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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3 베테랑(2)] 당진 문기한, 간절함으로 일군 1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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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3 베테랑(2)] 당진 문기한, 간절함으로 일군 15년
  • 크삼크사 객원기자
  • 승인 2022.12.1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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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3리그는 한국 축구의 ‘허리’라 불립니다. 구성원 대부분이 프로 진출을 꿈꾸는 미생이죠. 그러나 일부 예외도 있습니다. 몇몇 베테랑은 상위리그에서 화려한 시절을 보낸 뒤 하부리그에서 선수인생을 매듭지을 준비를 합니다. 치열한 경쟁에서 생존한 이들의 경험은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죠. 스포츠Q(큐)가 대한축구협회(KFA)와 더불어 운영하고 있는 크삼크사 기자단의 신희재 객원기자가 K리그 200경기 이상 출전한 선수를 인터뷰해 조명합니다. [편집자 주]

[스포츠Q(큐) 신희재 객원기자] 문기한(33·당진시민축구단)은 과거 부천FC1995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던 미드필더다. 2008년 FC서울을 시작으로 안산경찰청, 대구FC, 부천을 거치며 K리그 통산 230경기 14골 43도움을 기록했다. 2016년 둥지를 튼 부천이 커리어의 절정이었다. 이듬해부터 두 시즌 연속 주장을 맡는 등 팀의 얼굴이었다. 

준수한 커리어로 보이지만 늘 탄탄대로는 아니었다. 2008년 유스 출신 1호 선수로 서울에 입단했지만 2012년까지 K리그 17경기 출전에 그쳤다. 그 사이 염원했던 2012 런던올림픽 참가도 무산됐다. 그러나 2013년 출범한 K리그2로 발걸음을 옮긴 뒤 7년간 최고 수준의 미드필더로 거듭났다. 2020년부터는 재편된 K3리그를 누비고 있다. 베테랑 인터뷰이로 문기한을 선정한 배경이다. 매 순간 간절함으로 기회를 잡은 결과, 데뷔 15년차에도 건재한 기량을 뽐내고 있는 그를 만났다. 

문기한은 올해 K3리그 당진에서 주전 미드필로 활약했다. [사진=당진시민축구단 제공]
문기한(오른쪽)은 올해 K3리그 당진에서 주전 미드필더로 활약했다. [사진=당진시민축구단 제공]

- 먼저 현 소속팀 당진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당진은 창단 2년차에 접어든 신생팀입니다. 코치진과 선수단 모두 젊은 편이라서 남다른 열정을 갖고 있습니다. 특히 매번 참신한 훈련 프로그램이 진행돼 운동시간이 기다려질 정도로 재밌습니다. 화성FC와 계약이 끝난 뒤 한상민 당진 감독님으로부터 ‘어린 선수들이 많아 경험 있는 선수가 중심을 잡아줬으면 한다’는 제의를 받았습니다. 감사한 마음으로 올해 팀에 합류했습니다.”

- 데뷔 15년차지만 사실 신인 시절엔 좀처럼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다고 들었습니다.

“네. 2008년 서울 유스 출신 1호 선수로 데뷔했지만 많은 경기에 나서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서울에서의 시간은 모두 좋은 경험이자 배움이었습니다. 당시 이민성, 김한윤, 이을용 등 고참 선수들을 가까이에서 보며 자기관리 비결과 플레이 스타일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때때로 서울 유니폼을 입고 뛰는 날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 2013년 안산경찰청에 입대해 K리그2에 도전했습니다. 어떤 각오로 임했나요?

“입대 전 가장 큰 목표가 2012 런던올림픽 참가였습니다. 하지만 수년간 간절히 원했던 게 무산되면서 새로운 동기부여를 위해 입대를 결정했습니다. 군 복무 21개월이 지났을 때 훨씬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아침점호가 끝나면 식사 전까지 2시간 동안 새벽 운동을 하는 등 군 생활 내내 오직 축구만 생각했습니다. 감사하게도 조동현 안산 감독님이 꾸준히 기회를 주셨고 염기훈, 오범석, 양동현 같은 좋은 선수들과 함께한 덕분에 많이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 전역 후 K리그2 대구와 부천으로 떠난 건 더 많은 출전을 위해서였나요?

“네. 군 생활을 통해 선수는 그라운드에서 인정받아야 하는 걸 체감했습니다. 저를 원하는 팀이 있다면 어디든 가서 뛰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이영진 대구 감독님이 저를 불러주셨습니다. 대구 시절엔 임대 신분이다 보니 ‘경기에 못 나가면 일자리를 잃는다’는 각오로 최선을 다했습니다. 또 룸메이트였던 이종성 선수가 같은 임대 신분인 데다 공통분모가 많아 서로 의지하면서 생활했습니다. 그렇게 한 시즌을 마친 뒤 대구로 완전 이적을 원했지만 성사되지 않았어요. 저를 가장 원한다고 느꼈던 부천을 선택했습니다.”

