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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연 "존경받는 해설자로 은퇴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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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연 "존경받는 해설자로 은퇴하고 싶다"
  • 박정근 편집위원
  • 승인 2014.04.07 11: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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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스포츠 여행 (6) 허구연 해설위원과의 2박3일 심층 인터뷰 <상>

[애리조나=박정근 호서대 교수(인터내셔널스포츠그룹: ISG 대표이사)] 나는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허구연 해설위원을 만나 2박3일 동안 함께 지냈다. 허 위원과 함께 추신수와 류현진이 활약하는 텍사스 레인저스와 LA 다저스 팀의 연습현장을 방문했다.

2박3일 동안 허구연 위원과 대화를 나누면서 ‘이 이야기를 정리하면 야구팬들에게 좋은 정보가 될 것’이라 생각하고 허 위원에게 양해를 구했다. 그는 “그렇게 하라”고 흔쾌히 허락했다.

그와 인터뷰를 통해 자연스럽게 어린 시절 야구를 시작한 인연부터 야구에 대한 애착, 그리고 야구의 천부적인 소질과 공부하는 야구 등 시시콜콜한 야구의 추억부터 메이저리그 관련 소식과 국내야구 발전을 위한 대책 등 심도 깊은 얘기까지 다채로운 야구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나는 허구연 해설위원과의 심층 인터뷰를 두 차례로 나눠 다루려고 한다. 그 첫 번째로 허구연 위원이 솔직하게 털어놓은 선수 시절에 대한 추억과 야구 해설을 하면서 느낀 해설위원으로서의 자세 등을 정리했다.

▲ 지난달 11일 허구연 해설위원과 카멜백 렌치 구장에서 기념 사진을 촬영했다. [사진=인터내셔널스포츠그룹(ISG) 제공]

◆ 초등학교 때부터 4번 타자

나는 허구연 위원의 선수 시절에 대한 이야기로 가볍게 인터뷰를 시작했다. 허 위원은 학창시절부터 ‘잘 나가는(?) 야구선수, 공부하는 야구선수’였다고 말하면서 현재 선수들도 공부를 병행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어떻게 야구에 입문하게 됐나.

▲ 부산 대신 초등학교 5학년 때 각 반에 1명씩 야구 테스트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그때 반대표로 나갔는데 눈에 띄었는지 감독, 교장, 교감 선생님이 집까지 찾아와 야구를 꼭 시키라고 조를 정도였다. 하지만 집에서 반대가 심했다. 부모님은 공부를 해야 하기 때문에 야구를 시킬 생각은 없었다. 그렇지만 학교 측에서 완곡하게 부탁하는 바람에 부모님께서 초등학교 졸업할 때까지만 야구를 해도 좋다고 승낙했다.

- 당시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운동을 기피했다. 그래도 형제들이 많으면 1명 정도는 운동을 시켜도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할 것 같은데, 가족관계는 어떻게 되나.

▲ 5형제 중 넷째다.

- 어렵게 야구를 시작했는데 잘 했나.

▲ 초등학교 5~6학년 때 부산 대신초등학교가 항상 우승을 차지했고 난 그 팀의 주전이었다.

- 허 위원은 공부도 잘했던 야구선수라고 했다. 당시 경남중학교에 시험을 치고 입학했다고 들었다.

▲ 내가 진학하려던 경남중학교에는 특기자 선발제도가 따로 없어 시험을 통해 입학할 수밖에 없었다.

- 당시 공부와 야구 병행이 가능했나.

▲ 중학교 1학년 때 주전으로 뛰면서 공부도 열심히 했다. 가끔 3학년 선배들이 교실로 찾아와 ‘공부 좀 그만해라. 너 때문에 우리 힘들다’라고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했다. 선생님들도 ‘허구연은 야구하면서도 공부를 하는데 너희들은 뭐냐 이놈들아’라면서 야단치기도 했다.

- 당시 경남중에는 좋은 시스템이 있었던 것 같다. 그때의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했더라면 정말 좋은 본보기가 됐을 것 같은데.

▲ 대대로 경남중학교 야구부 출신 중에는 공부를 잘하는 야구선수들이 많았다. 최덕홍 선배는 야구선수 출신으로 대대장을 했고, 마동명 선배는 세브란스의대를 나와 뉴욕에서 정형외과 의사가 됐고, 장태영 선배는 서울상대를 졸업했다.

▲ 자난달 11일 카멜백 렌치 구장에서 허구연 해설위원과 LA다저스의 시범 경기를 지켜보며 이야기를 나눴다. [사진=인터내셔널스포츠그룹(ISG) 제공]

- 대학시절 인기가 많았던 걸로 알고 있다.

▲ 팬들이 캠퍼스는 물론 합숙소까지 찾아오곤 했다. 대부분 대학 교정 안에서 이야기만 나누고 돌려보냈다. 그래서 나중에 원성이 자자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커피도 한 잔 안 사준다고….

- 선수 생활은 언제까지 했나.

▲ 대학졸업 후 한일은행에서 선수생활을 했고 국가대표까지 역임했지만 27살 때 큰 부상을 당하면서 야구를 그만둬야 했다.

- 대학 시절 공부와 야구를 병행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데.

