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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차정숙' 김병철이 찾아낸 '가능성' [인터뷰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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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차정숙' 김병철이 찾아낸 '가능성' [인터뷰Q]
  • 김지원 기자
  • 승인 2023.06.10 1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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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지원 기자] 배우 김병철(49)이 또 새로운 인생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닥터 차정숙' 속 서인호는 드라마 속 '메인 빌런'이었음에도 어딘가 모르게 웃기고 짠한 '마성의 매력'으로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종영 전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배우 김병철을 만났다. 인기를 실감하냐는 질문에 그는 "인터넷으로 숫자를 볼 때 확실하게 체감하고 있다. 그래프를 볼 때 확실히 느껴진다"고 답하며 미소지었다.

지난해 12월 마무리한 사전 촬영 당시에는 이 정도의 인기를 예상했을까. 김병철은 "예상은 못했다. 대본이 재밌어서 반응은 있을 수 있겠다 생각하면서 작업을 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호응이 더 컸다"고 답했다.

"이런 이야기 보고 싶어하신 분들이 계셨구나, 수요가 있구나 생각하게 됐어요. 사람의 성장 이야기잖아요. 많은 분들이 공감할 수 있겠다 생각을 했고 시청자분들께 배운 경험이기도 합니다."

 

[사진=에일리언컴퍼니 제공]
[사진=에일리언컴퍼니 제공]

 

◆ '귀엽다'는 반응 예상 못해… 시청자들에게 배웠다

배우 김병철은 주인공인 차정숙(엄정화)의 남편이자 20년 넘게 이중생활을 해 온 외과의사 서인호를 연기했다. 죽을 고비를 넘긴 뒤 46세에 다시 의사의 꿈을 이루려는 정숙을 사사건건 무시하는 얄미운 악역이었다. 게다가 첫사랑 최승희(명세빈)을 다시 만나고, 혼외자까지 둔 천하의 불륜남.

김병철은 그간 tvN '도깨비'에서 구천을 떠도는 간신 박중헌 역을, JTBC '스카이캐슬'에서 출세에만 집착하는 남편 차민혁 등 굵직한 악역 연기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서인호 역시 극 중 갈등의 원인을 제공한 빌런이었지만 의외로 '미워할 수 없는' 악역이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김병철은 "대본 읽으면서 시청자분들이 거북하지 않게 볼 수 있길 바랐다. 작가님이 코믹한 장치들 넣어놓기도 했지만 워낙 부정적인 면이 많다보니 걱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걸 어떻게든 드라마답게, 재밌게 볼 수 있게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며 "인물이라면 누구나 다양한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쁜 사람도 나쁘기만한 게 아니라 우스꽝스러운 면이 있을 수 있지 않나. 그런 방식으로 캐릭터에 접근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인호가 우유부단해서 그런 길을 갔지만 잘못된 걸 모르진 않았을 것 같아요. 떠밀리듯이 간 건 아닐 거란 말이죠. 그런 맥락에서 악행을 일삼는 인물과 비교해서 차별점을 두고 연기하지는 않았어요. 작품과 캐릭터 자체에 집중하면서 작업했습니다."

 

[사진=에일리언컴퍼니 제공]

 

극 중 최고의 빌런이지만 어쩐지 허술한 면모와 능글맞은 행동들로 '귀여운 쓰레기'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김병철은 "저는 드라마 보면서 인호가 귀엽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제가 제 연기 보면서 귀엽다고 생각하기 쉽지 않다"고 머쓱하게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제가 염두에 뒀던 작업 방향이 긍정적인 결과를 얻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귀엽다'는 표현일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너무 일방적으로 미워하기는 어려운 면이 있다고는 생각했어요. 이번 캐릭터를 통해서 시청자들의 시각을 또 배우게 됐습니다."

그렇다면 김병철은 두 여자 사이에서 갈등하는 서인호를 어떻게 바라봤을까. 김병철은 "그런 행동을 하면 안된다. 자신의 오류와 잘못들을 빨리 깨닫고 정리해야 한다"고 단호하게 답했다.

그는 "정숙은 이혼을 원하고 있기 때문에 해줘야 된다고 생각하고, 승희는 같이 살자고 하고 있지만 그게 진짜 원하는 건 아닐거 같다. 그 사람이 원한다고 해서 같이 사는게 결코 좋은 선택은 아닌 것 같다"고 답했다.

"정숙에게 장애인 등록하고 주차증 받아오라고 한 거나, 응급실 누워있을때 전화받고 꼭 가야되냐고 물어보는 장면은 정말 연기하는 입장에서도 말이 잘 안나왔어요. 이렇게까지 하는 구나 싶었죠."

