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19 10:52 (화)
"론볼은 장애인·비장애인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스포츠입니다"
상태바
"론볼은 장애인·비장애인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스포츠입니다"
  • 강두원 기자
  • 승인 2014.04.10 10: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마인드 컨트롤, 집중력 등 정신건강 향상의 큰 도움 주지만 한국에선 장애인들만 즐겨

[300자 Tip] 스포츠 종목 중 잔디 위에서 치러지는 경기는 축구와 하키, 럭비 등 다양하다. 맨땅에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푹신푹신한 잔디에서 경기를 치르는 것은 경기력 향상은 물론 부상 방지에도 상당히 효과적이다. 몸이 불편한 장애인 스포츠 역시 잔디에서 이루어지는 종목이 많다. 그 중에는 아예 ‘잔디’라는 이름이 들어간 종목이 있다. ‘잔디 위의 볼링’ 론볼(Lawn Bowling)이다. 론볼은 7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스포츠로 영국, 호주를 비롯한 영연방 국가에서 인기가 높은 스포츠 중 하나다. 한국에선 1988년 서울 장애인올림픽 때 처음 소개돼 지금에 이르고 있다. 그로 인해 한국에서 론볼은 장애인들의 스포츠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하지만 론볼은 엄연히 비장애인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스포츠다.

[인천=스포츠Q 글 강두원·사진 노민규 기자] 론볼을 취재하기 위해 인천대공원을 찾았다. 기자는 20년 넘게 인천대공원 근처에 살았기 때문에 인천대공원 지리에 밝다. 그러나 인천대공원에서 론볼 경기장이 있다는 말은 이번 취재를 준비하면서 처음 알게 됐다.

황근학 인천광역시장애인론볼연맹 전무이사에게 “론볼은 비장애인도 참여할 수 있는 종목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여긴 장애인분들만 있는 것 같다”라고 질문하자 그는 “제가 가장 아쉬운 부분이 그것이다. 론볼은 장애인들의 스포츠가 아니다. 비장애인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스포츠다”라며 열변을 토했다.

▲ 론볼을 즐기는 장애인들은 "론볼에 집중하다보면 잡념도 사라지고 정신 건강에 많은 도움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집에만 있지 않고 야외로 나와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부분 중 하나였다.

론볼이 처음 시작된 곳은 영국이다. 1299년 영국 남행프론 클럽에서 처음 시작됐다는 기록이 전해지는데 당시 론볼은 장애인이 아닌 비장애인이 주로 즐기는 스포츠였다. 지금도 영국과 호주를 비롯한 영연방 국가에서는 론볼의 인기가 상당하다. 일례로 호주 사람들에게 볼링장의 위치를 물어보면 이해하지 못하고 론볼장을 알려줄 정도로 곳곳에 론볼장이 있어 남녀노소 즐기는 대중스포츠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국내 론볼대회 및 단체 관리를 총괄하는 것은 대한장애인론볼연맹이다. 장애인 종목이 아닌 일반 종목으로 분류된 단체는 존재하지 않는다. 한국에 론볼이 처음 소개된 것 역시 장애인 종목으로였다. 1988년 서울 하계 장애인올림픽 종목으로 도입된 것이 처음이다.

김종준(53) 전 장애인론볼 국가대표는 “1988년에 서울에서 장애인올림픽이 열리게 되자 당시 정식 종목이었던 론볼이 한국에 처음 소개됐다. 도입 초기 론볼경기장이 국군체육부대 내에 단 한 곳이 존재하는 등 전혀 생소한 종목이었다”고 말하며 과거를 회상했다.

▲ 인천시장애인론볼연맹 황근학 전무는 "론볼은 장애인만이 아닌 비장애인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스포츠이기 때문에 좀 더 많은 분들이 관심 가져주셨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 한국 장애인들의 대중 스포츠 ‘론볼’

도입 초기에는 아무도 알지 못하는 스포츠였던 론볼은 현재 국내 장애인스포츠 종목 중 활성화가 잘된 종목이다. 국내에 론볼 전용경기장만 30개가 넘는다.

황근학 전무는 “국내 16개 시·도에 론볼 전용경기장이 없는 곳이 없다. 등록된 선수만도 1413명(2013년 기준)이나 된다. 전국 규모로 열리는 대회 역시 생활체육대회를 포함해 20회 이상 개최된다. 이만큼 활성화된 장애인스포츠도 없을 것”이라며 자부심을 나타냈다.

대한장애인론볼연맹의 2014년도 사업총괄월별표를 보더라도 대회 및 각종 행사가 빼곡하다. 국내 4대 메이저대회 중 하나인 인천광역시장배를 비롯해 굵직굵직한 대회만도 10개가 넘었다.

이처럼 활성화 수준이 높다보니 한국 론볼 국가대표 역시 세계적인 수준을 보유하고 있었다. 2011년 남아공에서 열린 세계론볼선수권대회에서는 여자단식 B6에서 곽영숙이 금메달, 남자복식 B7/8에서 노용화-임수진 조가 금메달을 따내는 등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김종준 전 대표는 “2006년 영국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종합 3위를 기록할 정도로 우리나라 장애인론볼 선수들의 기량이 우수하다. 저변확대도 잘 돼있고 각 시·도마다 동호회도 크게 활성화돼 있어 수준 높은 선수들이 꾸준히 발굴되고 있는 추세다”라고 말했다.

▲ 인천광역시 남동구에 위치한 인천대공원 론볼경기장에서 론볼동호회 회원들이 푸른 잔디에서 론볼을 즐기고 있다.

◆ ‘론볼은 장애인 스포츠?’

