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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독일 격파' 일본, 벤투호에 제시한 모범답안 [한국 포르투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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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독일 격파' 일본, 벤투호에 제시한 모범답안 [한국 포르투갈]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12.02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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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전차군단’ 독일에 이어 ‘무적함대’ 스페인도 잡아냈다. 일본은 조 1위로 16강으로 향했다.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이 이끄는 일본 축구 대표팀은 2일(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스페인과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E조 3차전에서 2-1 역전승을 거뒀다.

2승 1패(승점 6)를 기록한 일본은 스페인(승점 4)을 제치고 당당히 조 1위를 차지했다. 4년 전에 이어 두 대회 연속 16강 진출 쾌거를 써냈다.

일본 축구대표팀이 2일 스페인을 꺾고 조 1위로 16강행을 확정지은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을 상징하는 건 ‘빌드업 축구’다. 일본이 오래 전부터 지향해온 것이고 그 원조격이라 볼 수 있는 스페인을 상대로도 결국 승리를 따냈다. 독일과 스페인을 모두 잡아내는 이번 대회 최대 이변의 팀이기에 3일 오전 0시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포르투갈을 만날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으로선 분명히 참고 삼아야 할 부분이 있다.

일본은 후방에서부터 차근히 빌드업을 통해 경기를 풀어간다는 점에서 현재 벤투호와 유사한 점이 있다. 그러나 독일과 스페인을 상대로 한 일본의 축구는 조금 달랐다. 점유율에서 독일전은 22%-65%(경합 13%), 스페인전은 16%-74%(경합 10%)로 크게 밀렸다. 슛도 10-25, 6-13으로 뒤졌다.

밑에서부터 패스 플레이를 펼치는 기조는 변함이 없었으나 한 번 기회를 잡았을 땐 빠르게 전진했다. 독일전엔 과감한 역습으로 2골을 만들어냈다. 동점골 이후 3분 뒤엔 역습에 나섰고 문전 혼전 상황 집중력을 발휘하며 ‘언더독’의 기적을 연출했다.

강력한 슛도 무기였다. 이날 후반 3분 상대 진영에서 공을 탈취한 도안 리츠(프라이부르크)는 과감한 슛으로 독일의 골망을 흔들었다. 아르헨티나를 잡아낸 사우디아라비아도 이 같은 강력한 한 방을 통해 기적을 써냈다.

반면 독일과 스페인은 완벽한 기회를 만들기 위해 애썼고 이는 과감한 슛을 제한하는 효과로도 이어졌다. 특히 1차전 독일은 역전을 허용한 뒤에야 보다 공격에 적극성을 더했지만 한 번 넘어간 흐름을 쉽게 되찾아올 수 없었다.

도안 리츠(왼쪽)의 과감한 중거리슛이 골망을 흔들었고 일본은 결국 우승후보 스페인을 잡았다. [사진=연합뉴스]

 

일본도 상대적 약체로 평가받았던 코스타리카를 만나서는 경기를 주도했다. 점유율에서 48%-39%(경합 13%)로 앞섰고 슛도 14-4로 크게 앞섰으나 후방에서부터 세밀한 패스플레이로 풀어나가려다 치명적인 클리어링 실수로 결승골을 헌납해 고개를 떨궜다.

포르투갈전 또한 4년 반 동안 공들여온 빌드업 축구를 버릴 수는 없다. 그러나 너무 완벽한 기회를 만들려하기보다 기회가 오면 더 적극적으로 마무리할 필요가 있다. 우루과이전 빌드업 축구를 훌륭히 해냈으나 유효슛이 하나도 없었다는 걸 상기해볼 필요도 있다.

일본이 독일과 스페인전 두 경기에서 만든 유효슛은 3개씩이었다. 그 중 2골씩을 만들어냈다. 높은 결정력에 박수를 보낼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좋은 기회가 쉽게 찾아오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 번 기회가 왔을 때 더욱 과감히 마무리를 할 필요가 있다.

포르투갈전은 일본-독일 경기보다는 이날 일본-스페인과 가까울 공산이 크다. 코스타리카가 이기는 경우를 제외하곤 스페인의 탈락 경우의 수는 사실상 없었는데, 아주 잠시 코스타리카가 앞서기도 했지만 독일은 순식간에 역전했고 스페인 선수들은 이 소식을 들은 것처럼 보였다. 1-2로 역전을 당한 후에도 적극적인 공격 의사를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조 2위로 올라가면 크로아티아가 아닌 모로코를 만날 수 있기에 더욱 여유가 있었다.

포르투갈은 이미 2승을 따내 16강행을 확정했다. 이날 한국에 지더라도 조 1위를 차지할 가능성도 있다. 페르난두 산투스 포르투갈 감독은 전날 공식 기자회견에서 “조 1위를 사수하겠다”면서도 “(주전 선수들이) 피로가 조금 누적돼 있다. 더 누적되면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조심해야 한다”고 로테이션 가동을 예고했다.

포르투갈을 반드시 꺾어야만 16강 진출 가능성이 있는 벤투호에 일본의 승리는 많은 힌트가 됐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벤치 자원까지 매우 탄탄한 팀이 포르투갈이기에 한국이 우세한 경기를 치를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다만 간절함을 바탕에 둔 적극적인 공격을 펼친다면 포르투갈전 기적을 꿈꿔볼 수 있다.

또 2골을 만들어냈던 가나전 공격 스타일도 떠올려봐야 한다. 지금껏 준비해온 빌드업 축구와는 분명 차이가 있었다. 우리가 잘하는 것, 그동안 해온 것에 중점을 두면서도 상황에 따라선 더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잘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실낱같은 16강 희망을 살리기 위해선 포르투갈을 무조건 꺾어야 하고 최대한 많은 골이 필요하다. 뻔한 방식으론 이러한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보다 다양한 루트로 많은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일본이 보여준 모범답안을 잘 참고해야 한다. 역습 시엔 확실한 마무리를 해야하고 완벽한 기회를 만드는 것에만 몰두하기보다는 때론 과감한 슛으로 상대의 허를 찌를 수 있어야 한다. 기적을 만들어내기 위해선 많은 부분이 잘 맞아 떨어져야 한다. 운도 그 중 하나일 수 있다. 분명 낮은 확률이지만 일본과 사우디 등 아시아 국가들을 통해 불가능한 것이 아니란 걸 확인했다. 이젠 한국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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