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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형 “우리 팀 오길 간절히 기도”, 오세근 “존경할 선수” [프로농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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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형 “우리 팀 오길 간절히 기도”, 오세근 “존경할 선수” [프로농구]
  • 김진수 기자
  • 승인 2023.06.08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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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스포츠Q(큐) 김진수 기자] 서로 눈빛만 봐도 피식 웃음이 나왔다. 중앙대의 52연승을 이끌며 한국 농구의 미래로 주목받다, 이제는 스타로 성장한 두 거구가 나란히 한 자리에 섰다. 김선형(35)이 “끈끈한 가족이 떨어져 있다가 성장한 뒤에 둘이 만나 잘 사는 이산가족 같은 느낌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오세근(36)은 “선형이는 진짜 존경 받을만한 선수다. 어린 나이가 아니지만 계속 발전하려는 모습이 매해 보인다. 농구 선수들이 존경하는 선수”라고 말했다. 그러자 옆에서 듣던 김선형이 만족스럽다는 듯이 느릿하게 손뼉을 쳤다.

서울 SK 나이츠에서 만난 가드 김선형과 센터 오세근이 프로에서 처음으로 같은 팀 소속으로 언론과의 인터뷰에 섰다. 8일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KBL(한국프로농구연맹) 센터에서다. 둘을 향한 언론사의 인터뷰 요청이 빗발치자 SK는 아예 이날 기자회견을 열었다. 50여석의 기자실이 가득 들어차는 등 취재 열기가 뜨거웠다.

김선형과 오세근이 한 팀에서 뛸 수 있게 된 건 자유계약선수(FA)였던 오세근이 지난 시즌을 마치고 SK로 이적했기 때문. 총기간 3년, 첫해 보수 총액 7억5000만원(연봉 5억5000만원·인센티브 2억원)에 이르는 대형 계약이었다. 2011~2012시즌 안양 KGC인삼공사에서 데뷔해 챔피언결정전 우승 4회, 정규리그 2회 우승을 이끈 프랜차이즈 스타의 이적에 농구계가 들썩거렸다. KGC가 제시한 계약 조건에 실망하던 오세근에게 김선형이 “같이 뛰고 싶다”고 전화를 했다. 이후 오세근이 SK와 협상 후 계약했다.

서울 SK 나이츠 가드 김선형(왼쪽)이 8일 서울 강남구 KBL센터에서 SK 나이츠로 이적한 오세근과 함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선형은 “속으로는 (오세근이) 팀에 오길 원했다. 일생일대의 FA가 선수에겐 민감해서 겉으로는 표현 안 하고 있었다”며 “세근이형이 (KGC와) 사인을 안 하길래 전화를 한 번 했다. 고민이 많아 보였고 (SK와) 사인하기 전까지 계속 마음을 졸이면서 우리 팀과 함께하길 기도했다”고 말했다. 오세근은 “어렸을 때 추억과 좋았던 기억을 다시 보여줄 수 있다는 생각에 둘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다.

둘은 중앙대 2007학번 동기다. 중앙대는 2006년 11월~2008년 11월까지 52연승이라는 신화를 달성했는데 둘의 공도 컸다. 둘의 학번은 같지만 나이는 오세근이 한 살 더 많다. 오세근이 중학생 시절 1년 쉬면서 농구 기본기를 익혔기 때문이다. 둘은 고교 졸업 후 갈라졌다. 김선형은 신인드래프트에서 1순위로 SK 유니폼을 입었고 오세근은 2순위로 KGC에 갔다.

둘은 불과 두 달 전만 하더라도 적수로 만났다. 챔피언결정전에서 만나 7차전까지 가는 혈투를 펼쳤기 때문. 4승3패로 KGC가 우승 반지를 꼈다. 오세근은 그때를 회상하며 “1차전부터 너무 미웠다. 말도 안 되는 ‘개똥슛’(플로터)이 다 들어갔다. 선형이를 막으려고 많이 연구했지만 시합 때 잘 안된 게 사실”이라고 웃었다. 김선형은 “세근이형은 제일 중요한 순간에 골을 넣고 리바운드를 잡고 3점슛을 넣었다. 미워하는 마음보다는 이기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래서 시리즈 내내 동기부여가 됐다”고 했다.

2011~2012시즌 신인 시절의 오세근과 김선형(위 사진). 아래 사진은 8일 서울 강남구 KBL센터에서 기자 회견을 열고 있는 두 선수. [사진=KBL/연합뉴스]<br>
2011~2012시즌 신인 시절의 오세근과 김선형(위 사진). 아래 사진은 8일 서울 강남구 KBL센터에서 기자 회견을 열고 있는 두 선수. [사진=KBL/연합뉴스]

전력이 좋은 SK는 ‘국가대표 센터’ 오세근까지 합류하면서 최준용(29)이 합류한 전주 KCC이지스와 다음 시즌 강력한 우승 후보다. 최준용은 지난 시즌까지 SK에서 뛰다 FA자격을 얻어 KCC로 이적했다.

최준용은 이적 후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머물던 SK를 ‘노인즈’라고 표현했다. SK 선수들이 나이가 많다는 의미였다. 김선형은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의 대사를 인용했다. “언제까지 어려? 내년까지 어려?”라며 “같이 동료로 뛰었는데 노인즈라고 저격한 건 실례라고 생각한다. 저희 팀 팬들이나 동료들이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오세근은 “지난 세 시즌을 건강하게 뛰었다고 자부하고 싶다”며 “시즌 끝나고 나면 재활이나 치료할 시간이 많이 필요해서 시즌 시작할 때까지 몸 상태를 계속 관리하고 끌어올려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이어 “다음 시즌 (경기 당) 몇 분을 뛰겠다고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최부경이 있기 때문에 반반씩 뛰면서 컨디션 좋은 선수가 더 뛰면 감독님이 좋겠다고 했다. 저도 동의하는바”라고 했다.

2022~2023 시즌을 마친 뒤 서울 SK 나이츠로 이적한 오세근(오른쪽)과 김선형이 8일 오후 서울 강남구 KBL센터에서 SK 나이츠 가드 김선형과 함께 기자회견을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KBL]<br>
2022~2023 시즌을 마친 뒤 서울 SK 나이츠로 이적한 오세근(오른쪽)과 김선형이 8일 오후 서울 강남구 KBL센터에서 SK 나이츠 가드 김선형과 함께 기자회견을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KBL]

프로에서 13번째 맞이하는 둘은 스스로에게도 엄격하다. 늘 동기부여를 찾으며 농구 코트에서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게 달렸다.

김선형은 “저에 대한 기대치가 올라갔다는 생각을 하면 두려워졌다. 더 할 게 많다는 생각을 해서 더 노력하게 되더라”며 “세근이형이 와서 좀 (부담을) 덜어낸 것 같다. 혼자보단 둘이 낫다”고 했다. 오세근은 “선수생활을 하면서 우승도 많이 했지만 부상 때문에 업앤다운이 심했다. 그 부분을 이겨내려고 정말 많은 노력을 했다. 안 좋은 이야기도 들었지만 독기를 많이 품어서 지금의 자리에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둘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포즈를 취해달라는 기자들의 요청에 살짝 어색해했지만 이내 둘이 악수하는 포즈를 취했다. 얼굴에는 즐거움이 묻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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