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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열전] '밀회' 김희애, 참을 수 없는 오르가즘의 부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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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열전] '밀회' 김희애, 참을 수 없는 오르가즘의 부재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03.30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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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용원중기자] JTBC 월화드라마 ‘밀회’가 연일 화제다. 자신의 재능을 깨닫지 못한 채 성장한 불우한 환경의 천재 피아니스트 이선재와 오직 성공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온 예술재단 기획실장 오혜원의 음악적 교감, 금지된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이 드라마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욕망과 관능이다. 명연주자의 꿈을 가슴 한켠에 품고 살아오다 첫 스승으로부터 가슴 떨리는 이성의 감정을 느낀 선재의 욕망, 자신이 접었던 예술혼을 일깨우는 ‘참 예쁜 아이’에 대한 관심과 친구인 자신을 하녀처럼 부리는 아트센터 대표 자리를 차지하고픈 혜원의 욕망은 그 어떤 악기보다 관능적인 ‘피아노’를 매개로 교차하고 질주한다.

 

영민한 젊은 배우 유아인은 선재라는 캐릭터를 자기 옷처럼 입었다. 앳된 청년의 달뜬 마음과 수컷의 강렬한 향기를 씨줄과 날줄로 직조한다. 상대역 김희애는 어떤가. 젊은 시절부터 캐릭터의 디테일을 살리는 섬세한 연기에 있어서 ‘달인’ 소리를 들어온 여배우다. 40대의 그녀는 깊이와 원숙함을 더했다. 하지만 20대 그리고 40대에 이르기까지 김희애의 변하지 않는 이미지는 단아함과 지성이다. 풍파 심한 연예계에서 스스로 이를 고수했고, 작가와 연출자들은 그 이미지를 줄기차게 소비하거나 확대재생산했다.

‘밀회’를 집필한 정성주 작가의 전작 ‘아내의 자격’에서 유부남과 금지된 사랑에 빠지는 30대 유부녀 윤서래 역시 순수한 이미지를 기반으로 한 캐릭터였다. 2007년 드라마 ‘내 남자의 여자’에서 친구의 남자를 뺏는 화려한 화영 역으로 ‘일탈’을 시도한 적이 있었으나 김수현 작가의 역량(캐릭터 및 대사)에 기댄바 크다.

모든 배우가 하얀 캔버스와 같아서 어떤 색으로 물들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팔색조는 아니다. 한 가지 색깔을 깊이 있게 파는 배우도 존재하고, 필요하다. 김희애는 후자에 가까운 배우다. 경계에서 자신을 놔버리는 연기자는 아니다. 저돌적으로 밀어붙이는 연하의 수컷을 상대하는 오혜원에게서 성적 매력이 풍겨나질 않고, 오르가즘을 느끼기 힘든 이유다.

 

방송가에서는 김희애가 캐스팅되기 이전 전도연이 오혜원 역에 거론됐다는 이야기가 떠돌고 있다. 영화 ‘해피엔드’나 ‘하녀’의 전도연을 기억하는 시청자라면 백지 같은 표정으로 콧소리를 내는 오혜원을 접하는 순간부터 녹아내렸을 것이다. 과거 영화 ‘피아노’에서 20대 언어장애 미혼모 에이다를 연기한 홀리 헌터를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검은색 드레스로 온몸을 친친 동여맨 채 피아노 앞에 앉아 타건하는 모습만으로도 성적 욕망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었던 경험을 반추해낼 것이다.

분명 ‘밀회’는 수작 드라마이고, 김희애는 뛰어난 연기자다. 하지만 김희애의 고유 이미지로 인해 남녀 주연배우의 농염한 감정이 교류하는 뜨거운 연탄(2인 연주), 성적 케미스트리를 만끽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아쉬운 작품이기도 하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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