문기한(왼쪽)은 부천 소속으로 친정팀 서울의 홈구장에서 FA컵 일정을 소화했다. [사진=본인 제공]
문기한(왼쪽)은 2016년 부천 소속으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친정팀을 상대했다. [사진=본인 제공]

- 부천에서 4년 동안 많은 걸 얻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무엇인가요?

“하나만 꼽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좋은 추억들이 너무 많아서요(웃음). 먼저 커리어에서 부천 소속으로 가장 많은 경기에 출전했고, 2017년 K리그2 베스트11 미드필더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사랑하는 사람(부천 홍보팀 직원)을 만나 결혼까지 했으니 선수로서나 사람으로서 얻을 수 있는 영광을 모두 부천과 함께한 것 같습니다.

또 2016년 구단 최초 승강 플레이오프 진출, 같은 해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치른 FA컵 4강전, 2017년 무관중 경기를 치를 때 밖에서 응원받던 모습이 생각납니다. 주로 팬분들과 일심동체였던 순간이 떠오릅니다. 부천 시절 얻은 가장 귀한 것도 바로 팬입니다. 부천팬분들은 제가 K3리그 강릉시민축구단, 화성, 당진으로 팀을 옮긴 뒤에도 매년 찾아와 변함없이 응원을 보내 주십니다. 이분들이야말로 저의 가장 소중한 자산이 아닐까 싶습니다.”

- K리그2와 K3리그 원년을 모두 경험했습니다. K3리그 성장세는 어느 정도인가요? 

“K리그2가 올해 10년차를 맞이하면서 초기에 비해 인식도 좋아지고 많은 발전을 이뤘습니다. K3리그도 출범 초기에는 2013년 K리그2처럼 상하위권 판도가 명확하게 갈린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투자를 하는 팀들이 늘어나면서 수준이 상향 평준화됐습니다. 향후 프로와 연계가 되면 한국 축구의 허리로서 더욱 경쟁력을 갖춘 리그로 성장할 것입니다.”

문기한. [사진=당진시민축구단 제공]
베테랑 문기한은 후배들에게 '간절했던 초심'을 강조했다. [사진=당진시민축구단 제공]

- 20년 동안 훈련 일지를 작성할 만큼 철저한 자기 관리로 유명합니다. 

“초등학교 시절 선생님께서 ‘꿈을 그리는 사람은 그 꿈을 닮아간다’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일지를 꾸준하게 기록하는 건 습관 중 하나여서 그동안 크게 의미 부여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몇 년 전 슬럼프가 왔을 때, 우연히 일지에 작성한 글귀를 보면서 그동안 잊고 있었던 꿈에 아주 가까워졌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좋은 습관 덕분에 은사님 말씀처럼 저도 모르는 사이 계속해서 꿈을 그리고, 그 꿈을 닮아갈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목표가 궁금합니다.

"20년 이상 축구를 했고 여전히 축구를 사랑하기 때문에 계속 축구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습니다. 다만 단순히 어떤 직업을 택하는 것이 아닌 방향성을 고민 중입니다. 어릴 땐 인생의 목표가 그저 축구선수가 되는 것이었지만, 막상 목표를 이루고 보니 어떤 선수가 될지 깊이 고민했어야 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다른 일을 하더라도 답이 명확해질 때까지는 필요한 준비를 하면서 축구에 전념할 것입니다.”

- 끝으로 프로 진출을 꿈꾸는 K3리그 후배들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지금 자신이 속한 리그와 소속팀이 얼마나 소중한 무대인지 떠올렸으면 합니다. 지난 3년 동안 K3리그에서 실력과 가능성을 겸비한 선수, 간절함과 성실함을 갖춘 선수들을 정말 많이 봤습니다. 그렇기에 K3리그가 결코 만만하지 않으며 간절함 없이는 살아남기 힘든 걸 실감했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종종 열악한 환경과 불안한 현실에 불평을 토로하는 경우도 보곤 합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이 무대는 절대 당연한 것이 아닙니다. K3리그는 프로 진출을 꿈꾸는 선수들이 계속 축구를 하면서 목표를 향해 도전하는 곳입니다. 누군가는 이곳에서 뛰는 걸 간절히 원한다는 사실을 기억하세요. 우리의 축구 인생은 계속될 겁니다. 간절했던 초심을 잊지 말고 함께 정진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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