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8 18:49 (목)
[SQ스페셜] 장애인 스포츠를 바라보는 시선, 이젠 바꿀 때가 됐다
상태바
[SQ스페셜] 장애인 스포츠를 바라보는 시선, 이젠 바꿀 때가 됐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1.30 20: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애인 스포츠를 꽃피우는 길]① 프롤로그 - 장애인도 스포츠를 즐길 권리가 있다

[300자 Tip!] 장애인 스포츠라고 하면 가장 먼저 어떤 생각이 들까? 힘든 몸을 이끌고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내는 불굴의 정신을 생각하고 이에 감동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비장애인들의 시각일 뿐이다. 과연 장애인들은 이런 생각에 동의하고 있을까? 그리고 장애인들에게 스포츠란 어떤 의미일까?

[스포츠Q 박상현 기자] 장애인 스포츠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말들을 주위에 물어보니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우선 설움, 외면, 그들만의 리그, 무관심 등 장애인 스포츠의 어두운 그림자가 부각되는 말들이 많다.

또 다른 하나는 용기, 인간 승리, 역경 극복, 칠전팔기, 감동, 불굴의 정신, 무한도전 등 온갖 어려움에서 이겨냈다는 부류다. 얼핏 긍정적으로 보여질 수 있으나,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스포츠는 장애인들에게 그저 하기 힘든 것, 어려운 것이라는 뜻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장애인에 대한 동정의 의미도 들어 있다.

 

▲ 휠체어 테니스 경기에 참가한 두 선수들이 경기 직전 손을 맞잡고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장애가 있거나 없거나 모든 사람들은 스포츠를 즐길 권리가 있으며 교육받을 수 있는 권리와 함께 엘리트 선수가 되기 위해 도전할 권리도 갖는다. [사진=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그렇다면 장애인에게 스포츠는 그저 힘들고 어려운,  '극기'의 수단 밖에 되지 않는 것일까. 이에 대해 장애인들은 비장애인들의 시각일 뿐이라고 항변한다. 자신들도 충분히 스포츠를 즐길 수 있으며 즐길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장애가 있거나 없거나 모든 사람들은 같은 권리를 갖는다. 비장애인 못지 않게 장애인 역시 스포츠를 즐길 권리가 있고 엘리트 선수가 되기 위해 도전할 권리가 있다. 운동하고 싶어하는 장애인은 비장애인과 함께 교육받을 수 있는 기회도 주어져야 한다. 물론 장애의 종류와 정도에 따라 가능 여부가 달라지겠지만 할 수 있다면 모두가 함께 스포츠를 즐기는 것이 당연하다. 이를 '스포츠기본권' 또는 '스포츠권'이라 한다.

우리나라 헌법에서는 스포츠기본권이나 스포츠에 관한 명문규정이 없으나 스포츠를 문화의 한 부분이자 행복을 영위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한다면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는 헌법 제10조로 충분히 보장받을 수 있다. 스포츠권이 행복추구권의 하나로 헌법으로 보장되는 기본권이자 인권이라는 것이다.

또 헌법학자들은 신체의 자유권이나 직업선택의 자유권, 교육을 받을 권리,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보건권과 건강권에 대한 헌법의 규정만으로도 장애인들에 대한 스포츠권은 보장할 수 있다고 의견을 모은다.

문제는 우리 사회가 장애인들에게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지 않고 있고 인식 역시 그렇지 못하다는 데 있다. 장애인 선수들이 설 자리도 비장애인들에 비해 턱없이 좁다. 이런 환경과 비장애인들의 잘못된 인식은 장애인들이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정당한 권리를 제한한다.

장애인들이 스포츠를 즐기려면 장애인 스포츠에 대한 그림자와 잘못된 선입견을 떨쳐버려야 한다. 그러자면 장애인 스포츠에 대한 시선부터 바꿔야 한다. 몇몇 사례를 통해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 할지 알아 본다.

◆ 힘든 재활이 아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스포츠로

이제는 장애인 스포츠라는 말이 흔해졌으나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교정체육, 특수체육, 적응체육, 재활체육 등 다른 용어가 대신 쓰였다. 이런 말들에는 장애인들이 자발적으로 스포츠에 참여하지 못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즐기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들의 재활과 치료 목적으로만 스포츠가 활용됐다는 것이다.

이런 인식 때문에 장애인 스포츠 선수는 '인간 승리의 표본'이 되곤 했다. 패럴림픽이나 기타 장애인 체육대회에서 메달이라도 따면 어려움을 극복한 감동 스토리의 주인공으로 장식되는 경우가 많았다.

 

▲ 휠체어 펜싱 종목에 참가한 여성 선수가 경기를 준비하고 있다. 이제 장애인 스포츠는 재활과 치료라는 목적에서 벗어나 장애인이 주체가 돼 자발적으로 스포츠 활동에 적극 참여하는 것으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사진=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장애인들은 이런 시선들이 못마땅하다. 스포츠를 좋아해 즐겼고 남들보다 뛰어나 선수가 됐을 뿐이고 함께 대회에 참여해 승리했는데 '불굴'이나 '인간 승리'라는 표현으로 추켜세우는 것이 반갑지 않다는 것이다.

