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양=스포츠Q(큐) 최규협 객원기자] 배구팬이라면 누구나 알만한 이름이 수원특례시청 유니폼을 입고 코트를 누비고 있다. 17년간 인천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에 몸담았던 미들 블로커 김나희(35·개명 전 김혜진)다. 국가대표 출신 베테랑은 두 번째로 출전한 실업대회에서 본인의 클래스를 입증했다.
2010년대 '미녀 센터'로 V리그 흥행을 이끌었던 김나희는 지난달 31일부터 5일까지 충북 단양 국민체육센터에서 진행된 2024 한국실업배구연맹회장배 종합선수권대회 여자부에서 수원특례시청을 우승으로 견인하고 대회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김나희는 2007년 V리그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5순위로 흥국생명에 지명됐다. 지난 6월, 프로 무대를 떠나는 날까지 흥국생명 분홍 유니폼만을 입었던 원 클럽 플레이어였다. 미들 블로커로서는 크지 않은 신장(178cm)임에도 한 템포 빠른 속공과 위력적인 이동 공격, 수려한 외모로 팬들을 열광하게 했다.
정들었던 인천을 떠나 지난 7월 수원시청에 둥지를 튼 김나희는 곧바로 2024 한국실업배구연맹전 7월 단양대회에 출전했다. 그러나 첫 실업대회는 순탄하지 않았다. 강민식 수원시청 감독은 “아직 몸이 완성돼있지 않았다”고 평했고 김나희는 출전 시간이 적었다. 수원도 준우승에 머물렀다.
9월 대회에선 완전히 달라졌다. 팀 성적, 개인 수상까지 모두 거머쥐었다. 김나희는 "지난 대회 때는 휴가를 갔다 온 지 얼마 안 돼서 경기를 전부 소화하지 못했는데, 이번 대회는 컨디션을 끌어올려 시작부터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다”고 대회를 돌아봤다.
팀에 합류한 지 2개월 밖에 안됐지만 이미 팀에 녹아 든 '맏언니' 김나희다. 그는 “후배들이 더 잘할 수 있게 격려해주고 도와주는 게 나의 역할인데, 한편으로는 선수들이 알아서 잘해주고 있기 때문에 다같이 뭉치면서 좋은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나희는 “어떤 팀에 가도 우승하는 것이 기본적인 목표"라며 "10월 전국체전(전국체육대회)까지 모든 대회에서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싶다”고 눈을 반짝였다. 강민식 감독은 "김나희는 팀에서 가장 경험이 많은 선수인데 더 보여주려는 욕심이 있는 것 같아 열심히 한다"고 만족감을 보였다.
이제 선수로선 황혼기에 접어든 김나희. 자신의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전수하면서 미래를 그리고 있다. 그의 마지막 바람은 소박하다. 김나희는 “은퇴할 때까지 부상 없이 몸을 유지하는 것이 제일 큰 목표"라며 "선수로 뛰는 동안 잊히지 않고 기억할 수 있는 선수가 되면 좋겠다”면서 인터뷰를 마쳤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