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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열전] '밀회' 심혜진 "나이 들어도 콜라처럼 톡 쏘는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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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열전] '밀회' 심혜진 "나이 들어도 콜라처럼 톡 쏘는 여자"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04.12 11: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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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회’ 서한예술재단 이사장 한성숙

[스포츠Q 용원중기자] 서한예술재단 이사장. 한때 사교계를 주름잡던 경력으로 인해 ‘한마담’ ‘릴리 한’으로 불린다. 서한그룹 총수 서필원 회장(김용건)의 후처로 안방을 차지했다. 이지적인 외모에 고상한 화술을 구사하지만 근본은 천박하다. 권력의 정점에 오르기 위해 딴 주머니를 부풀리는데 여념이 없다. 그래서 남편으로부터 ‘큰 여우’ 소리를 듣는다. 서한아트센터 대표 영우(김혜은)와 명목상 모녀 사이지만 사업상 물러설 수 없는 대결을 펼쳐야하기에 똑똑하고 야심 있는 기획실장 혜원(김희애)을 곁에 두고 ‘관리’한다.

▲ '밀회'의 예술재단 이사장 한성숙 역 심혜진의 우아한 패션 퍼레이드[사진=JTBC]

‘밀회’의 한 축이 유아인-김희애의 절박한 러브스토리라면 또 한 축은 예술재단을 둘러싸고 펼쳐지는 치열한 권력다툼이다. 최대 지분의 소유자인 서회장과 딸 영우에 맞서는 한성숙-서한음대 민 학장(김창완)-강준형 교수(박혁권)가 나올 때 시청자들은 흥미로움을 한껏 느낀다. 이 그룹의 핵심에 한성숙 아니 심혜진이 있다.

서 회장의 마작 모임 중 파우더룸에서 영우가 "한 마담 당신, 민 학장하고 무슨 사이야. 왕년에는 고객, 현재는 애인?"이라고 비꼬자 다짜고짜 영우의 머리채를 나꿔 채 변기에 쳐박으며 "문 닫아라. 오늘 끝장 본다. 이 돌대가리 넣고 물 내려버릴 거다"라고 소리친다. 이 장면에서 “이 썅년이”라는 험한 대사를 그는 오독오독 씹어내 처리한다. 변기에 김혜은의 머리를 박고 있는 순간에조차 다리를 90도로 미끈하게 꺾어낸 우아한 자태는 심혜진이기에 가능한 디테일이다.

▲ 극중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는 심혜진과 김혜은 [사진=JTBC]

‘콜라처럼 톡쏘는 여자’라는 애칭을 안겨준 ‘코카콜라’ CF(1988년)에 출연했을 때 보여준 당당하면서 섹시한 여성상은 심혜진을 시대의 아이콘으로 만들었다. 이후 영화 ‘그들도 우리처럼’(90년)의 산전수전 다 겪은 탄광촌 창녀 영숙, 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2005년)의 포스 넘치는 무표정 뱀파이어 프란체스카라는 한 시대를 대표하는 캐릭터를 지나 2014년 ‘밀회’의 노회한 야망덩어리 한성숙으로 돌아왔다.

‘밀회’ 속 그의 언행은 거리낌이 없다. 하지만 입에 금줄을 물고 태어난 영우 같은 부류와 달리 밑바닥 생활을 전전하며 체득한 분석력과 직관에 기초한 거침없음이다. 혜원에게 “영감 잘 살펴라. 난 영우처럼 서필원의 딸도 아니고 애도 없잖아”라고 한 말에서는 성공한 사람들 특유의 스스로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파악할 줄 아는 능력이 읽혀진다.

자신의 잇속을 챙기기 위한 한낱 ‘돈 많은 영감'일 뿐인 서회장에게 "재단명의 신탁, 하나 해지해도 돼? 초콜릿 사먹게"라고 애교를 부려가며 용건을 던지는가 하면, 딴짓하는 서회장과 다정히 블루스를 추다가 “당신에게 원하는 게 있다”고 말한 뒤 무릎으로 급소를 가격하며 “정관수술”이라고 싸늘하게 말하는 장면은 프란체스카의 재림이었다.

▲ 극중 심혜진이 김용건과 블루스를 추다가 급소를 가격하는 장면[사진=JTBC]

심혜진은 동갑내기(67년생) 연기자인 김희애와 매우 다르면서 비슷하다. 그는 ‘배우 심혜진’에게 바라는 대중의 욕망을 정확하게 파악하며 그 기대에 부응해온 영리한 '여우'다. 늘 당당하고 솔직했다. 지금은 내공과 관록마저 보탰다. 그래서 그 어느 ‘핫’한 아이돌 스타보다 무섭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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