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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노 비판 홍명보, 역대 '배신의 아이콘' 소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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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노 비판 홍명보, 역대 '배신의 아이콘' 소환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3.01.12 12: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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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지금까지 만난 일본 선수 중 최악.”

홍명보(54) 울산 현대 감독이 뿔났다. 그 화살은 친정팀과 신뢰를 깨고 라이벌팀으로 향한 아마노 준(32·전북 현대)을 향했다.

전북은 지난 5일 지난해까지 울산에서 뛰던 아마노 준을 임대 영입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울산의 우승을 도왔던 핵심 미드필더였던 그는 홍 감독과 구두로 잔류 의사를 나타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기에 홍 감독과 울산 팬들은 큰 충격에 휩싸였다. 홍명보 감독은 11일 울산 현대 클럽하우스에서 열린 인터뷰에서 작심한 듯 아마노를 향해 화살을 날렸다.

홍명보 울산 현대 감독이 11일 울산 현대 클럽하우스 인터뷰에서 라이벌팀으로 이적한 아마노 준에 대해 강한 비판의 메시지를 날렸다. [사진=연합뉴스]

 

울산은 지난해 꿈에 그리던 우승을 차지했다. 아시아 최강자로도 군림했으나 유독 멀게만 느껴졌던 게 K리그 정상이었다. 무려 17년 만에 트로피를 손에 넣었다.

아마노의 활약을 무시할 수 없었다. 일본프로축구(J리그) 요코하마 마리노스 소속인 아마노는 지난해 임대생 신분으로 울산으로 이적했다. 연계 플레이와 날카로운 침투 패스, 예리한 슛 등 미드필더가 잘하는 일본식 미드필더의 전형과 같은 플레이를 뽐냈다. 9골 1도움으로 울산의 우승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그 또한 프로 우승은 처음이었다.

울산은 시즌을 앞두고 득점왕 출신 주민규를 영입하는 등 2연패를 향해 힘찬 시동을 걸 계획이었다. 그러나 아마노의 갑작스런 이탈로 분위기가 뒤숭숭해졌다.

아마노는 “더 높은 수준으로 향하기 위해 도전적인 선택을 했다”고 이적 이유를 밝혔다. 전북이 K리그에서 가장 우승을 많이 한 팀이기는 하지만 울산과 수준 차는 크다고 보기 어렵고 정작 작년 우승팀은 울산이었다. 결국 1억원 가량 조금 더 많은 돈을 받기 위해 이적했다고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홍명보 감독은 분노했다. 단순히 라이벌팀으로 이적해서가 아니다. 신의를 깨버렸다는 게 문제였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홍 감독은 “처음에 나와 얘기할 때는 돈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했지만 결국은 돈 때문에 전북 현대로 이적한 것”이라며 “거짓말을 하고 전북으로 간 셈인데 지금까지 일본 선수를 많이 만나봤지만 역대 최악”이라고 흥분했다.

울산 우승 주역 아마노는 지난 5일 전북으로 향했다. 홍 감독은 "중요하지 않다고 했던 돈을 보고 이적한 것은 울산 팀이나 선수를 전혀 존중하지 않은 처사"라며 분노했다. [사진=전북 현대 제공]

 

이어 홍 감독은 “처음부터 솔직하게 돈에 관해 얘기했으면 팀에 공헌도가 있기 때문에 협상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그런데 중요하지 않다고 했던 돈을 보고 이적한 것은 울산 팀이나 선수를 전혀 존중하지 않은 처사”라고 불편한 심기를 나타냈다.

이적 과정에서 친정팀에게 큰 상처를 줬던 축구계 스타들이 오버랩된다. 대표적으로 로빈 반페르시, 루이스 피구, 마이클 오언, 엠마누엘 아데바요르 등이 있다. 

반페르시는 아직도 아스날 팬들에겐 언급금지 수준으로 반감을 사고 있는 선수다. 팀 주장을 맡았고 30골을 넣으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도 차지했던 그였으나 라이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러브콜을 받고는 “내 안의 작은 아이가 맨유라고 속삭였다”는 희대의 명언을 남기고 이적했다. 맨유의 마지막 전성기 핵심 인물로 활약했으나 아직까지도 축구계 배신의 아이콘으로 남아 있다.

피구도 이적시장에 한 획을 그은 인물 중 하나다. 바르셀로나에서 맹활약하며 팬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던 그였으나 돌연 라이벌 레알 마드리드로 떠났다. 당시 바르셀로나 팬들의 증오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웠다. 엘클라시코에선 피구에게 돼지머리가 날아들기도 했다.  

로빈 반페르시(오른쪽)는 희대의 명언을 남긴 뒤 아스날에서 라이벌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향해 아직까지도 배신의 아이콘으로 불리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이밖에도 리버풀 출신이었던 마이클 오언은 “이길 수 없으면 합류하라”는 말을 남기고 라이벌 맨유로 이적했고 엠마누엘 아데바요르는 아스날에서 맨체스터 시티로 이적한 뒤 골을 넣고는 반대편의 친정팀 관중석을 향해 역주행한 뒤 슬라이딩 세리머니를 해 아스날 팬들을 끓어오르게 만들었다.

국내에서도 이런 사례가 없었던 건 아니다. 2016년 12월 수원 삼성에서 ‘슈퍼매치’ 라이벌인 FC서울로 이적한 이상호가 대표적이다. 누구보다 슈퍼매치에 강했고 FC서울을 향한 반감 가득한 표현을 서슴지 않았던 그였기에 파장은 더 컸다. 심지어 “FC서울엔 절대 안가고 수원 삼성에 오래 남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하기도 했다. 이적 후 슈퍼매치에 등장한 그는 수원 팬들에게 큰 야유를 받았고 일부 팬은 물병을 집어던지기도 했다. 이후 “다음 번에도 수원 관중석에 인사를 갈 것”이라며 “다만 오토바이 헬멧이라도 쓰고 가겠다”고 해 다시 한 번 분노를 키웠다.

홍 감독의 분노를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당사자가 아닌 이들의 눈엔 K리그를 향한 흥미를 키우는 또 다른 관전포인트가 될 수 있다. 홍 감독 또한 “양 팀 다 부담일 수 있지만 K리그 팬들이나 흥행을 위해서는 좋은 카드”라고 말했다.

아마노의 이적으로 벌써부터 새 시즌 열릴 울산과 전북의 ‘현대가 더비’에 대한 기대감이 축구 팬들을 설레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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