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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퀸' 임정숙, 변화로 극복한 시련 [PBA 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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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퀸' 임정숙, 변화로 극복한 시련 [PBA 투어]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3.01.24 05: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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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삶의 자세를 바꿨더니 우승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PBA 팀리그 출범 후 첫 트레이드의 주인공. 팀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절망과 자책 속에서도 임정숙(37·크라운해태 라온)은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었다.

임정숙은 23일 경기도 고양시 빛마루 방송지원센터에서 열린 2022~2023 PBA 투어 7차전 웰컴저축은행 LPBA 챔피언십 결승에서 김예은(24·웰컴저축은행 웰뱅피닉스)을 세트스코어 4-1(4-11 11-8 11-6 11-5 11-1)로 꺾고 통산 5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퀸’의 자리에 복귀할 수 있었던 비결은 마음가짐의 변화에 있었다.

임정숙이 23일 2022~2023 웰컴저축은행 LPBA 챔피언십 결승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트로피를 손에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PBA 투어 제공]

 

PBA 투어 첫 시즌부터 2승을 거두며 ‘여제’로 불린 임정숙이지만 ‘포켓볼 여제’였던 김가영(40·하나카드 하나원큐)의 성장 속 LPBA 최다승 자리를 그에게 내줘야 했다. 올 시즌 PBA 팀리그 전반기를 마치고는 SK렌터카 다이렉트를 떠나 유니폼을 갈아입어야 했다.

경기 후 만난 임정숙은 “당시 트레이드 된다는 소식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 내가 이 팀에서 필요하지 않은 존재가 된 걸까라는 생각도 많이 했고 스트레스도 받았다”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데 그래서 심란하고 어ᄄᅠᇂ게 해야 하나 잘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하며 의기소침해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팀원들의 적극적인 도움과 배려 속에 임정숙은 힘을 냈다. 트레이드 직후 열린 4차 대회 때 준우승을 차지한 그는 크라운해태 소속으로 나선 팀리그 후기리그에서도 활약하며 승률을 55.9%까지 끌어올렸다. 전기리그(36%)와는 큰 차이를 보였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는 더 많은 준비를 했다. 그의 남편이자 PBA 투어에서 활약 중인 이종주(48)는 “우승할 줄 알고 있었다”며 “저번 대회 끝나고부터 더 많은 노력을 했다. 평상시 운동하는 것이나 연습을 하는 태도, 규칙적으로 루틴을 지키려 하는 것들을 많이 봤다”고 말했다.

우승 후 남편 이종주(왼쪽)의 축하 입맞춤을 받고 웃고 있는 임정숙. [사진=PBA 투어 제공]

 

쟁쟁한 경쟁자들을 줄줄이 꺾었다. 8강에서 김진아(하나카드 원큐페이), 4강에서 초대 우승자 김갑선을 제압했다. 결승 상대는 2회 우승자 김예은. 1세트를 내주고 시작했으나 이후 빠르게 흐름을 되찾았다. 이후 에버리지는 1을 상회할 정도로 경기력이 뛰어났다. 5세트에선 어려운 뱅크샷을 연이어 성공시키며 다시 한 번 정상에 섰다.

챔피언샷을 성공시킨 임정숙은 카메라와 관중들을 향해 큰 절을 올렸다. 통산 5번째 우승을 차지한 임정숙은 김가영과 함께 다승 공동선두로 올라섰다. 우승 상금 2000만원을 보탠 임정숙은 통산 상금 랭킹에서도 김가영(1억9945만원), 김세연(28·휴온스 레전드·1억5612만5000원)에 이어 3위로 올라섰다.

비결은 마음가짐 변화에 있었다. “너무 기분이 좋고 삶의 자세를 바꿨더니 우승할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고백했다. 지극히 개인적인 스포츠지만 공 배치는 상대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공 배치가 어려울 때면 정신적으로 흔들리는 선수들이 적지 않다. 임정숙 또한 마찬가지. 이 부분에서 그는 “상대 선수를 적으로 생각하기보다 내게 문제를 내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마인드컨트롤이 훨씬 용이해졌고 이 변화는 그를 통산 5번째 우승으로 이끌었다.

PBA 출범 이후 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발전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지난 시즌 우승을 차지했으나 128강에서 두 차례나 떨어지는 등 편차가 컸다. “기복이 크다”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올 시즌 들어 평가가 크게 달라졌다. 예전엔 구사 비율이 높았던 뱅크샷 의존도를 낮추고 보다 안정적으로 득점할 수 있도록 실력을 키웠다. PT도 병행하며 약점이었던 체력 문제도 많이 보완했다.

챔피언샷을 성공시킨 뒤 주먹을 불끈 쥐고 세리머니하는 임정숙. [사진=PBA 투어 제공]

 

LPBA에선 만점 선수지만 가정에선 한 없이 작아지는 아내이자 엄마, 며느리다. 당구 선수로서 성공과 가정에 충실한 엄마라는 것은 동시에 잡을 수 없는 두 마리 토끼였다. 특히나 설 대회 때 두 차례나 우승을 차지했으나 이는 온 가족이 함께 하는 명절날 가정을 떠나 있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으로 이어졌다.

“이 맘 때가 되면 항상 팀리그 일정이 끝나고 조금 더 개인 대회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있어서가 아닐까 생각한다”는 그는 “(가정에 있어선) 남편 몫이 가장 크고 친어머니와 시어머니가 아이들을 많이 봐주신다. 아이들이 함께 보내는 시간이 더 많은 남편을 나보다 더 따른다. 나중에 더 잘해주겠다는 마음 뿐”이라고 말했다.

장래희망에 당당히 당구선수라고 적는 초등 1학년 자녀 연우를 위해서라도 본보기가 돼야 하는 책임감이 더 커졌다. 임정숙-이종주 부부는 연우의 뜻을 따라 당구선수의 꿈을 돕기로 마음먹고 있다. 임정숙과 동반 훈련과 레슨까지 해주는 이종주도 “자극을 많이 받았다. 이를 계기로 더 열심히 해보자는 마음이 더 생긴 것 같다. 아내가 너무 자랑스럽고 존경스럽다“고 말했다. 

당구 선수를 꿈꾸는 자녀와 남편을 위해서도 남은 두 대회가 더 중요하다. 임정숙은 LPBA 최다 우승자임에도 월드챔피언십에선 2회 연속 풀리그에서 탈락했다. 공동 최다우승자임에도 상금랭킹 3위에 머물고 있는 이유. 한 단계 성장한 만큼 가장 많은 우승상금(8000만원)이 걸린 월드챔피언십에 대한 욕심도 커진다. “주변에서 우승 언제할 거냐는 말에 ‘기다려봐라. 월드챔피언십에 승부를 보겠다’고 했었다”는 임정숙은 “그 전에 우승해 기분 좋지만 월드챔피언십 때도 많이 신경 쓰려고 한다. 우선 그 전 8차 투어가 크라운해태 대회이다보니 열심히 해보려고 한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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