데프트, DRX이기에 더 감동적인 [롤드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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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이 된 데프트, DRX이기에 더 감동적인 [롤드컵]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11.07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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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e스포츠, 특히 리그 오브 레전드(LOL, 롤)에선 노장 축에 꼽히는 ‘데프트’ 김혁규(26)가 꿈에 그리던 세계 최정상의 자리에 섰다. 2020년 창단 후 우승 한 번 하지 못했던 DRX와 함께 다시 손잡고 이뤄낸 역사라 더 뜻깊다.

DRX는 6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체이스센터에서 열린 2022 롤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결승에서 5세트 접전 끝에 T1을 3-2로 꺾고 창단 첫 정상에 섰다.

데프트의 꿈만 같은 우승, 예선전부터 치고 올라가 우승한 역사상 유례없는 미라클 팀. DRX의 우승 스토리가 더욱 주목 받는 이유다.

DRX 선수들이 6일 롤드컵 결승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기뻐하고 있다. 왼쪽부터 표식 홍창현, 킹겐 황성훈, 제카 김건우, 베릴 조건희, 데프트 김혁규. [사진=LOL e스포츠 제공]

 

대회가 시작할 때만 해도 누구도 DRX의 우승을 예상하지 못했다. 롤 챔피언십 코리아(LCK)에서 좋은 성적을 바탕으로 곧 바로 그룹 스테이지에 나선 젠지와 T1, 담원 기아와 달리 LCK 4순위로 출전한 DRX는 예선부터 험난한 경쟁을 치러야 했다.

그러나 경기력이 압도적이었다. 플레이-인 그룹 스테이지 B조에서 5전 전승으로 다음 라운드로 향한 DRX는 LPL 최다 출전 팀이자 우승 경험이 있는 에드워드 게이밍을 3-2로 격파하며 4강에서 젠지를 만났다. 예상을 뒤엎고 3-1로 승리한 DRX의 상대는 최다우승팀 T1.

양 팀을 대표하는 데프트와 ‘페이커’ 이상혁(26)의 대결로도 관심을 모았다. 2013년 함께 데뷔한 LCK 최고참이자 역대 최고 선수로 평가받는 둘은 마포고 동창이라는 연결고리가 있을 정도로 비교의 대상이 됐던 상징적 인물이다.

다만 커리어는 큰 차이가 있었다. 페이커는 T1에서 3차례나 롤드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고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롤은 몰라도 페이커는 안다’는 말까지 만들어내기도 했다. 데프트 또한 롤 팬들에겐 많은 사랑을 받았으나 2014년 이후론 롤드컵에선 4강에도 오르지 못하며 아픔이 있던 선수였다. 4강에 오른 뒤 마치 우승한 것처럼 눈물을 보였던 데프트는 자신의 커리어를 새로 쓸 무대에서 가장 커다란 벽과 같은 동갑내기 전설을 마주했다.

DRX라는 이름으로 첫 우승을 롤드컵에서 이뤄낸 선수들이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사진=LOL e스포츠 제공]

 

끝까지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었다. 1세트를 31분 만에 내준 DRX는 46분 혈투 끝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3세트에선 승기를 잡고도 두 차례 바론 스틸에 당하며 분위기를 내주고 고개를 숙였지만 4세트 상체 우위를 바탕으로 13분 드래곤 전투에서 대승, 손쉽게 다시 승리를 챙겼다.

우승을 확정지은 데프트는 소감을 묻자 다시 한 번 뜨겁게 눈시울을 붉혔다. 얼마나 간절했던 우승트로피인지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 “데뷔 이후 늘 생각하던 꿈이 현실이 됐다”며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이 롤인데 포기한다면 앞으로 살면서 어떤 것도 할 수 없겠다 싶었다. 그래서 결코 포기할 수 없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8강만 5차례 올랐던 그에겐 너무도 멀어보였던 롤드컵 우승이었다. 2020시즌을 마친 뒤 부상과 기량 저하로 인해 힘든 시간을 이겨내고 이룬 성과라 더욱 의미가 깊다. 2014년 삼성 갤럭시 블루 소속으로 4강에 오른 뒤 6번째 만에 4강에 올랐고 3505일 만에 우승 기쁨을 누렸다.

데프트 외에도 사연이 다양하다. ‘표식’ 홍창현은 개인 방송을 하다 뛰어난 기량을 인정받아 선수의 길로 뛰어들게 됐다. ‘제카’ 김건우와 ‘킹겐’ 황성훈은 믿기지 않는 성장 스토리를 썼다. DRX라는 이름으로 이뤄낸 첫 우승이 롤드컵이라는 것도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우승을 확정짓고 얼싸안고 기뻐하고 있는 DRX 선수들과 스태프들. [사진=LOL e스포츠 제공]

 

데프트는 “LCK 스프링 때 팀원에게 돌아가면서 한마디씩 한 적이 있다. 그때 각자에게 부족하다고 느꼈던 것들을 이야기했었다”며 “그때 말했던 것을 넘어서 다들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된 것 같아 너무 멋있다”고 동료들을 칭찬했다.

이어 “스프링을 치를 때만 해도 우승할 수 있겠냐 물어봤을 때 솔직히 그렇게 말하기 힘들었다”면서 “그런데 경기를 치르면서 점점 성장하는 게 느껴져서 마음가짐도 변했다. 우승팀에게 중요한 건 한국에서 말했던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고 생각한다”고 기뻐했다.

아직 군문제를 해결하지 않았으나 꿈에 그리던 타이틀을 차지한 지금 데프트에겐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사실 군입대 문제가 있어서 완전히 확답은 힘들지만 당장의 기분으로는 (내년에도) 할 수 있으면 선수생활을 더 할 것 같다”고 말해 팬들을 설레게 만들었다.

LCK 팀들의 선전으로 더 많은 주목을 받았던 이번 대회는 각종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번 대회 결승은 역대 최고 시청률을 달성했다. 글로벌 e스포츠 통계 사이트 이스포츠 차트에 따르면 최고 동시 시청자는 무려 500만을 돌파했다. 체이스센터를 찾은 1만6000여 팬들은 DRX와 T1의 경기에 완전히 매료돼 5세트 내내 양 팀의 이름을 연호하며 축제를 즐겼다.

우승팀의 특전 중 하나인 챔피언 스킨. DRX 선수들은 각자의 생각을 전했다. 킹겐은 아트록스, 표식은 킨드레드, 제카는 아칼리, 데프트는 케이틀린, 이미 우승자 스킨이 있는 조건희는 애쉬를 택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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