▲ 대학 시절에 4번 타자와 홈런왕을 하면서도 중간고사가 있으면 공부해서 시험도 봤다. 그 당시만 해도 후배들이 내가 수업에 들어가는 이유를 잘 몰랐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 후배들 보면 좀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야구 이외의 다른 길도 많은데 공부에 소홀하면 선택의 폭이 많이 좁아진다. 나는 당시 학교를 다니며 수업을 받았기 때문에 정세균, 홍준표 같은 정치계 거물들도 자연스럽게 친구가 될 수 있었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오로지 야구만을 집중적으로 하는 선수들은 친구 사귀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참 안타깝다.

- 석사학위도 갖고 있다고 들었다.

▲ 대학원 시험볼 때 합격할 줄 몰랐다. 그런데 어려운 경쟁을 뚫고 무사히 합격한 것이다. 나중에 학교에서 놀랐다고 들었다. 고인이 되신 김상협 전 총장님이 ‘허구연이 학교에 이야기도 안하고 시험을 쳤네’라면서 특히 좋아하셨다.

◆ 마지막 꿈은 영원한 해설자

현재 허구연 씨는 국내 대표적인 야구 해설위원 중 한 명이다. 많은 사람들은 그의 해설을 통해 팀의 구체적인 전술이나 작전 등을 파악하고 현재 야구의 문제점 등을 속 시원하게 알 수 있다. 그는 야구 해설을 통해 가장 보람을 느끼고 존경받는 해설자로 은퇴하고 싶다는 속마음을 밝혔다.

- 어떻게 해설자가 됐나.

▲ 법대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대학에서 강의하고 있었는데 모 방송국에서 방송해설을 좀 해달라는 요청이 왔다. 심사숙고 끝에 결국 교수직을 포기하고 해설자로 나서게 됐다.

- 해설자가 된 것에 대해 후회는 없나.

▲ 후회 없다. 지금 생활에 만족하고 있다.

- 정치권이나 야구 관련 기관에서 허 위원을 데려가기 위한 러브콜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들의 제의를 받아들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존경받는 야구 해설가로 남기 위해선가.

▲ 정치권에서 제안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가장 보람을 느끼고 앞으로도 하고 싶은 것은 해설자다. 질문에서처럼 존경받는 해설자로 은퇴하고 싶다. LA 다저스의 빈 스컬리 해설자는 85세인 지금도 야구해설을 하고 있다. 다른 분야의 일보다 지금은 야구계의 현안 문제가 내게는 더 중요하다. 특히 정치나 야구 관련 기관은 내가 판단했을 때 야구계나 체육계에서 일을 할 만큼 했다 싶을 때 해도 늦지 않다.

- 요즘 해설자 중에는 야구선수 출신이 아닌 분들도 많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문제는 없나.

▲ 개인적인 입장은 선수 출신들이 해설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전술이나 작전 플레이에 관한 기술적인 분야는 야구를 경험한 사람이 더욱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비 야구선수 출신들도 기술적인 부분을 설명할 수 있지만 필드에서 뛰어본 경험이 동반된다면 더 좋다고 생각한다. 특히 해설자의 경우 찰나의 순간 어떻게 저런 플레이가 나왔는지, 결과는 어떤지, 당시 작전은 무엇인지 등을 시청자들에게 알려줘야 하기 때문에 풍부한 현장 경험이 중요하다.

- 해설자와 캐스터의 차이가 무엇인가.

▲ 해설자는 야구 현장 전문가로서 야구 기술, 이론, 규칙을 바탕으로 플레이에 관한 정확한 판단을 통해 왜 저런 플레이를 했는지를 설명해야 하고 캐스터는 뉴스, 히스토리, 스토리, 기록, 비하인드 스토리 등을 전달해주는 전문가여야 한다. 때문에 방송에서는 캐스터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 MBC 스포츠플러스의 한명재 캐스터는 국내야구, 메이저리그 모두 정통하다. 다양한 자료와 역사, 뉴스를 섭렵하고 방송에 임한다. 그러면 나는 플레이 위주만 설명하면 된다. 그만큼 캐스터의 역할이 중요하다. 하지만 국내 중계의 현실은 캐스터들이 한 가지 종목에만 전념할 수 없는 여건이라 안타깝다.

- 해설도 교육이 필요하지 않나. 후배 양성도 해야할 것 같은데.

▲ 캐스터는 교육을 받기도 하지만 해설은 본인들이 스스로 노력하고 헤쳐 나가야 한다. 그래서 해설은 감독, 코치, 스타 출신들이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감독 출신 해설자는 경기를 넓게 보는 경향이 있다. 해설은 편견을 가져서는 안 된다. 자기 것이 옳다고 생각하면 안 되는 것이다. 모든 것을 자신의 입장에서 보면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설자가 되기 원하면 스스로 능력을 키워야 하고 좀 더 깊은 연구와 자료를 평소에 준비해야 할 것이다.

- 캐스터는 왜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 캐스터는 음성, 발음, 순발력, 기록 등 전문성과 함께 야구에 관한 기본 지식 교육이 필요하다. 이들은 중계를 주도해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 요즘 야구에서는 여자 아나운서들이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 좋은 캐스터는 수준 높은 질문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앞서 언급한 측면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방송사들이 시청률 경쟁으로 인해 진행자의 외모에 신경쓰는 점도 이해한다. 최근에 내가 알고 지내던 여자 아나운서가 결혼을 했다. 그는 내게 기혼 아나운서의 고민을 토로했다. 나는 기혼자라는 것 때문에 위축되지 말고 전문성을 더 갖추라고 조언했다. 앞으로는 여자 아나운서들도 단순히 ‘브라운관의 꽃’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 시대’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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