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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훈-영화=0 [인터뷰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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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훈-영화=0 [인터뷰Q]
  • 나혜인 기자
  • 승인 2023.04.21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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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나혜인 기자] 또 한 번의 히트다. 히트뿐만 아니다. 최고 시청률 16%로 막을 내렸던 시즌1을 뛰어넘어 마의 20% 벽을 넘었다. 시리즈물의 교과서가 된 SBS 금토드라마 '모범택시2'의 흥행 질주에는 운전대를 잡은 배우 이제훈(39)의 힘이 컸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예정된 베트남 현지 로케이션 촬영은 갑작스럽게 찾아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실제 계획한 촬영분 중 5분의 1도 채 촬영하지 못하고 돌아와야 했다. 이제훈 자신도 "이럴 거면 베트남을 왜 갔지. 국내에서 촬영하는 게 더 나았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 만큼 배우, 스태프 모두가 의기소침해 있었다. 아쉬운 해외 로케이션을 마치고 국내에 들어와 재정비 시간을 가진 이들은 차이나타운 등에서 해외 촬영분을 이어가며 서로를 격려하고 힘을 냈다.

그렇기에 첫 방송 후 최고 시청률 12.1% 성적표를 받았을 때 느낀 기쁨은 말로 전부 표현하지 못할 정도. 이제훈은 "잘될 거라는 예상을 이렇게까지 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이제훈. [사진=컴퍼니온 제공]
이제훈. [사진=컴퍼니온 제공]

시즌2에서 그가 세운 목표는 "시즌1에서 보여준 모습보다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주자"였다. 11개가 넘는 부캐를 연기하다 보니 기존 작품들처럼 캐릭터에 하나하나 전사를 붙이고 메소드 연기를 이어갈 틈이 없었다. 그는 "많은 디벨롭보다 시청자분들에게 각인될 수 있게끔 캐릭터 하나하나에 뾰족한 날을 세워 만들어 보자는 생각이 컸다. 과감한 연기를 하면서 이전의 저에게서는 발견할 수 없었던 색다른 모습들을 찾았다. 이를 (시청률을 통해) 시청자에게 확인받았다"고 전했다. 17년 차 이제훈 연기 인생에 던져진 새로운 도전은 "앞으로 더 많은 작품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끔 했다.

작품이 끝나고 난 뒤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고. 그는 "사전 제작이었고 기한이 정해져 있었다. 촬영이 끝나고 나서도 긴장을 놓을 수가 없었다. 첫 방송 날짜가 나오고 후반 작업도 함께 논의했다. 완성도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어서 편집점, 음악 믹싱, CG 등에도 의견을 냈다"며 "마지막 방송까지 계속 긴장했던 것 같다. 시청자 반응을 체크하고 우리가 놓친 건 없는지 귀 기울이려 했다. 이전 작품들과 다르게 계속해서 의견을 낸 작품이다. 마지막 방송이 끝나고 할 것이 없어지니 눈물이 나더라. 무사히 마쳤다는 안도감이 컸다"고 설명했다.

현실 범죄를 모티브로 한 작품이기에 더욱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실제 피해자가 존재하는 사건들이기에 이 부분을 간과하지 않으려고 수없이 노력했다.

"예전에는 배우로서 '나는 연기했으니 내 몫을 했어. 끝냈어' 이런 생각을 가졌다면 이제는 촬영하기 전은 물론 촬영이 끝난 후에도 완성된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하려 해요. 일종의 사명감을 느끼게 된 거죠.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갈 준비가 된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평소라면 드라마가 끝나면 저는 더 이상 작품에 참여할 부분이 없잖아요. 평생 박제돼 버리는 건데. 그러니 조금이라도 더 노력해서 시청자에게 좋은 작품으로 남겨지고 싶다는 마음이 커요."

이제훈. [사진=컴퍼니온 제공]
이제훈. [사진=컴퍼니온 제공]

변화의 계기는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시그널(2016)'이었다. 그는 "연기뿐만 아니라 크리에이티브한 의견까지 드릴 수 있었던 건 시그널이 처음"이라며 "이후 영화적인 작업에 있어 많은 의견을 낼 수 있었던 것은 이준익 감독의 '박열'이었다. 제가 배우가 아니라 이 작품을 진지하게 논의하고 좋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사람이라는 시선을 갖게 됐다. 작품을 바라보는 방식이 더 진중해졌다"고 밝혔다.