장애인들이 주체가 되어 자발적으로 스포츠 활동에 적극 참여하는 것으로 장애인 스포츠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재활 또는 재활의 연장이라는 사고에서 벗어나 일상 속에서 즐기는 것으로 재정립되어야 한다. 장애인도 비장애인처럼 신체활동을 통해 여가를 즐기고 욕구를 충족할 수 있어야 진정한 스포츠가 될 수 있다.

건강이라는 측면에서 봐도 장애인 스포츠는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비장애인들이 체중을 감량하거나 몸을 더욱 튼튼하게 유지하듯 장애인도 건강을 지키기 위해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풍토가 조성되어야만 한다.

신체 활동을 통해 운동 효과와 함께 개인의 행동을 변화시키고 궁극적으로 자기완성에 도달한다는 것이 스포츠의 목적임을 생각할 때 스포츠는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정당한 행위인 것이다.

현재 대한장애인체육회에는 2천여개의 생활체육 클럽이 등록되어 있다. 함께 운동을 하다가 이것이 인연이 돼 조직한 '지역사회 클럽'을 비롯해 장애인복지관에서 운영하는 클럽, 재활병원에서 운동하다가 이것이 취미가 돼 만들어진 클럽 등 클럽의 유형도 다양하다. 생활체육교실 사업이나 각 종목 협회에서 운영하는 캠프 등을 통해 스포츠 활동에 참여하는 경우도 있다.

또 대한장애인체육회는 장애인생활체육 프로그램 개발을 비롯해 장애청소년 체육활동 지원, 시도지부 생활체육교실 지원,  동하계 방학 캠프 지원,  생활체육동호인 지원 등 각종 생활체육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장애인 스포츠 클럽에 대한 지원 확대와 함께 각종 캠프나 단기 학교 등 즐기는 스포츠 활동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지금보다 많아져야 한다. 또 장애인들이 다니는 특수학교에서도 다양한 스포츠 체험을 할 수 있도록 더욱 충실한 체육수업이 이뤄지는 것이 절실하다. 관련 인프라가 확충되어야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하는 '어울림 문화'로

지난 2010년 12월 서울 올림픽공원 제1체육관(체조경기장)에서 벌어졌던 탁구 대회에 남들과 약간 다른 모습의 폴란드 출신 나탈리아 파르티카가 대회에 참가했다.

파르티카는 태어났을 때부터 오른팔이 없었다. 하지만 그는 7살 때인 1996년부터 네 살 위 언니를 따라 탁구를 시작해 세계적인 선수가 됐다. 오른손이 없는 핸디캡은 탁구를 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팔꿈치에 공을 올려놓고 서브를 하는 것 역시 전혀 불편을 느끼지 않았다고 한다.

 

▲ [사진=스포츠Q 박상현 기자] 나탈리아 파르티카(왼쪽)가 지난 2010년 12월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탁구 대회에 출전한 모습. 파르티카는 선천적으로 오른팔이 없지만 꾸준한 노력으로 장애인은 물론 비장애인과도 경쟁을 벌인다.

파르티카의 이력은 화려하다. 지난 2000년 시드니 패럴림픽부터 참여하기 시작한 그는 지난 2004년 아테네 대회를 시작으로 2012년 런던 대회까지 패럴림픽 단식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그런데 파르티카는 장애인 대회만 참가하는 것이 아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2012년 런던 올림픽에 폴란드 대표로 참가하는가 하면 각종 선수권에도 출전해 비장애인 선수들과 실력을 겨뤘다. 폴란드에서 중국계 선수가 랭킹 1, 2위를 차지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폴란드 랭킹 3위인 그는 사실상 폴란드에서 가장 탁구를 잘 치는 선수다.

파르티카 뿐만 아니라 실제로 장애인이면서도 비장애인들과 경쟁하는 선수들이 적지 않다. 실제 외국에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들이 함께 스포츠를 즐기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세계의 유명 마라톤 대회만 보더라도 장애에 상관없이 출전 신청을 할 수 있고 함께 달리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도 충주성심학교 야구부가 각종 대회에 나서 정정당당한 경쟁을 펼치고 있으나 아직까지 장애인 스포츠는 비장애인과 동떨어져 있다.

스포츠센터에 가더라도 장애인과 비장애인들이 함께 어울려 스포츠를 즐기는 모습을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 생활체육 클럽에 장애인의 참여가 가능하다고 물어보면 대부분 난색을 표한다. 비장애인들과 함께 운동할 수 있는 능력은 묻지 않고 '비장애인들과 함께 운동하기 어렵다'는 답변만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장애인들의 얘기다.

장애인을 위한 스포츠 인프라도 열악하다. 장애인 스포츠 시설이 들어오면 근처 주민들이 반발하는 사례는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경기도의 한 스포츠 시설 역시 아파트 가격이 떨어진다는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혔다가 장애인과 비장애인들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스포츠 센터로 변경하고 나서야 지어질 수 있었다.

장애인 선수가 훈련을 하는데도 주위의 시선은 따갑기만 하다.

