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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아픈 수비불안, '16강 단골되기 위해선' [카타르 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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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아픈 수비불안, '16강 단골되기 위해선' [카타르 결산]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12.06 11: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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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4경기 1승 1무 2패. 패배한 2경기에서 무려 7실점을 했다. 16강 진출 쾌거를 써낸 값진 월드컵이었지만 잦은 실수로 인해 한순간에 무너진 수비 불안은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한국 축구 대표팀은 6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974 스타디움에서 열린 브라질과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16강전에서 1-4로 졌다.

한국 축구 팬이라도 세계 최강 브라질에 승리를 거둘 것이라고 예상한 이들은 많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날 패배는 다소 좌절감을 느끼게 만들 정도로 무력해 보이기까지 했다.

한국 축구 대표팀이 6일 카타르 월드컵 16강전에서 브라질 네이마르(가운데)에게 골을 먹히고 아쉬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세계 축구와 큰 격차를 보이는 대표팀이기에 월드컵에 나설 때마다 늘 수비 불안 문제가 뒤따르는 건 필연적이었다. 다만 몇 가지 문제가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것은 고민해봐야 할 필요가 있다.

첫째는 세트피스 등에서 시작되는 크로스에 취약하다는 점이다. 조별리그 첫 경기 우루과이전 한국은 득점 없이 비겼으나 수비가 안정적이었다고만 할 순 없었다. 특히 코너킥 상황에서 디에고 고딘(벨레스 사르스필드)을 완전히 놓쳤다. 그의 헤더가 골대를 맞고 나와 다행이었으나 실점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이었다.

가나전은 더 뼈아팠다. 마찬가지로 프리킥에서 문전으로 날아드는 크로스를 제대로 클리어링하지 못해 첫 골을 내줬고 두 번째 실점도 크로스를 저지하지 못하며 골문 앞에서 무방비로 헤더를 허용하며 내줬다. 

두 센터백 김민재(나폴리·190㎝)와 김영권(울산 현대·186㎝)의 신장은 결코 작은 편이 아니다. 실점 장면들을 돌이켜봐도 공중볼 경합에서 밀렸던 게 결정적 문제가 아니었다. 아예 마크맨을 놓치거나 막아설 상대 공격수에 대한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 같다는 인상을 주는 장면이 대다수였다.

김진수(오른쪽)의 클리어링 실수로 인해 무너진 오른쪽 측면은 선제실점의 시발점이 됐다. [사진=연합뉴스]

 

또 다른 하나는 실수가 잦고 이로 인해 경기 흐름이 한순간에 넘어가는 일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이날도 승부가 급격히 기운 1,2번째 실점 장면이 그랬다. 수비 진영에서 공 소유권을 다투던 중 황인범(올림피아코스)이 태클을 하고도 공을 빼앗아내지 못했고 레프트백 김진수(전북 현대)도 발을 뻗은 사이 하피냐(바르셀로나)에게 너무도 쉽게 왼쪽 측면을 내줬고 이후 비니시우스 주니오르(레알 마드리드)에게 골을 내줬다.

공격수와 미드필더들의 적극적인 압박을 통해 브라질을 막아서고 있었기에 위험지역에서는 공을 빼앗으려고 달려들기 보다는 상대 공격을 지연시키는 게 급선무였다. 박지성 SBS 해설위원도 “우리 수비 조직력이 나쁘다고만 평가할 수는 없다”면서도 “다만 실점하는 과정에서 집중력이 떨어지는 장면이 보인다. 상대가 기술이 좋기 때문에 덤벼서 빼앗을 필요는 없다. 지켜주면 된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두 번째 실점 장면에선 페널티 지역에서 정우영(알 사드)이 히샬리송(토트넘 홋스퍼)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했고 그의 발을 걷어차며 페널티킥을 내줬다. 정우영으로선 억울할 수도 있으나 분명한 건 상대 공격수의 위치를 미리 파악했더라면 충분히 서둘러 클리어링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파울루 벤투 감독도 경기 후 “초반에 대량 실점하고 말았다. 특히 페널티킥 실점을 하면서 에너지를 잃었다”고 패인을 분석했다.

4년 전 러시아 월드컵에서 대표팀은 3실점 중 치명적인 수비 실책으로 내준 페널티킥으로 2골을 허용했다. 6개월 전 브라질과 평가전에서 1-5로 졌을 때도 한국은 페널티킥 2개를 내줬고 치명적 클리어링 실수까지 더해 3실점했다.

실점 후 허탈해하는 한국 축구 선수단. [사진=연합뉴스]

 

물론 체력에서 브라질에 비해 어려움을 겪었던 것도 사실이다. 브라질은 이미 16강행을 확정한 상태에서 3차전에 로테이션을 가동했고 주축들의 체력을 아낄 수 있었던 반면 한국은 포르투갈을 반드시 꺾어야만 16강 진출 경우의 수가 생겨 3차전까지도 온 힘을 쏟아 부었다. 이날 경기 후 김진수는 “몸이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세트피스나 크로스 등에 대한 대처가 부족하거나 박스 내에서 잦은 페널티킥 헌납 등은 단순히 체력 문제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만 보기는 어렵다. 이러한 부분이 쉽게 고쳐지지 않는 건 아쉽기만 하다.

한국 축구가 월드컵 본선 한 경기에서 넣은 최다골은 2골이다. 단 한 번도 3골 이상을 넣은 적이 없다. 아쉬운 수비로 인해 1,2골을 내주면 그날 승점을 따내는 게 어려워진다는 걸 의미한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분명하다. 단순히 수비 조직력을 강화하고 많은 훈련을 하는 것 외에도 6개월 전 브라질을 만났던 것처럼 세계적인 무대에서 경험할 수 있는 강팀들과 모의고사를 자주 보는 것이다. 내성을 기를 필요가 있다. 그러나 대한축구협회는 브라질전 이후 이렇다할 강팀과 A매치를 추진하지 않았다. 오직 돈 벌이를 위해 국내에서만 평가전을 치렀고 그러다보니 상대는 자연히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벤투 감독과 선수들은 6개월 전과 다른 결과를 내겠다고 했으나 가장 중요한 무대에서도 결국은 비슷한 결과가 반복됐다.

조규성, 김문환, 백승호(이상 전북 현대), 황희찬(울버햄튼 원더러스), 김민재(나폴리), 황인범(올림피아코스), 이강인(마요르카) 등 4년 뒤에도 맹활약할 영건들의 재발견은 고무적이었다. 그렇기에 향후 더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서라도 안 내줘도 될 실점은 최소화할 수 있는 해법을 찾고 충분한 실전 테스트를 해보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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