최근 그는 시즌(seezn) 오리지널 영화 '어나더 레코드: 이제훈'을 통해 배우 이제훈의 가치관을 보여주는 작업을 진행한 바 있다. 그는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제가 공인은 아니지만 배우로 일하며 다른 이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보니 함께하는 사람들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게 됐다. 그것이 저를 더 깊고 넓게 움직이도록 만들더라"라며 "앞으로도 저를 사랑해 주시는 것과 별개로 대한민국에서 만들어지는 콘텐츠뿐만 아니라 모든 문화예술 영역에 보탬이 되고 싶다. 이를 위해 평생을 살아가고 싶으니 많이들 불러주셨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MBC 새 드라마 '수사반장 1963'을 비롯해 영화 '탈주', '노량: 죽음의 바다' 등 알려진 차기작만 다섯 손가락에 꼽히는 그다. 새로운 작품을 할 여유가 있냐고 묻자 "솔직하게 여유가 없다"며 유쾌하게 웃었다.

"저는 취미, 특기가 하나도 없어요. 주변 친구들을 보면 즐길 것들이 하나씩 있던데 골프도 안 하고 레포츠도 즐기지 않고 와인, 위스키를 즐기는 것도 아니죠. 저는 영화와 드라마를 보는 게 가장 행복해요. 그러면서 꿈을 꾸고 열정을 불태우는 것 같아요. 이 일을 평생 하고 싶어요.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웃음)"

이제훈. [사진=컴퍼니온 제공]
이제훈. [사진=컴퍼니온 제공]

그의 또 다른 꿈은 '극장 설립'이었다. 그는 "작은 공간이라도 내어서 함께 영화를 보고 싶은 마음"이라며 "목표는 10년 안에 만드는 것. 수익성을 따지지 않고 평생 유지하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 많이들 보러 와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제훈은 인생 자체가 영화가 아닐까 싶을 만큼 영화에 푹 빠져 있는 사람이었다. 지치고 힘들 때면 극장에 찾아가 영화를 본다고. 일주일에 2~3번은 꼭 극장을 찾고, 최근 개봉한 영화 중 보지 않은 작품이 없을 정도로 영화를 사랑했다. 그는 "극장에만 가면 불타오른다. 제 불씨가 계속 타오르도록 만드는 장작은 좋은 작품들이다. 저 또한 좋은 작품을 만들고 싶고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 싶어서 계속해서 이런 꿈을 꾸게 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영화 '언프레임드 프로젝트'로 연출, 각본, 제작 경험을 해본 그는 "언젠간 장편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배우 이정재, 정우성을 보며 그 꿈을 더욱 키웠다고. "써놓은 시나리오도 꽤 된다"며 "글을 쓰고 연출에 대한 꿈을 꾸면서 아이러니하게 배우로서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 내공을 더 쌓고 아직 보여줄 것이 많으니 배우로서 더 잘해야 할 것 같다"고 다짐했다.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벅차오르는 마음에 "한국영화가 잘 돼야 한다!"고 안타까움이 서린 외침을 내뱉은 그는 "영화가 좋아 배우를 하게 된 거다. 배우가 되지 못했어도 영화나 드라마를 만드는 일을 하지 않았을까. 하나둘씩 배우면서 작품만 보는 게 아니라 산업 전반에 관심을 갖게 된다"고 덧붙였다.

그런 그가 생각하는 '좋은 작품'이란 "당장 그 작품이 주목받지 못하더라도 5, 10년 뒤 꺼내 봤을 때 가치 있는 작품"이라며 "시간이 지나도 빛이 나는 작품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고백했다.

끝으로 종영과 함께 논의되고 있는 모범택시 시즌3에 대해서는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벌어진 사건을 계속 이어서 보여주면 의미 있을 것 같다"며, 새로운 사건으로 어떤 범죄들이 구성될 것 같냐는 질문에 "최근 코인 관련 피해자들이 많지 않나. 현재 진행형인 사건들도 있는데 그런 소재들을 가지고 이야기 나눠봐도 좋을 것 같다. 정말 많은 숙제가 있다"고 답했다. 여기에 극장판 욕심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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