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예선은 과정도 과정이지만 무엇보다 결과가 중요하다. 이기든 비기든 무슨 수를 써서라도 승점을 확보해야 한다. 특히나 홈에선.
그런데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은 아시아의 호랑이는 너무나 무기력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미국‧멕시코‧캐나다)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첫 경기를 0-0으로 마쳤다.
지난 1월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받은 성적표에 버금가는 결과다. 당시 한국 축구는 말레이시아와 비기고 요르단에 힘 한 번 못 쓴 채로 밀리면서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이 경질되는데 결정적인 빌미를 제공한 바 있다.
팔레스타인 상대 무승부는 그보다 더욱 충격적이다. 얼마나 졸전인지는 여러 지표로 나타난다.
먼저 피파랭킹이다. 96위로 23위 한국보다 73계단 아래에 있다. 유럽에서 축구를 배운 귀화 자원들이 꽤 있다고 해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을 해본 손흥민(토트넘), 독일 최고 명문클럽에서 뛰는 김민재(바이에른 뮌헨)가 있는 한국과는 견줄 수가 없다.
한국 A대표팀은 그간 팔레스타인을 만날 일이 없었다. 팔레스타인이 월드컵 최종예선이나 아시안컵 토너먼트 등 중요한 상대로 올라올 실력이 안 됐다는 의미다. 이는 평가전 상대로도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았다는 뜻도 된다. 연령별 대표팀까지 상대전적을 확대해 보면 한국 23세 이하(U-23) 대표팀이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조별리그에서 3-0으로 승리했던 적이 있다.
해외 도박사이트의 한국-팔레스타인 배당률을 보면 이번 스코어가 더욱 비참해진다. 이번 경기를 앞두고 베트365 등 해외 주요 베팅사이트 13곳의 평균 배당률은 한국 1.14, 무승부 7.67, 팔레스타인 17.45였다. 경기장이 서울이라는 점, 팔레스타인이 처음으로 한국 원정을 치른다는 점 등이 반영된 숫자일 터다.
한국 축구계가 문화체육관광부의 대한축구협회(KFA) 감사, 석연찮은 홍명보 감독 선임과정 등으로 어수선했다는 점도 핑계가 될 수 없다. 지난해 10월 가자 전쟁 발발 이후 고통 받는 팔레스타인만할까.
“3차 예선에 올라온 것 자체가 큰 목표 달성이지만, 통과까지 한다면 국민에게 희망이 될 것”이라던 마크람 다부브 팔레스타인 감독의 각오에서 보듯 팔레스타인 선수들은 죽을힘을 다해 한국의 공세를 막아냈다. 게다가 팔레스타인은 무소속 선수들이 상당수 포진해 있다. 이날 스타팅 멤버로 나선 11인 중 절반 가량이 소속이 없었다.
이번 3차 예선은 아시아에 배당된 본선행 티켓 8.5장 중 6장의 주인공이 결정되는 사실상의 최종예선이다. 각 조 1,2위는 본선행을 확정 짓고 3,4위는 4차 예선으로 향한다. 2026 북중미 대회는 기존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본선 출전국가 규모가 확대돼 열리는 첫 월드컵이다.
1986년부터 죽음의조에 편성돼 다소 고전하더라도 월드컵 본선 무대만큼은 어떻게든 밟았던 한국으로선 이렇게 티켓이 늘어난 이상 3차 예선에서 떨어지기도 쉽지 않아졌다. 그러나 설마 하던 일이 현실이 될 수도 있다. 2024 파리 올림픽 본선 진출 실패로 한국 축구를 40년 만에 올림픽에서 볼 수 없었다. 현재의 경기력과 분위기라면 월드컵이라고 다르지 않을 수 있다.
한국은 이라크, 요르단, 오만, 팔레스타인, 쿠웨이트와 함께 B조에 편성돼 있다. 그런데 최약체 전력으로 평가받는 팔레스타인을 상대로 이토록 칼날이 무뎌 앞으로의 길이 험난해졌다. 당장 다음주인 10일 오후 11시 치러야 하는 3차 예선 2차전 오만 원정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팔레스타인을 만나 진땀을 뺀 사이 우리가 라이벌로 여기는 일본은 중국을 안방 사이타마 스타디움으로 불러 산뜻한 스타트를 끊어 대조를 이뤘다.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이 이끄는 일본은 톱니바퀴 조직력으로 중국을 무려 7-0으로 대파했다. 일본은 중국 외에 호주, 사우디, 바레인, 인도네시아와 C조에 편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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