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신궁’이라 불러야 마땅하다. 임시현(21‧한국체대) 천하다. 그 치열한 양궁 국가대표 선발전을 뚫고 올라와 아시안게임‧올림픽까지 모조리 휩쓸어버렸다.
지난해 10월 임시현은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2022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3개를 독식했다. 그리고 10개월 후인 2024년 프랑스, 더 큰 무대 올림픽에서도 똑같이 딸 수 있는 금메달 전부를 홀로 차지했다.
임시현은 3일 프랑스 파리 앵발리드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전 결승전에서 여자 단체전 금메달을 합작했던 동료 남수현(순천시청)을 7-3(29-29 29-26 30-27 29-30 28-26)으로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아시안게임-올림픽 동시 3관왕의 대업이다.
임시현은 37년 만의 아시안게임 양궁 3관왕에다 안산(광주은행)에 이어 사상 두 번째 올림픽 3관왕이란 타이틀까지 더했다. 여자 단체전, 혼성 단체전, 개인전까지 전 국민의 시선이 쏠리는 메이저 이벤트에서 나갔다 하면 우승하는 ‘강심장 타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임시현은 시상식 직후 인터뷰에서 “아시안게임 바로 다음 대회인 파리 올림픽에서 또 3관왕을 해 영광스럽다”면서 “누가 '항저우에서 3관왕을 했는데 바로 다음 대회에서 또 3관왕을 하는 게 쉬울 거 같냐'고 하던데 그 바늘구멍을 통과해버렸다”고 웃었다.
이제 방년을 갓 넘긴 나이. 처음으로 출전한 올림픽에서 금메달 셋을 확보한 임시현은 이런 기량을 유지한다면 혼성전에서 금메달을 함께 한 김우진이나 김수녕(양궁), 진종오(사격), 전이경(쇼트트랙·이상 4개)을 넘어 한국 선수 최다 올림픽 금메달에 도전할 수 있다.
한국 양궁에서 태극마크를 오랜 기간 유지한다는 게 워낙 어렵긴 하지만 임시현이라면 결코 불가능한 미션이라 보기 힘들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단체전 멤버 안산, 최미선이 이번 파리 올림픽에선 전훈영, 남수현으로 바뀌었는데 임시현은 생존했다. 내로라 하는 양궁선수 전원의 집중력이 최고조에 이른 시점에 국가대표 자격을 유지한 점이 고무적이다.
강원도 강릉 출신인 임시현은 초등학교 3학년 때 활을 잡았고 고향을 떠나 원주(북원여중), 서울(서울체고) 등 타지에서 생활했다. 10대부터 독립해 담이 크고 무엇보다 8점을 쏘고 난 직후나 결정적인 화살을 쏠 때 10점을 쏘는 능력이 탁월하다.
이번 대회만 놓고 봐도 그렇다. 최상의 결과 3관왕으로 오는 과정마저 퍼펙트했다. 랭킹라운드에서 세계신기록(694점)을 작성하며 ‘임시현 천하’임을 임증했기 때문이다. 당장 다음 올림픽인 2028 로스앤젤레스(LA) 대회에서 임시현은 안산, 김수녕을 추월할지도 모른다.
임시현의 3관왕으로 한국 양궁은 이번 대회에 걸린 5개의 금메달 중 4개를 획득했다. 여자 개인전에서는 임시현의 결승 파트너가 남수현이었을만큼 ‘신궁 코리아’의 위용을 한껏 뽐냈다. 현재 김우진, 이우석, 김제덕이 모두 16강에 올라 있는 남자 개인전마저 품는다면 전 종목 석권이라는 금자탑을 쌓는다.
한국 양궁은 2016 리우 대회에서 올림픽 전 종목을 석권한 적이 있다. 다만 그때는 혼성전이 없었다. 2021년 도쿄 대회에서 혼성전이 처음으로 도입됐기 때문에 금메달 5개 싹쓸이 도전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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