휠체어 육상 선수인 유병훈은 "훈련을 하는 데 있어서 인프라가 절대 부족하다. 이를 위해 훈련할 수 있는 시설을 찾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니는 경우도 있다"며 "특히 공설운동장 등 공공시설에서 훈련할 때는 휠체어가 들어오면 트랙이 망가진다며 문전박대당하기도 했다"고 말한다.

위 사례에서 보듯 장애인들이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여건은 비장애인에 비해 크게 뒤떨어진다. 장애인을 위한 제반 여건이 부족하다면 비장애인들과 함께 어울리는 것이 필요한데 정작 비장애인들은 장애인들에 대해 개방적이지 않다. '어울리기 싫다'며 담을 쌓고 있는 모습이다.

장애인들은 스포츠를 즐기기에 앞서 소외당하는 느낌부터 당할 수 밖에 없다. 장애인들이 스포츠를 즐기겠다는 것을 막는, 장애인차별금지에 저촉되는 행위가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이 우리들의 모습이다.

장애인들이 정당하게 마음껏 스포츠를 향유하고 즐길 수 있는 권리를 누가 침해하고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볼 때다. 당장 풀기 어려워 보이지만 함께 하는 '어울림의 스포츠'가 정착된다면 쉽게 해결할 수 있다.

◆ 장애인 선수도 생활인이다

여가 활동으로서도 중요하지만 직업으로서 장애인 스포츠 역시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모든 국민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가진다'는 헌법 제15조는 직업선택의 자유권을 보장하고 있다. 그렇기에 장애인 선수 역시 스포츠를 직업으로 삼는 데 있어서 비장애인 선수와 다르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장애인들이 스포츠를 직업으로 갖기에는 여건이 너무나 열악하다. '생계'가 되지 않는다는 것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크게 침해한다.

 

▲ [사진=스포츠Q 이상민 기자] 휠체어 육상 유병훈이 성남 분당 한마음 복지관에 마련한 자신의 훈련장에서 휠체어 바퀴를 돌리고 있다. 유병훈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대기업의 후원을 받는 팀에 소속되어 있었으나 지원 중단으로 팀이 해체되는 바람에 개인 훈련을 하고 있다. 실제로 장애인 스포츠에서는 실업팀이 너무나 적어 많은 선수들이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실제 통계에서도 잘 나타난다. 민주당 도종환 의원은 지난 2012년 당시 런던 패럴림픽에 참가한 선수단 88명 가운데 기초생활수급자가 13명인 것으로 드러났다며 이들에 대한 처우 개선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당시 대한장애인체육회가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88명 가운데 실업팀에서 뛰고 있는 선수는 35명이었다. 안마사나 회사원 등 스포츠와 상관없는 직업을 가진 사람과 학생이 각각 10명씩이었고 나머지 33명은 모두 무직이었다. 대부분 선수들이 프로나 실업팀에 속해 있는 비장애인 선수와 대조적이다.

국민체육진흥법에 따르면 상시 근무하는 직장인 1000명 이상인 공공기관과 공공단체는 한 종목 이상의 운동 경기부를 설치, 운용하도록 되어 있으나 장애인 스포츠 실업팀은 지난 2013년 2월 조사 결과 13개 시도에서 31개에 불과했다. 최근 대한장애인체육회의 실업팀 창단 지원 정책에 따라 증가 추세에 있지만 한 종목도 아닌, 모든 종목을 통틀어 이 정도라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다.

게다가 31개 실업팀 가운데 기업이나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팀은 고작 4개 뿐이었다. 나머지는 모두 시도장애인체육회나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이니 프로팀은 언감생심이다.

실업팀이 중요한 이유는 스포츠 활동을 하면서 생계를 이어갈 수 있다는 점인데 실업팀이 거의 없다보니 다른 직업을 가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대표팀 선수의 경우 1년에 두세 차례 훈련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다른 직업을 가지면서 하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훈련을 위해 짧게는 열흘, 길게는 한달씩 휴가를 내는 회사원을 곱게 보는 직장은 어디에도 없다. 결국 장애인 선수들은 직장의 눈치를 봐가며 훈련에 차출되거나 사표를 쓸 각오를 해야 한다. 그러다보니 이직이 잦고 생계는 불안정하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역시 실업팀 창단이 시급하다. 기업의 경우 낮은 홍보효과와 재정적인 문제 등을 이유로 창단에 난색을 표하고 있기 때문에 당장은 지자체 위주로 창단하거나 지역 내 기업과 협약을 맺어 인건비를 지원받고 지자체에서 행정적인 지원을 하는 체계가 갖춰져야 한다. 실업팀은 장애인 선수의 생계가 걸린 문제이기에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취재후기] 모든 국민이 스포츠를 향유할 권리가 있다면 장애인에게도 이런 권리가 주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보는 눈이 바뀌지 않는다면 장애인 스포츠는 언제까지나 지금 이대로의 모습일 수 밖에 없다. 장애인 스포츠에 대한 현실을 더욱 세밀하게 분석하면서 문제점을 파악하고 대안을 내놓는 것이 이번 시리즈의 목적이다.

tankpark@sportsq.co.kr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