앞서 밝혔듯이 인천대공원 론볼경기장에서 론볼을 즐기고 있는 이들은 모두 몸이 조금 불편한 장애인들이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론볼이 장애인들의 스포츠가 아니라는 점이다. 황 전무는 이 점에 대해 끊임없이 말을 쏟아냈다.

“아까 여기(인천대공원) 자주 오셨었는데 론볼경기장이 있다는 걸 몰랐다고 하셨죠? 기자님뿐만 아니라 다른 비장애인들도 인천대공원 론볼경기장의 존재를 알지 못합니다. 혹여나 ‘여기는 뭐하는 곳이지’라고 들여다보고는 ‘아 장애인들 운동하는 곳이구나’하고 그냥 가버립니다. 그런 걸 볼 때마다 참 아쉽습니다.”

황 전무는 인천에 존재하는 3개 동호회(한울타리, 상록수, 무지개)에 비장애인 회원을 모집하기 위해 장애인복지회관 또는 주요 인터넷 사이트에 공고를 내고 있지만 참여율은 현격하게 낮다고 전했다.

“영국이나 호주 등에서는 장애인들보다 비장애인의 참여가 훨씬 많아요. 그곳에서 론볼은 국민 누구나 다 참여할 수 있는 스포츠입니다. 유독 한국에서만 장애인들만의 스포츠로 이어지고 있어요.”

▲ 한국 론볼의 선구자이자 김종준 전 장애인론볼 국가대표는 "론볼이 정적인 운동이지만 정신건강 등에 굉장히 좋은 운동이기에 노년층이 즐기기 매우 적합하다"고 론볼을 소개했다.

◆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정신건강 스포츠,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제발’

김종준 전 대표는 비장애인 중에서도 노인들의 참여를 적극 권장했다. 한국의 노년층은 대부분 여가 시간이 많이 남지만 막상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그러다 보면 외출 횟수도 줄어들고 집 안에 있는 시간이 많아져 자칫 우울증에 빠질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활로를 론볼로 열어보길 권하는 것이다.

론볼은 많은 움직임을 필요로 하지 않는 정적인 스포츠임과 동시에 집중력을 기를 수 있기 때문에 노인들에게 안성맞춤이다. 야외에서 주로 진행된다는 점 역시 긍정적인 부분이다.

“제가 1990년대 후반 대회 참석차 호주에 갔는데 호주는 노인연금을 생활체육과 연계해서 지급하더라고요. 예를 들어 생활체육 동호회에 가입한 후 3번 이상 참가하지 않으면 노인연금을 지급하지 않는 식이었어요. 어떻게 보면 반 강제적인 면도 있긴 한데 노인들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좋은 방법 중 하나인 듯 싶었어요. 한국에도 서울 송파구와 공주시에 노인분들로만 결성된 팀이 있긴 한데 아직 미미한 수준이예요.”

그는 또한 언론 매체 혹은 기업체의 관심이 조금 더 늘어난다면 론볼이 비장애인들에게까지 활성화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은 기업체가 론볼을 위해 많은 지원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축구나 야구단이 모기업을 가지고 운영되는 것과 비슷한 형태를 종종 볼 수 있었습니다. 그에 반해 한국은 지자체를 통해 지원을 받고 있죠. 지원도 대회를 여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지원을 받을 뿐 지방대회 출장같은 경우는 모두 저희 자비로 충당하고 있습니다. 실업팀은 꿈도 꿀 수 없는 실정이죠. 그럼에도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을 보면 신기하기도 합니다. 기자님이라도 홍보 좀 많이 해주세요. 부탁드립니다.(웃음)”

인터뷰를 마치고 론볼을 즐기고 있는 동호회원들에게 다가가 한 마디씩 들어보았다. 한명 한명 질문하면서 대답을 받아 적다보니 수첩에 똑같은 말이 적혔다.

“야외에서 운동도 되고 얼마나 좋아요. 사람도 만나고. 기자님도 가끔씩 와서 함께 해요.”

▲ 론볼 경기를 위해 쓰이는 용구들. 가운데 보이는 하얀색 공이 '잭'이라 불리는 표적구다.

■ 론볼(Lawn Bowling)

△ 용구
경기에 사용하는 표적구(잭)는 눈에 잘 띄도록 흰색 또는 노란색이어야 하며 직경이 63㎜이상 64㎜이하, 무게가 225g이상, 285g이하여야 한다. 나무로 만든 볼은 최대 직경이 134㎜, 최소 직경이 116㎜이여야 하며 무게는 1.59kg을 초과할 수 없다. 모든 국제대회에서 고무나 인조 합성물로 만든 볼은 최대 직경이 130㎜이어야 하며 무게는 1.59kg을 초과할 수 없다. 볼은 국제론볼링협회에서 승인한 편심을 가져야 하며 인증 협회의 직인이 찍혀 있어야 한다.

△ 경기방법
잭을 굴려놓고 차례로 각자의 공을 잭에 근접시켜야 한다. 승부는 어느 팀이 많은 수의 공을 표적구에 근접시키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한 엔드에 최대 4점까지 득점할 수 있으며 매회 점수를 합산하여 최다 득점자가 승리한다. 경기 방식에서는 참가인원에 따라 개인전, 2인조, 3인조 및 4인조로 나누어져 있으며 성별에 의해 남녀 그리고 혼성 경기로 분류하여 무척 다양하게 경기를 치를 수 있다.

[취재후기] 사진 촬영이 이어지는 동안 론볼 경기를 유심히 살펴봤는데 마치 지난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큰 주목을 받았던 컬링과 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동계올림픽 전까지 종목이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컬링이 전 국민의 주목을 받은 것처럼 론볼 역시 2014 인천 장애인아시안게임을 통해 새로운 국민 스포츠로 도약하길 기원한다.

kdw0926@sportsq.co.kr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