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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기 강수연 이태원... 비보 안타까웠다 [영화결산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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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기 강수연 이태원... 비보 안타까웠다 [영화결산②]
  • 나혜인 기자
  • 승인 2022.12.29 0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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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나혜인 기자] 2022년 한국영화계는 '헤어질 결심', '브로커' 등 대작이 국내외에서 호평을 받는 등 낭보를 전함과 동시에 안타까운 소식과도 마주해야 했다. 고목처럼 굳건할 것 같았던 안성기와 강수연이 그렇다. 여기에 이태원 참사로 사랑하는 이를 잃은 슬픔이 더해졌다.

◆ 한국영화의 버팀목 안성기·故강수연

"영화는 나의 모든 것입니다."(안성기)

안성기(왼쪽), 故강수연. [사진=스포츠Q(큐) DB]
안성기(왼쪽), 故강수연. [사진=스포츠Q(큐) DB]

국민배우 안성기는 지난 9월 소속사 아티스트 컴퍼니를 통해 "혈액암 치료 중"이라고 밝혔다. 항암 치료 중에도 영화 '한산: 용의 출현', '탄생' 촬영을 이어간 사실이 알려졌다. 그런데도 각종 행사에도 모습을 드러내길 서슴지 않았다.

투병 소식이 전해지자 배우 탕웨이, 한지일, 황신혜 등이 그의 쾌유를 비는 응원을 보냈다. 제42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영평상) 측은 안성기에게 공로상을 수여하며 "과거완료형 배우가 아닌 현재진행형 배우라 공로상을 반대하려 했지만, 앞으로도 좋은 활약을 부탁하는 마음에서 드리게 됐다"고 전했다.

제58회 대종상 영화제에서 안성기는 "영화배우로 살면서 늙지 않을 줄 알았다. 나이를 잊어버리고 살았는데 최근 들어 시간과 나이는 멈출 수 없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며 "제 건강을 많이 걱정해주시는데 아주 좋아지고 있다. 또 새로운 영화로 여러분들 뵙도록 하겠다"고 공로상 수상 소감을 전했다. 현재 병세는 꾸준히 호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성기가 식지 않는 열정으로 영화인들에게 희망을 전했다면, 故 강수연의 마지막은 많은 영화인들에게 한국영화의 지난 세월을 되돌아보게 했다. 

[사진=故 강수연 배우 장례위원회 제공]
[사진=故 강수연 배우 장례위원회 제공]

지난 5월 향년 55세로 눈을 감은 강수연은 한국영화의 산증인이자 역사를 써내려간 배우다. 1966년 연기자로 데뷔, 거장 임권택 감독의 영화 '씨받이(1986)'로 한국 배우 최초 베니스영화제 여우주연상, '아제 아제 바라아제(1989)'로 모스크바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은 대표 1세대 배우였다.

그는 배우로서 눈에 띄는 활약을 선보인 것 뿐만 아니라 한국영화를 지키는 일에도 힘썼다. 2015년 부산국제영화제 공동 집행위원장에 취임, 영화제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며 영화인들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자리한 바 있다.

강수연은 '주리(2013)' 이후 10년 만에 넷플릭스 영화 '정이'로 복귀를 앞둔 상황이었다. 정이는 연상호 감독이 '지옥' 이후 다시 넷플릭스와 함께 선보이는 오리지널 영화다. 급격한 기후변화로 폐허가 된 지구를 벗어나 이주한 쉘터에서 발생한 전쟁을 끝내기 위해 전설적인 용병 정이(김현주 분)의 뇌를 복제, 최고의 전투 AI를 개발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SF물이다.

강수연은 정이를 개발하는 크로노이드 연구소 팀장 서현 역을 맡았다. 한국영화에 길이 남을 그의 유작이 된 정이는 내년 1월 20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 이태원 참사, 피해갈 수 없었던 슬픔

문소리(왼쪽), 故이지한. [사진=스포츠Q(큐) DB,  935엔터테인먼트 제공]
문소리(왼쪽), 故 이지한. [사진=스포츠Q(큐) DB, 935엔터테인먼트 제공]

지난 10월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 핼러윈 축제를 앞두고 대형 압사 사고가 벌어지며 전국이 추모 물결로 뒤덮였다. 압사 사고 사망자는 158명, 피해자 대부분이 20, 30대 젊은 나이로 가족과 마지막 인사도 건네지 못한 채 떠나야 했다. 사고 현장에는 이제 막 새로운 시작을 밟던 젊은 배우 故 이지한과 배우 문소리의 스태프도 자리했던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최근 열린 제43회 청룡영화상에서 여우주연상 시상자로 무대에 오른 문소리는 시상 전 이태원 사고로 잃은 스태프를 추모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는 "매번 무거운 옷 가방을 들고 나서던 너가 10월 29일 숨도 못 쉬고 하늘 나라로 간 게 믿기지 않지만, 그동안 이런 자리에서 네 이름 한 번 못 불러 본 게 굉장히 마음 아팠다"며 "너를 위한 애도는 마지막이 아니"라며 "(이태원 사고가) 진상규명되고, 책임자 처벌되고, 그 이후에 진짜 애도를 할게"라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MBC 새 금토드라마 '꼭두의 계절'에 캐스팅돼 촬영을 이어오던 '프로듀스 101 시즌2' 출신 故 이지한은 이태원에서 촬영 현장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그의 소속사 935엔터테인먼트 측은 "슬픈 소식으로 인사 드리게 되어 비통한 심정이다. 소중한 가족 이지한이 하늘의 별이 되어 우리 곁을 떠나게 됐다"고 밝혔다.

극중 전 연인 관계로 연기합을 맞춘 임수향도 빈소를 찾았다. 임수향은 SNS를 통해 "어제가 원래 너와 하루종일 함께하는 촬영이었는데 소식을 듣고 너의 빈소에 모여 우리 모두 한참을 아무 말도 못하고 그저 황망히 앉아 있었다"며 "너의 부모님께 네가 집에 가서 누나가 잘한다고 칭찬해줬다고 좋아하고 자랑했다며 내 손을 잡아주시는데 더 좋은 말 한 마디, 응원의 한 마디 더 해줄 걸 하는 아쉬움과 챙겨주지 못한 미안함에 한참을 울었던 것 같다. 네가 그곳에서 자랑스러울 수 있도록, 그리고 이제는 평안해지기를 바란다"는 추모글을 게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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