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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호 도전과 실험은 계속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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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호 도전과 실험은 계속돼야 한다
  • 스포츠Q
  • 승인 2014.02.03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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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전은 문제점 발견 위한 과정일뿐...도전적인 경기운영 필요

[스포츠Q 김학범 논평위원] 한국축구대표팀이 3차례 미주원정 평가전을 마쳤다. 성과도 있었고 값진 교훈도 얻었을 것이다. 1승2패, 1득점 6실점. 팬들에게 실망스러운 결과였다. 하지만 한국대표팀의 실험은 계속되어야 한다. 중단없이 이어져야 한다. 홍명보 대표팀 감독은 “이번 성적에 대한 평가를 자신의 몫으로 돌려달라”고 했다.

그렇다. 평가전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무소의 뿔처럼 당당히 전진할 필요가 있다. 전제는 있다. 5개월여 뒤 브라질에서 범할 수 있는 실수를 최대한 줄여나가는 것이다. 몇골 더 먹더라도 많은 문제점을 발견해 고칠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 약은 없을 것이다. 월드컵에서 성공을 거두기 위해 최대한 여러 문제를 발견하고 고민하며 해결책을 찾아나가는 첫 단계가 지난 20일간의 미주원정이었을 것이다.

◆ 훈련~이동~경기 강행군 일정, 소중한 경험

먼저 브라질 전지훈련에 이은 코스타리카, 멕시코, 미국과 평가전을 치른 미주원정 일정은 홍명보 감독에게는 유익했을 것으로 보인다. 브라질에서 무더운 날씨에 고강도 체력훈련을 소화한 뒤 미국으로 건너와 비행기로 이동도 하고 3,4일 걸러 실전을 치르는 강행군 일정은 브라질월드컵 동선을 미리 간접 경험해보는 차원에서 그렇다. 브라질 쿠이아바~포르투 알레그리~상파울루로 이어지는 2500km의 월드컵같은 일정 속에서 최악의 상황을 점검하고 미연에 문제점을 발견하겠다는 홍명보 감독의 생각은 좋았다.

평가전과 관련해서는 과연 개별적인 선수 분석이 홍 감독이 의도대로 됐는지는 미지수다. 부상 변수가 없는 한 월드컵에 나갈 선수들의 윤곽은 90% 정도는 정해졌을 것으로 보인다. 세차례 평가전에서 누가 더 적합한지를 교체투입 선수로 테스트했을 것이다.

그런데 3경기에서 선수들이 많이 바뀌지 않았던 게 아쉬운 대목이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자국선수 주축으로 짜여진 3개 상대팀 모두 대체로 약속된 시간에 순차적으로 몇명씩 선수를 교체해 고루 테스트했다. “선수들이 극한 상황을 스스로 이겨내는 걸 보고 싶다”는 홍 감독의 의도가 강했던 면이 있었겠지만 결국 선수 테스트의 만족도는 감독이 더 잘 알 것같다.

선수들은 강행군 일정 속에서 월드컵에 꼭 가야겠다는 의지를 과연 몇%나 갖고 훈련과 실전에 임했는지 묻고 싶다. 기회가 왔을 때 정말 젖먹던 힘까지 쏟았는지, 선수들 스스로 물어볼 대목이다.

 ◆ 수비 집중력은 높이고, 공격은 다변화 필요

포지션별로 짚어보자. 우선 골키퍼는 정성룡과 김승규가 확실한 눈도장을 찍지 못한 것은 분명하다. 한번의 실수가 치명적이란 걸 명심하면서 볼에 대한 집중도를 높이는 자가 장갑을 낄 것이다.

수비는 끝까지 상대 공격수를 물고 늘어져야 했는데 실점 과정은 마지막까지 집요함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수비 1원칙에서 벗어난 사례가 많았다. 멕시코전 세번째 실점, 미국전 첫번째 실점처럼 볼이 있는 곳에 수비수들이 많이 몰려다닌 사례에서 보듯 숫자의 우위가 아니라 수비수들은 자기가 점령할 수비 위치를 철저히 체크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또한 집중력이 크게 떨어진 게 큰 문제다. 상대의 세트피스, 측면 크로스, 심지어는 스로인 상황에서 맨투맨할 상대를 쉽게 놓치는 것은 집중력 문제일 수밖에 없다.

미드필드 진영에서는 방어, 압박, 백업 등에서 허술했다. 수비 때 중앙허리의 박종우-이명주(또는 이호) 조합 중에서 한 명은 중심을 잡아주는 ‘와이퍼(wiper)’이 필요한데 2명이 같이 몰려다니는 바람에 제대로 기능하지 못했다. 측면 미드필더를 포함해 허리진영에서는 모두들 제 위치에 있기는 했지만 그쪽으로 볼이 들어오면 압박이 잘 안돼 볼이 그 공간을 다시 쉽게 빠져나가는 바람에 공간 장악도 대체로 이뤄지지 않았다.

공격 전환때 미드필더들이 좀더 공격과의 간격을 좁혀 백업해주는 게 중요하다. 세차례 평가전의 주 공격패턴이었던 김신욱을 이용한 고공 공격 때는 흐르는 볼을 처리하는 게 더욱 필요한데 미드필더들의 전방 이동이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못해 공격수가 고립되거나 공격 밀집도가 떨어지게 됐다.

공격은 세가지 면에서 볼 때 단조로웠다. 카운터 어택은 마무리 부족으로 실효을 거두지 못했다. 김민우 고요한 김태환 등 측면 돌파에 이은 크로스는 정확도가 떨어졌다. 장신 김신욱을 중심으로 공격공간을 돌아들어가는 공격패턴이 많았는데 코스타리카전에서는 통했지만 2,3차전에서는 먹혀들지 않았다.

유럽파가 합류하면 더욱 공격루트가 다채로워지겠지만 김신욱 활용 옵션은 더욱 세기와 정밀도를 다듬어야 할 필요가 있다. 월드컵에 나오는 수준 높은 팀이라면 길목을 차단해 높이를 무력화시키는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 남은 평가전에선 실패 두려워 말고 좀더 도전적으로 경기해야

세차례 A매치에서 나타난 경기운영은 대체로 단조로웠다. 내려서서 하는, 즉 제 위치를 지키다 역습을 시도하는 플레이가 많았다. 코스타리카전처럼 상대가 2명이나 퇴장당하는 상황에서도 그랬다. 그 때는 과감히 공격 지향적으로 나갔어도 좋았을 것이다.

실점한 경기에서도 적극적이지 못했다. 체력적으로 선수들이 지쳐 있었어도 모험적으로 나갔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더 실수 하더라도, 더 실점 하더라도 도전적으로 경기운영을 펼쳤으면 스코어 결과가 더 안좋았겠지만 문제점들은 더 많이 발견하고 본선에 대비한 다양한 해법을 찾을 수 있었을 것이다.

다음달 6일에는 유럽파까지 총출동해 그리스와 평가전을 갖는다. 그때도 마찬가지다. 공격카드는 다양해지지만 여러 조합을 놓고 문제점을 더 찾을 필요가 있다. 평가전은 더 좋은 결과를 위한 과정일 뿐이다. 실패를 두려워 하지 말고 도전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월드컵에서 성공을 거두기 위해 모든 실험을 다해봐야 할 것 아닌가.

선수들은 ‘마지막에 살아 남는 자가 강한 자’란 사실을 새기며 자신이 가진 100% 기량 이상으로 스스로 더 많은 것을 준비하고 홍명보 감독에게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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