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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비거리 300m 이하로 줄어드나, 선수는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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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비거리 300m 이하로 줄어드나, 선수는 반대
  • 김진수 기자
  • 승인 2023.03.16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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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진수 기자] 앞으로 프로골프대회에서 300미터가 넘는 시원한 초장타를 치는 선수는 보기 어려울 전망이다.

세계 골프 규칙을 관장하는 영국 R&A 룰스 리미티드와 미국골프협회(USGA)가 비거리를 억제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R&A와 USGA는 15일(한국시간) 프로 대회에서 선수들이 사용하는 골프공 성능을 제한하겠다고 했다. 이들은 골프공을 시속 127마일(약 204.4㎞)의 스윙 스피드로 때렸을 때 비거리가 317야드(약 289미터) 이상 날아가지 않도록 3년 안에 규정을 바꿀 계획이다.

프로 선수들은 현재 쓰는 골프공을 사용하지 못하게 된다. 골프공 성능이 제한되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정상급 선수들의 드라이버 티샷 거리가 약 15야드(약 13.71미터) 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브라이슨 디샘보. [사진=AP/연합뉴스]
브라이슨 디샘보. [사진=AP/연합뉴스]

골프공을 바꿔서라도 장타를 억제하려는 이유는 비거리 때문에 골프의 본질이 훼손되고 골프 산업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우려 때문이다. 장타가 늘어나면서 골프 경기가 드라이버와 피칭, 퍼팅 등 단순하게 진행되고 코스가 길어지며 관리 유지비용이 늘어나 환경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게 두 기관의 분석이다.

2003년 PGA(미국남자프로골프) 투어 선수 평균 비거리는 약 286야드였다. 300야드를 넘긴 선수는 9명에 불과했다. 20년이 지난 올 시즌은 평균 비거리는 297.2야드고 300야드를 넘기는 선수는 83명으로 9배 이상 늘었다. 평균 스윙 스피드는 시속 115마일(약 185km)이지만, 130마일(약 209km)이 넘는 선수도 있다.

하지만 골프공 성능 제한이 곧바로 시행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R&A와 USGA는 오는 8월까지 의견 수렴을 할 계획이다. 규정은 내년 1월부터 바꾼다는 복안이지만, 골프 볼 개발과 제조 등에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3년 뒤에나 겨우 시행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골프공. [사진=연합뉴스]
골프공. [사진=연합뉴스]

PGA투어는 "이 사안에 대해 광범위하고 독립적인 검토를 하겠다"며 "투어, 선수 또는 팬들이 우리 경기를 즐기는 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고 골프에 이익을 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골프공 제조업체도 반대했다. 프로 선수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타이틀리스트 골프공 제조업체 아쿠쉬네트는 "골퍼들은 프로 선수들을 보고,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같은 샷을 하고 싶어 하고 비교한다. (아마추어와 프로가) 같은 장비와 볼을 쓰는 것은 골프에서 강력한 긍정적인 힘이다. 우리는 장비의 분리가 골프의 장기적인 안녕에 해로울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선수들도 반발했다. 저스틴 토마스(미국)는 두 기관 발표에 “골프에 몹시 나쁜 일”이라고 했다. 그는 "프로와 아마추어가 똑같은 볼을 사용하는 게 골프의 독특한 점이다. 사람들은 나나 스코티 셰플러가 쓰는 골프공을 사려고 한다. 그게 뭐가 잘못된 거냐"고 했다. 토마스는 메이저대회 2승을 포함해 PGA 통산 15승을 거둔 선수다. LIV 골프에서 뛰는 PGA투어 장타왕 출신 브라이슨 디샘보(미국)는 "상상력 부재에 아무런 생각도 없이 골프를 망치는 결정"이라고 했다. 그는 “누구나 다 장타를 보길 원한다. 그게 골프 경기를 관람하러 오는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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