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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형? 난지형? '경기력 열쇠' 잔디가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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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형? 난지형? '경기력 열쇠' 잔디가 주목받고 있다
  • 신석주 기자
  • 승인 2014.04.05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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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자 Tip!] 완연한 봄이 시작되면서 프로야구와 축구가 개막했다. 그라운드에서 플레이하는 선수들 사이로 푸른 잔디가 사람들의 시야를 탁 트이게 한다. 오는 6월에는 ‘축구의 향연’ 브라질 월드컵이 펼쳐지고 9월에는 '아시아인의 축제' 아시안게임이 열린다. 올해는 어느 해보다 스포츠 축제가 가득하다.

축구, 야구, 골프처럼 잔디에서 플레이하는 종목들이 잇따라 개막하면서 잔디의 영향력과 중요성도 더욱 주목받고 있다. 스포츠Q는 한국잔디연구소 심규열 소장을 만나 종목별 잔디의 특성과 잔디 개발 현황, 월드컵에서 쓰일 잔디 정보를 알아보고 국내 잔디 연구의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스포츠Q 신석주 기자] 히딩크 자서전 『마이웨이』에는 ‘잔디가 길고 메마르면 볼이 굴러가는 속도가 느려서 덩치가 크고 느린 팀에 유리하다. 반면에 잔디가 짧고 촉촉하면 볼이 굴러가는 속도가 빨라서 덩치가 작고 스피드가 빠른 팀에 유리하다’는 대목이 나온다. 축구에서 잔디가 경기력에 영향을 끼치는 주된 요소 중 하나라는 것을 의미하는 부분이다.

잔디는 발생기원지와 생육 특성에 따라 '한지형 잔디'(winter grass)와 '난지형 잔디'(summer grass)로 나뉜다. 양잔디라 불리는 한지형 잔디는 추위에 강하고 손상시 회복속도와 잔디밭 조성속도가 빠르지만 수분요구도가 높고 병충해에 약하다. 반면 한국잔디가 속하는 난지형 잔디는 더위와 병충해에 강하고 수분요구도가 낮지만 회복속도와 조성속도가 느리다.

세계적으로 스포츠에 사용하는 잔디는 30여종이다. 이중 국내에서는 7~8종을 주로 활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켄터키블루그래스, 라이그래스, 페스큐 등 한지형 잔디가 많이 활용되고 있다. 한국잔디와 버뮤다그래스 등 난지형 잔디도 쓰이고 있다.

◆ 종목마다 잔디가 다르다. 브라질월드컵 경기장은 난지형 잔디

잔디는 사용하는 종목의 특색에 따라 다양하게 쓰이고 있다. 야구와 축구 경기장에서는 한지형 잔디인 켄터키블루그래스를 주로 활용하고 있다. 한지형 잔디는 18~25°정도에서 잘 자란다. 우리나라의 봄, 가을의 서늘한 기후에 유리한 품종이다.

매우 얇은 폭을 가지고 있는 이 잔디는 부드럽고 미끄러운 경향이 강해 난지형 잔디보다 볼 구름도 빠르고 바운드도 높은 편이다.

즉 볼이 잔디에 바운드가 된 후 굴러가는 속도가 빨라지고 높이도 높아져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올해 월드컵이 열리는 브라질은 고온다습한 지역이 많아 난지형 잔디가 분포돼 있다. 난지형 잔디는 30~40°에서 번성하는 품종으로 더운 지역에서 잘 자란다. 이는 한지형 잔디와는 정반대의 특성을 보인다.

우리나라도 여름철이 긴 편이라 10년 전만 해도 난지형 잔디가 많이 사용됐지만 지금은 골프장 쪽에서만 많이 쓰이고 있다. 양탄자처럼 촘촘해야 하는 테니스는 잔디의 밀도가 높은 라이그래스를 주로 쓰고 있다.

이 때문에 선수들은 잔디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고 적응력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월드컵을 70여일 앞둔 대표팀도 잔디 적응에 대해 고려할 필요가 있다.

▲ 잔디는 크게 한지형 잔디와 난지형 잔디로 구분된다. 한지형 잔디는 미국이나 유럽에서 자주 활용하고 있고 난지형 잔디는 국내와 동남아, 남미 등에서 쓰이고 있다. 왼쪽은 한지형 잔디인 켄터키 블루그래스이고 오른쪽은 난지형 잔디인 버뮤다그래스이다. [사진= 한국잔디연구소 제공]

◆ 국내 경기장, 이제 잔디 관리가 필요하다

현재 한국의 월드컵 경기장에는 대부분 한지형 잔디들을 사용하고 있다. 이 품종이 국내에 보급된 시기는 2002년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부터다.

당시 국내 10개 경기장에 잔디를 깔고 관리하는 책임을 맡아 국제축구연맹(FIFA)의 실사를 무사히 통과하는 데 일조한 숨은 주역이 있다.

바로 한국잔디연구소 심규열 소장이다. 그는 잔디 연구에만 28년을 바친 잔디 박사다. 그는 우리나라 야구장, 월드컵 경기장 등의 잔디 상태는 상당히 좋아졌고 관리 기술도 향상돼서 당장 특별한 문제점은 없다고 말했다.

▲ 국내 골프장은 한지형과 난지형 잔디를 모두 활용하며 사계절 내내 파란 잔디를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심 소장은 새로운 품종 개발을 위해 노력하기보다 관리에 더 비중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우선 새로운 품종을 개발하는 데는 어려움이 많다. 하나의 품종을 개발하는 데 10년 이상 걸리고 비용도 만만치 않다. 현재 대부분의 품종 개발은 미국에서 진행되고 있다. 잔디 품종이 매우 다양하게 개발돼 있어 새로운 품종 연구에는 특별히 큰 힘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심 소장은 잔디는 기후에 예민한 품종이기 때문에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잔디가 좋은 상태라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 언제든지 나빠질 수 있어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특히 한지형 잔디 보급이 늘어나면서 여름철 관리가 아주 중요해졌다. 여름에 폭염이 이어지거나 비가 계속돼 고이는 경우 잔디가 망가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심 소장은 지구온난화에 따른 급격한 기후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과거에 비해 기후도 변화하고 있다. 때문에 무작정 과거에 썼던 방식을 그대로 고집한다면 잔디 상태가 쉽게 손상될 수 있다. 기후에 맞는 적절한 방법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연구하는 것이 우리의 할 일이다”고 덧붙였다. 그는 병충해에 강한 품종을 개량하는 데도 힘쓰고 있다.

[취재후기] 잔디는 알아서 잘 큰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렇지만 잔디는 물과 토양, 온도 등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섬세한 식물이다. 무엇보다 잔디가 필요한 스포츠에서는 경기력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인프라다. 생활이 윤택해지고 건강 관리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잔디 수요는 점점 증가하고 있다. 잔디 연구와 관리를 위한 보다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정책의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잔디를 새롭게 보는 계기가 됐다.

chic423@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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