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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이닝 연속 무실점' 류현진, 완벽한 볼배합 '믿음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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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이닝 연속 무실점' 류현진, 완벽한 볼배합 '믿음을 던졌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3.31 14: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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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브까지 승부구 사용, 빠른 승부로 7이닝동안 고작 88개 던져

[스포츠Q 박상현 기자] 류현진(27·LA 다저스)의 다양한 구종 배합이 빛났다. 스프링캠프 기간동안 연마했던 커브까지 잘 들어가며 자신이 가지고 있는 4개의 구종을 십분 활용했다.

류현진은 31일(한국시간) 샌디에이고 펫코 파크에서 열린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와 2014 메이저리그 원정 개막전에 선발 등판, 7이닝동안 안타와 볼넷은 3개씩 허용하고 삼진을 7개나 잡아내는 위력을 선보이며 무실점 호투했다.

88개의 공을 던진 류현진은 1-0으로 앞선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가고도 8회말 브라이언 윌슨이 대거 실점하는 바람에 1-3으로 역전패해 시즌 2승을 놓쳤다.

그러나 지난 23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호주 개막전에서 5이닝 무실점한데 이어 올시즌 12이닝 동안 단 하나의 실점도 하지 않는 위력을 보여주며 평균 자책점 0의 행진은 계속 이어갔다.

류현진은 등 부상으로 부상자 명단에 오른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를 대신해 미국 본토 개막전에 선발투수로 낙점받았다. 호주 개막전에서 입은 발톱 부상을 털고 본토 개막전 선발로 마운드에 오른 류현진은 초반 위기가 있었지만 커쇼가 빠진 LA 다저스 마운드의 '임시 에이스' 역할을 완벽하게 해냈다.

◆ 빠른 공 바탕, 다양한 변화구와 체인지업까지 던져

무엇보다도 삼진을 잡은 마지막 구종이 다양했다는 점에서 공 배합을 제각기 가져갈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됐다.

첫번째 체이스 헤들리를 상대로 잡은 구종은 패스트볼이었다. 헤들리를 상대로 패스트볼로만 4개를 던져 삼진을 잡아냈다. 류현진은 세번째 삼진의 희생양인 욘도 알론소와 일곱번째 삼진을 당한 제드 기요코에게 마지막 공으로 패스트볼을 선택했다.

류현진의 패스트볼도 세밀하게 나누면 투심과 포심이 있는데 헤들리와 알론소를 상대로 잡아낸 구종은 투심 패스트볼이었다. 기요코에게만 포심 패스트볼로 삼진을 기록했다.

지난 시즌 자신의 주무기였던 슬라이더도 빛났다. 에버스 카브레라를 상대로 한 2개의 삼진이 모두 슬라이더였다. 그러나 커브와 체인지업도 하나씩 나왔다. 네번째 삼진을 당한 레네 리베라는 체인지업으로 요리했고 헤들리를 상대로 한 여섯번째 삼진은 커브였다.

또 특이할 것은 대부분 타자를 상대로 커브를 자신있게 던졌다는 점이다. 2회말 무사 1, 2루 상황부터 7회말 1사까지 16명 타자를 연속 범타 처리하면서 대부분 타자를 상대로 커브를 하나 이상 자신있게 던졌다.

구종 배합도 뛰어났다. 88개의 공 가운데 빠른 공과 변화구 및 체인지업의 비율이 거의 반반이었다. 투심 패스트볼을 중심으로 45개의 빠른 공을 던졌다. 또 슬라이더와 커브, 체인지업의 비율도 거의 비슷했다. 체인지업이 18개로 가장 많았지만 커브 역시 13개나 됐고 지난 시즌 종종 주무기로 썼던 슬라이더는 12개로 오히려 가장 적었다.

특히 커브는 3회말부터 6회말까지 타자들을 삼자범퇴시키면서 3개 이상씩 던져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었다.

타자를 상대하면서 다양한 구종을 던질 수 있다는 것은 투수의 의도대로 타자와 승부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없는 이점이다. 류현진이 지난 시즌 커브를 승부구로 사용하지 못하고서도 14승 8패, 3.00의 평균 자책점이라는 훌륭한 기록을 남겼기 때문에 커브 하나를 더한 올시즌은 성적이 더욱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 7이닝 던지면서 고작 88개, 투구수도 확 줄였다

류현진이 투구수를 최대한 아꼈다는 점 역시 샌디에이고전의 수확이다.

1사 만루 위기를 자초한 1회말에 21개의 공을 던졌을 뿐 이후 6이닝 투구수는 67개 밖에 되지 않았다. 이닝당 평균 투구수가 11개에 불과했을 정도로 경제적인 야구를 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2회말에 무사 1, 2루의 위기를 맞고도 류현진은 후속 타자들을 범타로 처리하며 11개의 공만 던졌고 3회말 역시 10개의 투구에 불과했다. 6회말에 던진 15개가 그나마 많은 축에 속했고 마지막 이닝이 된 7회말은 볼넷을 내주긴 했지만 곧이어 공 하나로 병살타로 처리, 6개로 마무리하기도 했다.

류현진이 투구수를 아낄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자신의 공을 스트라이크존 또는 그 언저리에 넣는 등 제구력이 뛰어났다고도 볼 수 있다. 이날 류현진은 54개의 스트라이크를 던졌지만 볼로 판정된 것 중에도 스트라이크존에서 살짝 벗어나는 공이 많았다.

경제적인 야구를 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이닝 이터'로서 가능성도 보였다는 얘기도 된다. 실제로 류현진은 지난 시즌 완봉승을 거두기도 했지만 초반을 제대로 넘기지 못해 투구수가 급격하게 늘어난 경기도 많았다. 다양한 구종으로 빠른 승부를 건다면 그만큼 투구수를 아낄 수 있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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