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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두산 양의지, 베어스 그 자체 [프로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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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두산 양의지, 베어스 그 자체 [프로야구]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3.01.12 17: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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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안타를 날려줘요, 홈런을 날려줘요, 두산의 안방마님 양!의!지!”

프로에 입단했던, 자신을 성장시켰던 친정팀에 다시 돌아왔다. 양의지(36·두산 베어스)는 “내 응원가가 나온다면 타격에 집중이 되지 않을 정도로 감격할 것 같다”고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양의지가 다시 한 번 두산에 입단했다. 2006년 신인으로서 치렀던 입단식 이후 17년만. 빠르게 바뀐 세상만큼이나 양의지의 위상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달라졌다.

두산 베어스는 11일 서울시 송파구 잠실구장에서 열린 양의지 입단식을 열었다. 양의지는 전풍 대표이사, 이승엽 감독, 옛 동료 선수들의 뜨거운 환대 속 다시 베어스 유니폼을 입었다.

두산 베어스 양의지(오른쪽)가 11일 입단식에서 이승엽 감독과 함께 악수를 나누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2006년 두산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양의지는 ‘1군 맛보기’만 한 뒤 2008년 경찰야구단으로 향했다. 군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많은 출전기회를 통해 경험을 쌓았고 전역 후 2010년부터 두산의 안방마님으로 자리매김했다.

뛰어난 야구지능을 앞세워 상대 타자들과 수싸움에서 우위를 점했다. 그와 함께 한 포수들은 하나 같이 그의 리드를 극찬을 보냈다. 타자로서도 그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았다. 체력적 부담이 큰 포수임에도 통산 타율은 무려 0.307.

리그 최고 포수로 성장한 양의지는 두산에 두 차례 우승트로피를 안긴 뒤 2018시즌을 마친 뒤 4년 125억원에 NC 다이노스 유니폼을 입었다. 잔류 의지가 컸으나 재정적 어려움이 있는 두산과 NC의 제시액 차이가 컸다.

2019년 박세혁(NC)이 주전마스크를 쓴 두산은 다시 한 번 한국시리즈 정상에 섰으나 그와 양의지의 존재감 차이는 컸다. 양의지는 계약기간 4년 동안 타율 0.322 103홈런 397타점을 기록했다. 2019년엔 타격왕에 오르며 커리어 첫 지명타자 골든글러브를 차지했고 2020년엔 NC에 창단 첫 우승을 안겼다. NC에서 보낸 4년 내내 황금장갑을 놓치지 않았다. NC 팬들 사이에선 ‘이맛에 현질(돈을 들여 아이템을 산다는 게임용어)한다’는 뜻의 ‘이맛현’이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4년 간 NC 다이노스 생활을 마치고 두산으로 돌아온 양의지는 "(외부에서) 나도 모르게 두산 더그아웃을 바라보게 되더라. 그리움이었던 것 같다"고 친정팀에 대한 애틋함을 나타냈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양의지 없이도 두산은 잘 버티는 것 같았다. 2015년부터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대업을 달성했다. 그러나 지난해 그 힘이 다했다. 얇아진 선수층과 함께 베테랑들이 힘을 쓰지 못하며 9위까지 추락했다. 이승엽 감독은 부임과 함께 포수 보강 노래를 불렀다. 박세혁으론 부족하다는 뜻이었다. 양의지의 영입을 원한다는 걸 누구나 알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특별한 인연이 없음에도 이승엽 감독은 양의지를 극찬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현역 시절 상대 포수였던 양의지를 상대해 본 그는 감독은 “가장 상대하기 어려운 포수였다. 일반적으로 ‘이런 볼 배합을 하겠구나’라고 예상하면 60~70%는 맞았다. 그런데 양의지가 홈플레이트 뒤에 앉으면 전혀 예측할 수 없었다”며 “양의지는 KBO리그와 국제대회에서 담대하게 투수 리드를 했다. 타자와 싸움에서 이기고 들어가는 포수였다. 이런 포수와 함께 경기할 수 있다는 건 엄청난 행운“이라고 평가했다.

KBO리그를 보는 이라면 그의 위상을 모를 수 없었다. 팬들도 양의지를 강렬히 원했다. 양의지는 결국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6년 최대 152억원에 다시 한 번 두산으로 돌아왔다. 양의지는 “예비 FA였던 지난해 NC 원정 숙소로 찾아오셔서 ‘두산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신 팬이 있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같은 말씀을 하시는 분도 있었다”며 “팬들의 성원 덕에 다시 두산으로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재환(왼쪽부터), 양의지, 허경민이 다시 뭉쳤다. 양의지는 "가을 무대부터 밟고 한국시리즈에 진출하고자 철저하게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스스로도 두산에 대한 향수가 컸다. “나도 모르게 두산 더그아웃을 바라보게 되더라. 그리움이었던 것 같다”면서도 “NC 소속이던 2020년 한국시리즈에서 두산을 꺾고 우승했다. 그때 내가 너무 격하게 울었다. 우승 영상을 보고 ‘미움받아서 두산에는 못 돌아가겠다’고 생각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동료들도 쌍수륻 들고 환영했다. 그는 “FA 공시가 되기 전부터 두산 후배들이 ‘다시 함께 뛰고 싶다’는 말을 해줬다. 현실이 되니 정말 기쁘다.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뛰겠다”고 전했다.

지난해 외부에서 두산을 바라보며 “자신감이 많이 떨어진 것 같다고 생각했다”는 양의지는 베테랑 선수들과 함께 힘을 모으겠다고 다짐했다. 임기 3년 내 한국시리즈 진출을 목표로 내건 이승엽 감독보다도 욕심은 더 크다. 양의지는 “나는 매해 목표를 우승으로 정한다. 최근 2년 동안 나도 포스트시즌을 치르지 못했다. 가을 무대부터 밟고 한국시리즈에 진출하고자 철저하게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뜨거운 성원을 보내준 팬들을 하루 빨리 만나고 싶은 마음 뿐이다. “사실 유튜브로 과거 두산 시절 응원가를 들어봤다. 개막전(4월 2일 잠실 롯데 자이언츠전) 첫 타석에서 내 응원가가 나온다면 타격에 집중이 되지 않을 정도로 감격할 것 같다”며 “개막전부터 많이 찾아와서 응원가를 불러주시면 힘을 얻어 더 좋은 경기를 보여드리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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