 

[사진=에일리언컴퍼니 제공]
[사진=에일리언컴퍼니 제공]

 

◆ '중년 로코' 가능성 봤다, 자양분 될 '닥터 차정숙'

서인호가 집과 병원에서 엄격한 모습을 유지하려 하지만 혼자 키보드를 두드리며 환희의 춤을 추거나, 의료 봉사에서 술에 취해 노래를 부르는  등 코믹연기 장면이 많은 시청자들에게 회자되기도 했다. 진중하면서도 능청스러운 김병철표 코믹 연기가 다시 한 번 통했다는 호평도 이어졌다.

김병철은 "(코믹 연기가) 쉽지는 않다. 사람들이 취향이 다 다르기 때문에 어떤 사람은 재밌어하고 어떤 사람은 혐오스러울 수 있다. 그래서 보편성을 획득하려고 노력한다, 많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도 고민하고, 내가 느끼는 재미들을 보편적으로 재밌게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연구한다"고 말했다.

'술을 잘 못해서 만취 연기에 더 신경을 썼다'는 김병철은 "관찰을 하거나 다른 훌륭한 분들 연기를 좀 보기도 했다. 재능 있는 분들이기 때문에 포인트를 짚어내는 지점이 있지 않나"라면서 "제 경험도 어떻게든 활용하려고 한다. 술과 상관 없이 무안함 당했던 순간도 떠올리고, 할 수 있는 것들 다 동원한다. 그래야 좀 더 보편성이 획득되는 것 같다. 있는 걸 다 쏟아내야 볼만한 장면들이 나오는 거 같다"고 전하기도.

뻔뻔한 불륜남이었지만 그 와중에도 끼어드는 '로맨스' 장면이 시청자들에게 재미를 선사하기도 했다. 김병철은 "재밌었다. 나중에 정숙이 매력 발견하면서 관심이 확 생기고 질투심 느끼면서 하는 행동들이 정말 어처구니 없으면서도 웃겼다. 갑자기 소금빵 선물로 주고 하늘 사진 보내고. '왜 저래' 싶었다"고 말하며 웃었다.

스스로 장르 확장의 가능성도 발견했다. 김병철은 "새로운 경험이었다. 부정적인 국면에서도 한 줄기 있는 로맨스라는 느낌? 그런 부분을 잘 살리면 김병철이라는 연기자의 '중년 로코' 가능하지 않을까. 저변을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유쾌하게 답했다.

 

[사진=에일리언컴퍼니 제공]
[사진=에일리언컴퍼니 제공]

 

김병철은 2003년 영화 '황산벌'로 데뷔한 후 짧지 않은 무명 시절을 지냈다. 데뷔 13년만인 KBS 2TV '태양의 후예'를 시작으로 존재감을 알린 뒤, 한계 없는 '열일 행보'로 흥행 보증 수표라는 수식어까지 얻었다.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된 대표작 세 가지를 물었다.

그는 "보통은 대중분들께 이름 알리게 된 계기로 '태양의 후예' 꼽는다. 많은 분들이 보시고 기억에 남을 수 있는 역할이었다. 또 '스카이캐슬'은 관계자분들도 좋은 평을 주셨고 그걸 통해서 수상을 한 경험도 있어 언급하고 싶다. 초반 시청률 안 좋았는데도 전혀 걱정 안 했다. 이야기의 폭발력을 경험했던 작품"이라고 밝혔다.

이어 "마지막으로 '닥터 차정숙'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이야기의 꽤 많은 부분에 관여할 수 밖에 없는 역할이기 때문에 책임감도 많이 느껴졌고 결과에 대해서도 감사하고 다행스럽게 느껴진다"며 ‘태양의 후예’, ‘SKY캐슬’과 함께 ‘닥터 차정숙’을 자신의 대표작으로 꼽았다.

마지막으로 김병철은 "'닥터 차정숙' 관심 많이 가져주셔서 감사드린다. 서인호라는 인물에 대한 관심은 저에게 새로운 경험이기도 했고 감동적인 면도 있었다. 그런 감동과 감사함이 다음 작품 해나가는데 큰 자양분이 될 것 같다"고 종영까지 함께 달린 시청자들에게 감사함을 전했다.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 뭐냐는 질문을 받으면 항상 '다음 작품을 가장 좋아한다'고 얘기를 하거든요. 이번 작품에서 받은 관심을 토대로 또 다른 작품 열심히 준비해서 새롭게 만나뵐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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