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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바랜 100분 투혼, 벤투호 수비불안 어쩌나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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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바랜 100분 투혼, 벤투호 수비불안 어쩌나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11.29 06: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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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믿었던 김민재(나폴리)도, 우루과이전 안정적인 수비를 보였던 김영권(울산 현대)도, 양 측면 수비수 김진수와 김문환(이상 전북 현대)도, 심지어 골키퍼 김승규(알 샤밥)도 모두 아쉬웠다. 한국 월드컵사에 남을 인상적인 경기였기에 수비의 구멍은 더 크게 느껴졌다.

한국 축구 대표팀은 28일(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가나와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에서 2-3으로 패했다.

조규성(전북 현대)의 극적인 멀티골, 이강인(마요르카)의 맹활약 등 깊은 인상을 남긴 경기였다. 추가시간까지 100분간 선수들은 온몸을 던져 뛰었다. 그렇기에 뼈아픈 실수를 연발한 수비의 구멍이 더욱 커다랗게 느껴졌다.

28일 한국과 가나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에서 첫 실점을 하고 있는 장면. [사진=연합뉴스]

 

전반 중반까지 강한 압박으로 상대를 괴롭혔지만 오버페이스였을까, 이후 급격히 압박 강도가 느슨해졌다. 초반 당황했던 가나는 자신들만의 템포를 찾아갔고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한국은 실점했다.

첫 실점 장면은 지독한 불운에서 비롯됐다. 전반 24분 왼쪽에서 날아든 프리킥에 마크맨을 따라붙은 정우영(알 사드)과 김민재(나폴리)가 나란히 점프를 했지만 김민재의 머리를 떠난 공이 정우영의 머리에 맞고 떨어졌고 이를 모하메드 살리수(사우샘프턴)가 왼발슛으로 마무리했다.

살리수의 슛 전에 공이 안드레 아예우(알 사드)에 손에 맞아 비디오판독(VAR)을 거쳤으나 고의성이 없다는 이유로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지난해 국제축구평의회(IFAB)가 고의성 없는 핸드볼 이후 동료의 골이나 득점 기회로 이어질 때 반칙을 적용하지 않도록 규칙을 개정했기 때문.

어쩔 수 없는 실점이었지만 한국 선수들은 좀처럼 평정심을 되찾지 못했다. 이후 대표팀은 더욱 급격히 흔들렸고 전반 34분 조던 아예우(크리스탈 팰리스)의 크로스를 미리 차단하지 못하며 하메드 쿠두스(아약스)의 헤더에 추가 실점했다.

한국 수비의 허점이 고스란히 나타난 장면이었다. 느슨해진 압박으로 인해 조던 아예우가 자유롭게 크로스를 하도록 뒀고 공중볼 처리 과정도 어설펐다. 공 주변 가나 선수는 둘, 한국 선수는 셋이었으나 공중으로 날아오른 쿠두스와 제대로 경합을 한 선수는 하나도 없었다. 누구의 잘못인지를 명확히 따지기는 쉽지 않지만 마크맨에 대한 소통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건 분명했다.

두 번째 실점 이후 허탈해하는 김승규(가운데)와 김진수(오른쪽). [사진=연합뉴스]

 

경기 후 벤투 감독은 지상파 방송과 인터뷰에서 “비기기만 했어도 비교적 공정한 결과였을 것”이라면서도 “물론 우리가 어리석은 수비 실수가 나오면서 실점했는데 결과를 바꿀 기회도 있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수비에서 언제든 나올 수 있는 실수지만 앞서 비슷한 상황에서 불안함을 자주 노출했고 가장 큰 무대인 월드컵에서도 이를 되풀이 했기에 더욱 뼈아팠다. 심지어 우루과이와 1차전에서도 디에고 고딘(벨레스 사르스필드)을 놓치며 골이나 다름없는 헤더를 허용하기도 했으나 이날도 세트피스에서 역할 분담히 확실히 이뤄지지 않으며 결국 실점까지 이어졌다.

별다른 소득 없이 무기력하게 전반을 마친 대표팀은 후반 반전을 꾀했다. 특히 12분 투입된 이강인은 1분 만에 날카로운 크로스로 조규성의 만회골을 도왔고 이후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결국 조규성은 3분 뒤 다시 한 번 김진수의 택배를 골문으로 배달시키며 동점을 만들어냈다.

가나 선수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쉽사리 앞서가던 때처럼 템포를 되찾아오지 못했다. 추가시간까지 30분 이상 시간이 있었기에 충분히 역전 드라마를 꿈꿔볼 만해 보였다.

그러나 후반 24분 다시 한 번 실점을 허용했다. 왼쪽 측면에서 오버래핑 하는 이냐키 윌리엄스(아틀레틱 빌바오)를 막지 못하며 쿠두스에게 다시 한 번 골을 내줬다. 1차적으로는 공을 몰고 오던 조던 아예우에 대한 수비 지원이 이뤄지지 않은 것부터 라이트백 김문환이 오버래핑 하는 윌리엄스를 놓친 것, 이후엔 문전에 4명의 선수가 가나 선수 3명을 제대로 마크하지 못한 것까지 모두 아쉬움이 남았다.

한국은 조규성의 멀티골로 2-2 동점을 이뤄냈지만 아쉬운 실수 속 다시 한 번  모하메드 쿠두스(왼쪽에서 2번째)에게 골을 내주며 고개를 숙였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은 19개의 슛을 날렸고 특히 후반 막판 파상공세를 펼치며 국민들을 열광케했다. 그렇기에 너무도 허망하게 내준 3차례 실점이 더 뼈아프게 느껴졌다. 3개의 유효슛을 하나도 막아내지 못한 골키퍼 김승규(알 샤밥)도 선방 하나를 해주지 못했다. 전반 두 차례 실점 과정에서도 과감히 결단을 내리지 못하기도 했다.

2,3번째 실점 장면에 직간접적으로 연관됐던 김진수는 “실점 장면에서 판단을 잘못했다. 마음이 상당히 무겁다”고 했고 나상호(FC서울)는 마지막 코너킥이 무산된 장면에 대한 질문에 “너무 아쉬웠다. 코너킥 하나로 골이 들어갈 수도 있다”면서도 “다만 그 전에 우리가 실점한 부분이 더 아쉽다. 코너킥을 떠나서 우리가 반성해야 할 부분인 것 같다”고 고개를 숙였다.

물론 아직 16강행이 무산된 건 아니다. 다음달 3일 0시 열릴 포르투갈전에서 승리한다면 경우의 수를 따져 16강에 오르는 기적을 꿈꿔볼 수도 있다. 그러나 2경기에서 5골을 넣으며 2승을 챙긴 포르투갈을 잡아내기 위해선 수비 안정이 전제돼야 한다. 2경기에서 2골에 그친 한국이기에 실점 최소화 없이는 승리를 기대하기 어렵다.

지나간 실수에 대해 범인찾기를 하는 것은 남은 경기 결과를 위해 좋을 것이 없다. 그러나 왜 비슷한 실수가 계속되고 이를 막기 위해서 특단의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 심지어 포르투갈전엔 이날 경기 직후 퇴장 조치를 벤투 감독이 함께하지 못한다. 보다 꼼꼼하고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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